○…‘으… 벌써’

반팔 티셔츠와 칠부 바지를 입고도 덥다며 에어컨 없는 강의실을 탓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밤공기가 가을 내음을 품고 있구려. 그러고 보니, 虎兄들 오늘까지 오랜만의 정기전 승리에 도취되어, 깨어나기 싫은 상상 속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春秋子 노파심이 드는구려. 혹, 아직까지 꿈속을 걷고 있는 虎兄들을 위해, 묘약을 하나 선물하겠소.

흠… “중간고사는 10월 21일부터 시작되오.”   

○…정기전의 승리 뒤, 참살이길과 교내·외에서 펼쳐진 亂場 속에 도취돼 미치도록 뛰놀다 보니, 또 매해 반복되던 악습이 나올까 저어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소.

한참 뒤풀이에 신이 난 虎兄들, 중앙광장 위에서 불을 피워 벽돌 위에 그을음이 생기고 틈새가 갈라져 보수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구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春秋子 불쑥 측은지심이 생겼소. 虎兄들, 불을 피우다니 그렇게 추웠소? 대리석을 맥반석인줄 알고, 그렇게 불을 때우다니… 하긴 春秋子 생각에 불 피운 虎兄들은 꽤나 잘 사는 집안의 자제인가 보오. 추울 때, 맥반석을 떠올리고. 春秋子는 겨우 민주광장의 나뭇가지들이 떠올랐을 뿐인데.

아! 그런데 虎兄! 어쨌든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했으면 돈을 내고 가야 하는 거 아니오? 보수비가 등록금에서 나간다던데, 이번에 정기전도 이겼겠다 春秋子 큰 맘 먹고 쏘겠소. 그 보수비에서 春秋子 등록금 포함된 거 괜찮으오. 정말…

○…정기전 뒤풀이 하이라이트는 ‘기차놀이’일 것이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차놀이에서 올해도 변함없이 ‘Best 인심과 Worst 인심’이 각종 게시판에 올랐소. 그런데 春秋子, 그 글을 보며 다소 씁쓸했소. 뭐, 물론 미담은 서로의 입을 빌어 퍼뜨리는 것은 좋은 일이오. 하지만 굳이 우리의 축제에 동참하지 않은 그들을 두고, 손가락질 할 수는 없는 노릇일터인데… 사람간의 情이 중요하고, 관계가 중요하다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 중심의 만남에 인간 문제를 개입시키는 것은 억지가 아닌가 하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얼마전 전학대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파행 운영된 적이 있소. 그런데 그 일이 있은 지 한 달도 안 돼 열린 사범대 학생전체 회의가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조차 못했다는구려. 예전엔 ‘발가락이 닮았다’고 처절하게 말하던 M처럼, 선배는 좇고 싶었던 존재였는데… 春秋子, 새끼 虎兄들은 선배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이오. 선배를 닮고 싶은 바람은 단지 바람으로 날려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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