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 34년간 재직한 명예교수가 재직기간 모은 연극자료를 타학교에 기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여석기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 종로의 한 사무실에서 여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연극자료를 모으게 된 계기를 묻자“영문학 교수로 고대에 재직하면서 희곡(drama)에 관심이 많았어.”라고 말하는 여 교수의 모습에는 80의 나이를 무색케 하는 희곡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교수님의 자료를 기증 받은 학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국예종)의 한국예술연구소(소장=김춘미)이다. 기증자료는 연극 관련 연구서를 비롯한 연극 프로그램, 연극 잡지, 연극 관련 영상자료, 여 교수의 편지와 일기 등으로 대략 2천 점이다.

기증학교로 한국예종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여 교수는 “본교보다 한국예종이 기증한 자료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야. 기증한 자료가 종합대의 많은 자료 속에 묻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것보다는 직접 전공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게 낫지 않겠어?”라고 답한다. 이러한 여 교수의 생각은 한국예종 측에 제시한 이색 조건을 통해 다시 확인 할 수 있다. 한국예종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부의 연극 관계자에게도 기증한 연극 자료를 열람하게 해달라는 것이 조건 내용이다.

퇴임 후 국제교류진흥회 이사장을 맡아온 여 교수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번역가 양성, 외국에 한국문학연구소 설립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려대는 종합대학임에도 불구하고 타 대학에 비해 예술계통대학이 적어.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인만큼 예술계통도 발전 시켜 균형 잡힌 대학이 됐으면 해.”라며 ‘친정’인 본교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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