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홍은 1966년 12월 14일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산을 뛰어다니며 놀다 고 1때부터 태권도장에 다니면서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1990년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후 수십 개의 영화에서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을 맡아 활동했다. 올해 액션영화 <짝패>에 출현, 베니스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던 정두홍 무술감독을 파주 예술인마을의 서울액션스쿨에서 만났다.

△지난 1990년 <장군의 아들>로 데뷔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학교 졸업하고 군대 제대하고 바로 데뷔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대한 후 국회의원 수행요원으로 일했다. 고영구 전 국정원장과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수행했는데 그때 영화계에서 일하는 선배를 만나서 영화계에 데뷔하게 됐다.

△격투기를 많이 익혔다고 알고 있는데
-영화를 하다보면 여러 운동을 하게 된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많은 운동을 접했는데 깊이 있게 배운 것은 태권도와 합기도 정도다. 검도, 우슈, 유도 등은 필요에 의해 조금씩 익혔다. 그러다보니 삼보나 주짓수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배워본 것 같다.

△나이가 4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막상 일을 하다보면 그렇지 않더라. 나이를 먹다보니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게 됐다. 하늘도 보고 흘러가는 구름도 보게 된다. 바라보는 작품세계가 달라지게 됐다. 일도 조금이라도 완벽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이’ 다시 했는데, 이젠 감독이 괜찮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는 일도 생겼다. 힘을 좋아하던 것에서 아름다운 것을 찾게 됐다.
늙어서도 좋은 영화를 찍어내는 배우들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는 유교가 바탕이 된 국가인데도 우리같은 노땅들이 가지는 노하우를 그다지 알아주지 않는다. 나도 이미 노땅 취급을 받고 있다. 이제 뭔가 보이는 것 같고 스턴트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들도 어려워하고…그런 점이 조금 아쉽다.

"여러분이 선 그곳에서 하나라도 더 열심히..."
△지난 1999년도에 서울액션스쿨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턴트를 하려면 스턴트를 체계적으로 배워야한다. 그런데 가르쳐줄 곳도, 서로 모여서 운동할 곳도 없었고 건물을 얻을 돈도 더더욱 없었다. 당시 보라매 사회체육진흥회 회장님에게 서울역에서 무릎을 꿇고 아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받아주셨다. 그 뒤 액션스쿨이 있던 건물을 철거하는 바람에 강우석 감독님이 24억원 정도를 들여서 파주 예술인마을에 지금의 서울액션스쿨 건물을 지어주셨다.

△액션 스쿨이 차려진지도 10년이다. 현재 한국의 스턴트맨이나 무술감독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와있나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쉽게 말할 수가 없다. 아직 멀었다. 그렇게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됐다. 예전 제작시스템 내에서는 무술감독조차 ‘정관장’, ‘김사범’ 등으로 불리는 등 엑스트라 취급을 받던 것을 생각하면 많이 성장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이 중심이 되는 한국의 영화 제작 시스템에 있어서 무술감독의 영역이나 스턴트맨에 대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될 것 같은데 그게 되지 않는다. 늙어서 그런가보다.(웃음)

△수십 편의 영화에 참여하면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몇 개 꼽으라면 <비트>, <무사>,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이 있다. 한마디로 고생했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 꿈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고 그것들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 <비트>는 새 공법들을 시도하면서 화면에 액션이 잘 나타나게 하기 위해 고민들을 많이 했다. <무사>는 헐리우드를 비롯한 세계 영화계에 정두홍이라는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같은 경우 한국에서 처음 시현된 무협이라는 의의가 있었다. 지금 봐도 <무사> 같은 경우는 질에 있어서 그리 떨어지지 않는 영화라고 자부한다.

△얼마 전 직접 출연한 영화<짝패>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액션영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시스템 자체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액션에 대한 투자 비율 등을 홍콩영화와 비교했을 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야연’이나 ‘영웅’같은 영화를 보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아직 액션영화 자체가 비주류라 액션이 들어가더라도 액션영화라고 강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나라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빛의 예술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 만큼 조명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타짜>같은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또한 드라마적 요소가 많이 부각되기 때문에 식상하지 않다. 배우들이 거의 모든 것을 소화하는 것도 한국 영화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장바이즈(張栢芝)가 한국영화에 참여했을 때 많이 힘들어했다는 일화도 있다.

△영화 스텝들의 처우가 열악해 거물급을 제외하고는 일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데
-거물급이라는 사람들은 그런 환경을 극복하고 이겨낸 사람이다. 내가 왜 3, 4시간만 자고 운동을 했겠는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프로는 돈과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도 예술이라고 하지만 결국 프로의 세계다. 모두를 생각하다보면 총 제작비 또한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물론 스텝들의 처우가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돈 깎기 가장 쉬운 부분이 사람 몸값이다. 핸드메이드가 그렇게 비싼데 몸으로 직접 하는 것에 왜 그런 처우를 해주는가. 예전에 비해 영화 제작비가 엄청나게 올라갔지만 사람들에 대한 돈은 그대로다. 양쪽에서 조금씩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텝들은 자신들이 프로라는 생각을 갖고 제작자는 정당한 노동비를 지출해야 한다.

△몸짱 열풍, K-1같은 격투대회의 인기몰이 등으로 몸매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이전부터 꾸준히 관리를 한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자신만의 몸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꾸준히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주일에 최소한 세 번은 운동해야 몸이 만들어진다. 거울을 보고 자신의 이상적인 몸 상태를 만든다. 조금이라도 이상적이지 않은 부분이 발견되면 그만큼 더 운동을 해서 이상적인 몸을 계속해서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탁월한 사람들은 근육이 만들어져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꾸준히 몸을 단련해야 한다.

△힘들었던 시간들은 어떻게 극복했나
-개인사도 있고 촬영하면서 결과물이 좋지 않았을 때, 허공으로 떨어질 때도 있었다. 극복은 어거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어떤 끈이 있다고 치자. 힘들게 잡고 있는 끈을 놓고 싶었을 때 끈을 아등바등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간쯤 잡고 있으면 쉴 수 있다. 그런데 일부러 힘들게 만드는 것도 있는 것과 같다.

자신과 싸우는 스턴트, 연기 후 느끼는 삶의 희열

"여러분이 선 그곳에서 하나라도 더 열심히..."

△자신에게 있어 스턴트는 어떤 의미인가
-나는 스턴트맨이다. 무술감독이자 스턴트맨.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내 발이 담겨있다. 나름대로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한다. 옛날 독립운동을 하던 장군들의 이름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지만 그 밑에 있던 병사들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나라를 구한다는 신념으로 총을 쏘고 총알을 맞았다.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갈등했던 적도 있지만 스턴트는 영화에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스턴트 연기의 발전을 위해 내 돈을 들여가며 미국에 가 배우질 않았다면 지금의 나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스턴트는 생명이다. 나에게 삶을 연장시켜주는 하나의 도구면서 내 삶을 깎아먹는 하나의 도구다.

△스턴트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매력? 매력을 모르겠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희열을 느끼게 된다. 10층에서 뛰어내린다고 가정했을 때, 떨어지는 그 순간 정말 무섭다. 별별 생각이 다 난다. 미칠 것 같다. 그래서 큐 사인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뛰어내린다. 그런데 올라가 있으면 다른 상황들을 체크하느라고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미칠 것 같은 순간이 계속되는 것이다. 시간을 끄는 감독에게는 정말 화가 많이 난다. 차에 받혀야 할 때도 있다. 그 순간들이 끝났을 때가 희열을 느끼게 되는데 삶을 다시 누리는 순간이 돌아왔다고 해야 할까. 정말 소중하고 매력있게 느껴진다.

△그동안 스턴트맨 활동으로 많이 다쳤다는데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많이 좋지 않다. 위염에 걸려 건강검진도 받았다. 가끔씩 대화를 하다가도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잊을 때도 있다. 사람들도 얼굴을 자주 잊어서 실수를 할 때가 많다. 농담삼아 사람들에게 알츠하이머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옷을 갈아입어야하는데 팬티가 없는 경우도 있었고 여자배역을 연기하다 그 배역의 옷이 찢어져 버리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 <왕초>를 방영하고 있을 때 플로리다의 액션 스쿨에 가서 수업을 받고 왔다. 서른셋에 가서 스물셋 안팎의 사람들과 수업을 듣고 왔다. 그동안 활동하던 자료를 만들어갔는데 처음에 보여주지 않다가 나중에 자체 평가에서 1등을 하고 보여주니 모두들 놀라더라. 결국 돈을 내고도 수업을 배우지 못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훈련만 받다왔다.

△스크린쿼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한국 영화를 비롯한 우리 문화들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자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시장논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스크린쿼터를 폐지되더라도 계속해서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

△감명깊게 본 영화가 있다면
-너무 많아서 추천을 할 수가 없다. 이번 부산 국제영화제에 참가하면서 6개 영화를 봤는데 모두 감동적이었다. 영화는 일주일에 하나씩은 꼭 봤으면 좋겠다. 이번에 본 영화 중에 <9중대>라는 러시아 영화는 아프가니스탄에 고립된 한 중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큰 감동을 주었다. 프랑스 영화 중 <영광의 나날들>이라는 영화 또한 추천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본교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일을 시작하면서 잠자는 3, 4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운동으로 시간을 보냈다. 3, 4시간은 공부도 병행할 것을 하는 후회를 한다. 여러분들은 좋은 환경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좋은 환경에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라. 자신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학교지식이 필요없는 것이 아니다. 학교지식과 사회지식 모두 필요하다. 목표와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위해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열심히 지식을 받아들여라.


인터뷰·정리/ 이재익 기자 zepic@kunews.ac.kr
사진/ 신수영 기자 marc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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