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그는 더 이상 남경주가 아니다. 록 뮤지컬 〈렌트〉에서는 철저한 로저가 되고 <틱틱붐>에서는 존으로 변신한다. 무대에서는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에 열중한다는 그. 천가지 얼굴, 천가지 표정을 갖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 남경주를 만나봤다.
 
△뮤지컬 연극 분야에서 본교생이 가장 만나보고 싶은 사람으로 선정됐습니다.

- 참 행복하네요. 예술을 알게 되면서 관객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을 주고 싶었어요. 이러한 활동이 예술이 존재하는 가치와 가장 잘 맞는 것 같고….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사랑에 관한 메시지를 주고, 사회적인 문제를 등한시하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적인 문제를 화두로 던지면서 무대에 설려고 했어요. 그러한 노력들로 인해 지금 단순한 인기인이 아닌 사람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은 사람으로 뽑혔다니까 보람되고 옛날부터 생각했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네요.

 △한국최고의 뮤지컬 배우라는 찬사뿐만 아니라 ‘오빠부대’를 몰고 다닐 정도로 대중에게 있기가 많습니다.

- 솔직히 얘기하면 인기를 피부로 직접 느끼지는 못해요.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 사람들이 알아봐 주면 기분이 좋긴 하죠. 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무거워졌어요. 언행도 조심하게 되고. 사명감을 갖고 뮤지컬을 하는 것만이 관객들에 대한 보답이겠죠.

그리고 ‘오빠부대’나 ‘최고의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주로 부인하는 입장이에요. 아직 배울게 많고 인기 탤런트나 인기 배우들보다는 사실 덜하잖아요.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과 같이 한다는 게 기분 좋은 거죠.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 원래 큰형이 뮤지컬을 먼저 시작했어요. 큰형 때문에 연극이나 뮤지컬을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고 그러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됐죠. 그 당시에는 뮤지컬 배우가 멋있고 화려해 보였어요. 그런데 실제로 이 일을 해 보니까 쉬운 게 아니고 배워야 할 것도 너무 많더라고요.
뮤지컬 배우를 하면서 가장 어려울 때는 훈련이나 경험부족으로 한계를 느낄 때에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안 될 때도 힘들죠. 하지만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연습하는 것은 즐거워요. 이러한 노력들에는 좀더 나은 미래가 전제 돼 있잖아요. 뮤지컬 배우로서 가장 기쁠 때는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이 공연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때에요. 뿐만 아니라 제 공연을 보고 관객들이 삶에 의욕을 얻을 때에도 보람을 느끼게 되죠.

 △미국유학을 다녀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미국 유학을 가기 전에도 무척 바빴고, 여러 군데서 찾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하고 있는 일들이 진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인가’ 생각해봤더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내 의지대로 하는 일이 반이라면 그렇지 않은 일들도 반 정도 있고. 그래서 나 자신을 한번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유학을 결심하게 된 거죠. 인생 중반지점에서 나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 후에 한 작품들은 등장인물들에 대해 좀더 이해한 것 같아요. 유학 이후의 작품들은 나와 세상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된 이후에 했던 것 같아요.

△본인에게 뮤지컬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일이고 내 적성에 너무 잘 맞는 일이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고 사람들한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나한텐 특별한 가치가 있는 일이에요.

△뮤지컬의 경우 연기, 노래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것을 요구하는 종합 예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평소 연습은 어떻게 하시나요.
-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연습은 해도 해도 부족한 거 같아요. 잠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연습하는 걸로 시간을 다 쓰고 있어요. 연습을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도 없이 힘들어요. 연습을 생활처럼 생활을 연습처럼 그렇게 하는 거죠.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상당히 많은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연의 막을 올리고 또, 막을 내렸을 때의 기분은 어떤가요.

- 하나의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니까 아쉽기도 하고 속이 후련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것은 항상 박수로 채워지죠. 내 앞에 나타날 새로운 것을 위해 심기일전할 심호흡을 크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작품을 마칠 때마다 힘들다기보다는 팽팽한 긴장감을 항상 갖는거죠.정신적으로 그래도 많이 이완이 되요.

△본인이 생각하는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우선 대중들을 위해서 자꾸 새로운 것을 제시해 주는 것이 무대 예술이 갖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뮤지컬은 춤하고 노래가 있어 더욱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오페라의 유령>에서 활약을 하던 뮤지컬 배우가 2세대 뮤지컬 스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그 사람들이 지금 스타가 됐나요? 그 이후에 아무도 주목치 않은 것 같은데. 뮤지컬 스타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실제로 쓰임새 있는 배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에 대해서는 실망스러워요. 전세계적으로 <오페라의 유령>의 주인공들은 스타가 되지 않은 나라는 없어요. 근데 우리나라는 <오페라의 유령>이 끝나고 나서 그 배우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그런 것에 대해서는 본인들 스스로가 더 가슴에 손을 얹고 자기를 돌아봐야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뮤지컬과 그것을 관람하는 관객의 수준은 어떤가요.

- 우리나라는 뮤지컬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서는 많이 모자르죠. 하지만 우리스스로 노력을 한다면 결국에는 점차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의 수준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외국에 비해서는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나 이해가 부족한 듯 해요. 관객들도 배우들이 작품 연습하는 것처럼 본인이 관심 있는 공연이나 전시회·음악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연을 접한다면 아마도 뮤지컬 수준이 좀 더 높아질 거에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십시오.

- 뮤지컬이란 직업은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비전 있는 일 중의 하나에요. 앞으로 무대예술이라는 분야는 어마어마하게 발전을 할 거고. 하지만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진짜 그 일을 사랑하는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이 화려해 보이지만 힘들고 감수해야 될 일이 많거든요. 그래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 지금 당장은 창작극 개발하고 있는 거 잘됐으면 좋겠고. 먼 미래 꿈은 좋은 배우, 쓰임새 있는 배우가 되는 거에요. 지금까지 팬들과 관객들에게 받은 많은 박수들과 사랑을 되돌려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뮤지컬 캠프를 열거나 배우들이 모자란 부분을 재충전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나 워크샵 을 운영해 보고 싶고. 나이가 더 들면 좋은 제자들도 만나고 싶고.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본교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십시오.
- 프로가 돼서 가장 힘든 것은 순수할 때의 마음을 자꾸 잊어버리고 학습을 통해서 배운 관념을 갖기 시작하는 거에요. 예전엔 학습을 통해 배운 관념들이 없었기 때문에 순수했었지만 자꾸 순수한 것을 잊어버리고 관념을 갖게 되거든요. 그래서 나이가 든 배우들은 자기만의 틀이 생겨요. 이 말씀을 왜 드리냐면 자기 자신이 틀을 갖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라는 거에요.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면서 자신을 한번 돌아보고 자기가 생각했었던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으면 해요. 또, 어떤 다른 인접한 분야에 관한 호기심을 많이 갖고 사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의 사랑에 행복감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남경주. 불혹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그의 연기 인생은 여전히 ‘Live’이다. 고된 연습의 훈련조차 사랑한다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한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는.
1960년 경상북도 영덕에서 출생해 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했다. 1982년 연극 〈보이체크〉로, 1984년 뮤지컬 〈성춘향〉으로 각각 연극과 뮤지컬 데뷔를 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1995년), 〈고래사냥〉(1996년), 〈남자넌센스〉(1999년), 〈갬블러〉(1999년), 〈키스 미, 케이트〉(2001년)등에 출현했다.
1995년 제31회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1996년 제2회 한국뮤지컬대상 인기스타상, 1997년 제3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ㆍ인기스타상등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사랑은 비를 타고〉를 1997년 출간했다. 현재 6월에 공연할 창작극 〈페퍼민트〉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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