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학을 졸업 하면 바로 취업이 되던 시대는 갔다. 청년실업율이 치솟으면서 대학생들은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써넣기 위해 고심했다. 2006년, 대학생들은 △학벌 △학점 △토익점수 △인턴십 △공모전을 줄여 ‘취업을 위한 5대 스펙’이라 부른다. 이 중 가장 늦게 ‘스펙’에 합류한 것이 공모전이다.

공모전은 광고계를 중심으로 10여전 전부터 대학생들 사이에 자리 잡았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대기업들이 공모전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부터다. 취업은 성공이라 불리는 시대에 ‘취업 시 가산점’이라는 혜택이 대학생들의 관심을 크게 끌었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 등 일부 전문 분야에 한정되어 있던 공모전 응시부문도 다양해져, 참여폭이 넓어졌고, 인터넷의 발달로 공모전 응모가 쉬워진 것도 대중화의 요인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공모전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대학 포털사이트 캠퍼스몬이 올 1/4분기 동안 자사사이트에 게재된 기업들의 공모전 정보 378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입사 시 직접적인 혜택이 있는 공모전 비율은 35.7%로 집계됐다. 모든 공모전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공모전은 실제 취업에서 경력으로 인정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공모전 입상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기업들에서 공모전 수상의 의미는 크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한 인사팀 관계자는 “변별력이 크지 않은 수많은 이력서 중에서 자체 심사를 거친 논문의 수상경력은 그 중 더 인정 된다”며 “내부적인 사항이지만 임원 면접 시에도 이 경력을 고려하므로,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모전은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 Digital Fine Arts 대회’ 삼성생명 김윤정 실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받는 장점도 있지만, 자사의 이미지, 정책 사업을 홍보하는 데에도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 공모전을 시작하는 대학생에게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쉽고 가벼운 프로그램를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기업문화의 다양한 면을 보는 기회를 얻는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다양한 공모전에 참가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공모전에 참가자들의 가장 큰 곤욕인 아이디어 짜내기는 모든 과정 중 시간을 가장 많이 요하는 작업이다. 마감 몇 주 전까지 아이디어 회의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는 참가팀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첫 대회라면 회사가 추구하는 바를 잘 잡아내야 하며, 몇 회째 연속된 대회라면 기존 입상작들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좋은 아이템을 잡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논문대회처럼 전문성을 살리는 공모전이 아니라면 전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특히 공모전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마케팅과 경영부문은 비전공자라도 약간의 관심만 있으면 그리 어려운 분야가 아니다. 따라서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 볼 만 하다.

어느 정도의 경력이 쌓인 3학년 이상의 학생이라면 전략적으로 공모전에 참여해야 한다. △장래진로 △경험수준 △기업인지도 등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공모전을 눈여겨보고 1군데는 상향 지원을 2~3군데는 하향 지원을 하는 방법이 좋다.

젊은 나이의 도전은 아름답다. 또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공모전은 분명 가치 있다. 그러나 수상에 집착하지 않으며, 과정을 중요시 하고, 어디까지나 좋은 경험을 위해서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메가패스 마케팅 대상을 받은 표상순(숙명여대 불문 02)씨는 “처음 참가한 공모전에서 불합격 했지만, 그때 얻은 도전의식과 자신감으로 대상까지 받게 됐고 앞으로도 제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실패에서도 성공에서도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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