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연출가, 뮤지컬 연출가이면서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의 저자로 유명한 김학민(영어영문학과 81학번)씨를 만나봤다.

△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라는 책을 썼는데,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어느날 명진출판사의 편집자가 나를 찾아왔고, 내가 쓰고 싶은 오페라 이야기를 마음대로 써보라고 했다. 단 연출가의 입장에서 쓰되, 독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 그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주제가 다른 여러편의 오페라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하나의 테마안에서 색깔이 다른 사랑 이야기를 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사랑을 주제로 한 오페라를 택한 것이다.

△ 사람들이 ‘오페라’라고 하면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고급문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오페라는 고급 문화가 아니다. 그러나 고급예술인 것은 사실이다. 노래와 춤, 연극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제 빛을 낼 수 있는, 만들기 어려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예술적 형식만을 보고 오페라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페라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그 역시 우리가 감상하고 즐겨야 할 대상일 뿐, 오페라라는 예술 자체를 선망하거나 동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대학 재학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도 늘 ‘말’만이 있는 연극이 아닌 ‘음악’이 있는 연극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대학 시절 내내 나를 음악에 대한 갈증에 시달리게 했다. 대학원 작곡과에 진학해 음악 이론을 배웠지만 그 역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아니었고, 대학원 생활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때마침 접하게 된 것이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Les Uns et les Autres)’였는데, 그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실패를 겪은 후 다시 일어서는 주인공의 모습은 내게 ‘홍수환의 7전8기’를 보는 듯한 감명을 줬고, 나 역시 힘들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페라를 배우기 위해 무작정 유학길에 올랐다.

△ 어릴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은데,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가.
- 어릴 때 피아니스트이신 어머니께 잠깐동안 피아노를 배웠다. 나는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내가 음악에 맞춰 발을 동동 구르며 발장단을 맞추면 나를 혼내셨고, 나중에는 피아노도 여동생에게만 가르치셨다. 나는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고 자라지는 못했지만, 어머니께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 일을 하면서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
- 연출가로서 내가 만든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릴 때가 가장 뿌듯하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공연의 마지막 날,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는 두말 할 나위 없이 기쁘다.

△ 지금 준비하고 있는 뮤지컬에 대해 소개해달라.
- 가스펠이라는 뮤지컬이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할 것이다. 또한 블록버스터 뮤지컬은 아니지만 볼거리, 무대구성, 춤 모든 면에서 기법적으로 어려운 장치를 많이 구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춤을 까다롭게 구상하고 있는데, 이제까지 다른 뮤지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안무도 등장할 예정이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 신경써서 말 그대로 종합예술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요즈음 뮤지컬을 너무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작품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 오페라 연출가이면서 뮤지컬 연출가인데,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오페라와 뮤지컬 모두 노래, 춤, 연극, 음악이 혼재해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오페라는 음악으로 승부하는 반면 뮤지컬은 연극적 요소로 승부한다. 또한 뮤지컬은 오페라에 비해 비교적 이 네 요소(노래, 춤, 연극, 음악)가 균등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 현재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해달라.
- 하고 싶은 것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기는 대학 시절뿐인 것 같다.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또한 20대에 모든 것을 다 끝내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크게 앞을 내다보는 고대인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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