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하게 될 얘기에 대해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가치판단은 일단 접어 두고 사실에만 집중하자.] 1996년 1월 5일 이스라엘의 대표적 분쟁지역인 가자지구에서 예히야 아야시라는 팔레스타인 남자가 집에서 핸드폰을 받다 죽은 체 발견된다. 몸 어디 한군데 다치지 않고 멀쩡하게 쓰러져 목숨을 잃었는데 다만 얼굴 반쪽이 날아가고 없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무장저항세력 하마스의 폭탄제조 기술자로 1993년부터 죽을 때까지 3년 동안 100명 이상의 사망자와 500명 이상의 중상자를 양산한 자살폭탄 테러를 도입한 장본인이다. 아야시가 위험한 것은 그가 폭탄을 만드는 재능만큼이나 뛰어난, 남을 가르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살아 있는 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폭탄제조 기술을 배워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었기에.... 아야시는 이스라엘에게 공적 1호가 됐지만 팔레스타인들에게는 영웅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3년간 온갖 방법으로 추적했지만 아야시는 천재적인 변장술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스라엘의 손에서 번번히 벗어났다. 아야시를 잡지 못해 속을 태우던 중, 이스라엘 정보망에 카밀 하마드라는 이름이 포착된다. 이 사람은 팔레스타인 사업가이지만 이스라엘의 정보원 역할을 하던 사람인데, 아야시와 관련된 그 어떤 정보도 놓치지 않고 연관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던 이스라엘은 카밀 하마드의 조카인 오사마 하마드가 아야시의 대학시절 친구이면서 은신처 등 각종 도움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또한, 아야시의 행동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은 그의 결정적인 실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아야시가 부모님과 정기적으로 접촉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핸드폰으로 부모와 통화를 하는데, 물론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계속 핸드폰을 교체하고 있었다. 오사마는 삼촌이 사 주는 핸드폰을 아야시에게 빌려 주고, 그 핸드폰 번호를 전달받은 아야시의 부모가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접촉이 이루어졌다. 이스라엘군은 삼촌 하마드를 설득하여 핸드폰 배터리 넣는 부분의 작은 공간에 폭약을 장치한 후 아야시에게 전달되도록 한다.

사건 당일 아야시의 부친은 오사마 하마드의 집에 은거하고 있던 아들에게 유선전화를 걸었으나 계속 통화중이었다. 결국 아야시의 부친은 아들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아야시가 폭탄이 장착된 핸드폰을 쓰게 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유선전화를 불통시켰고,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작전 얼마전부터 정기적으로 전화가 불통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제 핸드폰을 받는 사람이 아야시 본인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하마드의 집 위쪽 상공에 비행기를 띄우고 정보요원이 통화내용을 도청하고 있었다. 아야시가 전화를 받고 그의 부친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타겟이 확인되는 순간 원격조정으로 핸드폰 안의 폭탄을 터트린 것이다.

요즘 북핵사태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의 정보력 부재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영화 같은 사건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요지는 바로 정보와 정보력의 중요성이다. 이스라엘이 3년간이나 추적하던 적을 제거하게 되는 결정적인 열쇠는 “카밀 하마드”라는 이름 하나였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국방성(IDF) 소속 특수정보부대인 Unit 8200이라는 부대의 작품인데,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이스라엘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최고의 인재들을 따로 뽑아서 엄격하고도 차별화된 교육을 시키고 제대 후에도 사회적인 출세길이 보장된(많은 사람들이 IT 관련 벤처로 갑부가 되었다)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 Unit 8200이 평소 수많은 정보를 모아 놓지 않았더라면, 모아 놓았더라도 이름 하나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분석력이 없었더라면 이스라엘은 아직도 아야시를 쫓고 있을지 모른다.

현대 기업경영 역시 정보전이다. 경쟁은 극심해지고, 경쟁자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한 정보,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정보의 가치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는 무조건 양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양이 많을수록 프로세스하는 시간이 걸리고, 영양가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와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정보에서도 귀중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보다는 그런 능력을 키워 주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위기설이 나오는 인문학 분야야말로 동일한 현상과 정보를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영역이 아닌가 싶다.
김언수(경영대 교수, 경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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