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고대가족 여러분!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02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 온 고대가족 여러분의 건승과 행운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기대와 부푼 희망을 갖게 됩니다. 희망찬 꿈과 계획을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지면을 빌어 지난 해에도 학교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주신 교직원, 학생 그리고 교우 여러분의 노고에 대하여 학교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볼 때 그 어느 때보다도 국내외적으로 대형 사건들이 많았던 해였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과 시련에 직면하기도 하였습니다. 재작년 9.11 사건은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세계정세를 긴장과 대결의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한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월드컵은 대한민국의 저력과 단합된 힘을 전 세계에 널리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축구대회를 통해 한반도를 붉은 물결로 물들인 우리 젊은이들의 역동성과 놀라운 조국애를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는 21세기 우리나라를 이끌고 갈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였습니다.

신년은 우리 고려대학교도 구성원간에 합의된 새로운 총장 선출제도를 통해 새로운 총장을 선출해야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제 세계는 급속히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사회로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 및 첨단 정보통신 장비의 보급과 확산은 흩어진 지역과 국가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류의 미래는 전지구인의 단합과 인류애를 더욱 요청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편협한 이데올로기와 지역적, 국가적 이기주의는 인류 전체에게 재앙과 불행을 초래한다는 것을 교훈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고대가족 여러분!

새해 2003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우리 고려대학교에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산적된 많은 일들이 그 해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그동안 역대 총장님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구성원들의 남다른 애교심으로 많은 발전과 업적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가 목표로 하는 세계 100대 대학으로 진입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교육과 연구 환경의 개선 및 행정시스템의 선진화 등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고대 구성원간의 합의정신을 근간으로 새로 제정된 총장 선출 규칙에 따라 새로운 총장을 원만히 선출하여야 합니다. 다행히 해를 넘기지 않고 구성원의 합의로 총장선출을 위한 새로운 규칙이 제정되었습니다. 새로운 총장은 21세기 첫 고려대학교 총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을 목전에 두고 선출됩니다. 우리 대학의 총장 선출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고대 구성원은 물론이고 우리 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새해에 우리 고려대학이 참다운 지성의 전당이며 민주주의 실천의 도장이라는 것을 온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주었으면 하는 간곡한 소망을 가져봅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학교는 2005년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고려대학교를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할 소명을 갖고 있습니다. 주지하시듯이 개교 이래 최대의 행사가 될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은 학교 본부만의 기획과 실천의지만으로는 결코 불가능한 것입니다. 모든 고대가족의 뜨거운 관심과 지원 아래에서 진행될 때 그 성공을 담보할 수 있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의 한마당이 될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개교 1백주년은 지난 1세기를 반추하면서 우리 학교가 나아갈 새로운 좌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지난 1세기의 고대역사가 민족의 명운(命運)과 함께 해온 ‘민족고대’의 역사였다면, 새로 전개될 1세기의 역사는 민족을 가슴에 품고 세계일류대학과 교류하고 경쟁하는 ‘세계고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백주년 기념사업의 성공은 우리 고려대학교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키고 결국에는 세계속의 대학으로 진입하는 대전환점으로 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 강조하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고대인 모두의 단합과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점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리 고대가족의 단결과 선후배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제 그 단합된 힘을 한데로 모아 학교발전을 위해 미래지향적이며 생산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구성원 각자의 힘을 최대한 결집하여 고려대학교 발전이라는 거대한 에너지원으로 만들어 나갑시다. 우리 모두 관용과 대타협의 정신으로 고려대학교의 저력을 확장시켜 나갑시다.                       

끝으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거센 파고는 대학사회를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게 하였습니다. 대학 안팎의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의 대열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은 단순히 인류의 유산과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창의적인 지식 개발과 활용의 저장소로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작금 국내외 대학에서 전개되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예의 주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과거의 상아탑의 개념에서 탈피하지 못한 대학은 그야말로 자연도태(自然淘汰)되는 현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전통과 명성도 지켜내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학교가 나아가야 할 좌표는 엄숙하며 확고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도전과 역경을 과감히 수용하면서 능동적으로 극복해 나아갈 소명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거듭 지난 한 해의 노고에 대해 온 고대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새해에도 가정마다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1월 1일

고려대학교 총장서리 한승주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