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만(체육학과 71학번) 교우는 본교 재학시절에는 축구팀의 주장으로 고연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한 청소년 대표팀과 국가대표팀을 거쳐, 1970년대 국가대표축구팀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황 교우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국내 최초 프로팀이었던 할렐루야 축구단과 멕시코에 선교를 하러 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척수염에 걸려 결국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다. 황 교우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1988년 대통령배 축구대회에서 할렐루야 축구팀을 우승시키고는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그라운드를 달리던 국가대표 축구선수에서 척수염 판정을 받고 휠체어 럭비협회회장이 되기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970년대 축구국가대표팀의 선수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1976년의 한일전과 1978년에 있었던 방콕 아시안게임이다. 76년에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2:1로 승리했는데 그때 헤딩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과 공동우승을 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축구를 하다가 척수염 판정을 받고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 했나.
-판정 후 처음에는 ‘낫겠지’ 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못 걷는다, 희망이 없다’ 는 생각이 들었다. 척수염은 진행성이라 후에 좋아진다는 희망도 없어, 상태가 악화되는 과정들이 힘들었다. ‘반드시 다시 걷겠다’ 는 오기로 극구 휠체어를 타지 않았었다. 그러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꾸준히 기도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재활운동을 했다. 힘든 재활과정에서 집사람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다. 주위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 자라나는 아들을 보며 희망을 가졌다.

△한국휠체어럭비협회 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병원에서 투병중일 때였다. 현재 휠체어 럭비팀 감독을 맡고 있는 윤세완 씨가 찾아왔다. 휠체어 농구를 보급하기도 한 윤 씨가 휠체어 럭비협회를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경추(목뼈)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가 좋아서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회장까지 맡게 됐다.

△장애인에게 있어 휠체어 럭비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경추 장애인은 상반신을 쓰지 못한다. 손을 못 움직이기 때문에, 휠체어를 전혀 못 밀던 경추 장애인이 휠체어 럭비를 시작하면서 휠체어를 밀게 됐다. 그 자체로 인간승리이며 매우 감동적이었다.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휠체어 럭비는 일반인들의 아이스하키만큼이나 격렬한 운동이기 때문에 재활에 많은 도움이 되는 생활체육이다. 또한 장애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들에게 스스로가 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운동을 통해 그러한 사고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 

△장애인럭비협회를 이끌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장애인 럭비는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돼 아는 사람이 매우 적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경추 장애인들에게도 모두 생소하기 때문에 지원과 선수모집이 힘들었다. 또한 럭비용 휠체어가 매우 비싸 구입이 어려워 대신 농구용 휠체어를 빌려서 운동 한다. 일본의 경우 복지가 잘 돼있어 국가에서 모든 장애인에게 보통 휠체어와 운동용 휠체어를 보급한다. 우리나라는 전용체육관도 없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운동을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북경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재정과 장비 확충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과거 본교 축구팀의 주장이자 국가대표팀 축구선수로서 이번 고연전 축구 경기를 평가해 달라.
-고연전의 경우 선수들의 실력과 승리는 상관이 없는 듯하다. 과거 재학 중일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연세대와의 비정기전 경기에서 우리 농구부가 4~5회를 이긴 적이 있다. 그래서 모두가 농구부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막상 정기전에서는 연세대에 패했다. 올해 고연전 축구경기를 봤는데 우리 선수들은 잘하더라. 그러나 초반 실점을 만회하지 못해 아쉬웠다. 고연전은 실력보다는 승운이 승패를 좌우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이 고연전의 묘미 아니겠는가.(웃음)

△ 선배로서 본교생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살았으면 한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다른 사람을 만남에 감사하고 모든 것에 감사해라. 그런 생각을 못하고 불평만 하면서 살다보면 인생이 불행해진다. 감사하지 못하며 사는 삶은 슬픈 삶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위에서 늘상 벌어지는 사소한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아라. 그리고 고대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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