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우의 1라운드(전체5번), 의아함? 아니 당연함.
임진우의 1라운드(전체5번), 의아함? 아니 당연함.
  • 김명선 기자
  • 승인 2009.08.18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이지 않은 모습’ 속에서의 기다림
임진우의 전체 5번, 의아한 픽이 아닌 당연한 픽

‘보이지 않은 모습’ 속에서의 기다림

하드웨어가 굉장한 투수가 고려대에 입학했다. 배명고를 졸업하고 들어온 임진우(체교 06) 선수다. 구속은 빠르나 제구력이 불안정하다는 평이었다. 특출난 실력을 가진 투수가 아닌 이상 신입생은 토너먼트 형식의 대학야구 포맷 상 출전하기 어렵다. 임진우는 꾸준히 훈련을 반복했다. 커다란 키에 조금씩 몸이 불어 나기 시작했다. 허벅지는 점점 두꺼워졌고 몸은 더욱 단단해져 갔다. 투구폼을 가다듬고 공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2학년 말부터 팀의 불펜 및 마무리 투수로 활약할 기회를 잡는다. 보여줘야겠다는 의욕이 앞서서인지 갑작스레 커진 몸을 버티지 못하며 부상을 겪었다.

끊임없는 노력과 기다림으로 부상을 떨쳐보내며 그는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8년 시즌을 앞두고 떠난 일본 전지훈련에서는 임진우는 프로팀 선수들을 상대로 연일 호투를 펼치며 코칭 스태프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신정락(체교 06), SK 여건욱(체교 05), 한화 박성호(체교 05) 등을 제치고 팀의 마무리 투수로 낙점되며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임진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시즌 전 연습경기 때와 같은 위력적인 투구는 온데 간 데 없었다. 물리적인 부상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불펜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였지만, 본인조차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운드에만 서면 작아졌다. 동기 신정락이 승승장구 할수록 자책은 더욱 심해졌다. 

1라운드 삼성행 임진우
하지만 임진우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위기를 견뎌냈다. 2008년 정기전을 앞둔 합숙훈련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조금씩 찾기 시작했다. 그리자 기회가 찾아왔다.

2008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종합야구선수권대회가 그 무대였다. 에이스 신정락이 팔꿈치 부상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고, 4학년 선수들이 프로 입단으로 팀을 빠지게 되자 임진우에게 팀의 에이스 역할이 부여된 것이다. 임진우는 간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등판했고, 팀이 치룬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했다. 비록 건국대와의 4강전에서 끝내기 폭투를 허용하며 허무한 패배를 맛봤지만 3승을 책임지며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임진우는 안정된 투구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공에 힘이 붙어 팀 내에서 ‘돌직구’라는 별명을 얻었다. 춘계리그의 중요한 8강 단국대전의 선발의 특명이 내려 졌다. 단국대전에서 상대 타자의 공에 맞으며 2.2이닝만을 던진 채 강판된다. 허벅지 부상이 발견된 것이었다. 공을 힘주어 던질 때마다 너무나 아픈 통증으로 다가왔다.

임진우의 얼굴은 항상 어두워 보였다. 고려대의 마운드는 어느 해보다 단단해 보였다. 동기인 신정락은 여전히 에이스였고 작년까지만해도 어린 줄만 알았던 새내기들인 윤명준, 임치영, 문승원은 마운드의 핵심으로 한층 성장해 가고 있었다.

하계리그에 마침내 임진우는 돌아온다. 비록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장기인 돌직구를 유감없이 뽐냈다. 선발이나 계투로 출전해 선발이면 선발, 계투면 계투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었다. 뭔가 보여주었지만 임진우의 표정은 나에게 있어 무서웠을 뿐이다.

송추로 찾아간 어느 날이었다. 임진우 선수가 보인다.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지내다보니 임진우 선수의 평소 모습은 굉장히 쾌활한 성격이었다. 프로필을 작성하며 동기들과 환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은 잊지 못한다. 옆에서 듣는 내내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철홍 코치를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적었다고 자랑하고 다니자 박 코치는 "저 놈은 사회 생활을 할 줄 아는 녀석이야"하며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이런 웃음 속 뒤에 감쳐진 힘들었던 부상 경력. 이 선수는 어떻게 훌훌 털어 낼 수 있을까. 대학에서의 부상 경험을 살려 자기 몸을 더 아끼고 관리하는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되었다. 부상의 경험이 자신을 더 갈고 닦고 사랑하게 만든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두산 2군 경기와 앞서 자신의 투구 이닝과 투구수를 미리 체크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임진우 선수의 경기 후 어두운 모습 속에서는 늘 강한 책임감이 있었다. “내가 조금 더 잘했어야했는데…”하는 욕심과 분함에 웃을 수 없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은 던진 이닝이 적다고 루머를 만들어 내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내가 지켜 본 임진우는 마운드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고, 욕심이 많은 선수이다.

많이 던지지 않은 것 또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후반기 던지지 않았던 점이 오히려 자신의 몸과 정신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장효조 스카우트 팀장은 “균형 잡힌 안정된 투구 자세, 힘이 있는 공, 다양한 변화구에 초점을 두어 1군 즉시 전력감으로 뽑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1라운드 지명은 예상 못해 너무나 기쁘지만 한편으론 책임감을 느낀다는 임진우. 자신에게 한없이 겸손하면서 단점을 스스럼없이 말해주는 그. 임진우는 바로 체구만큼이나 듬직한 마음가짐을 가진 노력하는 선수이다.

연도

경기

선발

이닝

볼넷

사구

삼진

방어율

2009

9

5

26

11

2

18

2

0

3.12


다음은 지명 종료 후 SPORTS KU와 전화를 통해 간단히 가진 인터뷰다.

SPORTS KU) 고려대 진학 후 어떤 점이 성장했나.

특별한 것은 없다. 몸이 좋아지면서 공 던지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SPORTS KU) 프로에서 보완할 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직까지 제구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SPORTS KU) 자신있는 변화구. 직구 최대 구속은.

일단 가장 자신 있는 공은 직구다(웃음). 150km/h까지 던져 보았고 145km/h를 유지하는 편이다.

슬라이더를 곧잘 던진다.

SPORTS KU) 경기가 안풀릴 때 대처.

특별한 것은 없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최대한 포수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SPORTS KU) 1라운드 지명을 예상했는가.

어제 감독님과의 면담 때 3-4라운드 지명을 예상했다. 좋은 것도 있지만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SPORTS KU) 지인들에게 축하 전화를 많이 받았나.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는.

계속 축하 전화 받고 있었다. 인터뷰는 지금이 처음이다. 삼성 스카우터 팀 쪽에서 전화가 와서 “너의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 열심히 해보자”며 전화가 오신 게 전부다.

SPORTS KU) 유연성 및 연투 능력은 어떤 편인가.

조금 부족하고 연투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컨디션이 100% 올라오면 괜찮다.

SPORTS KU) 정기전.

올해가 마지막 정기전인만큼 꼭 던져 보고 싶다. 올해는 좋은 컨디션으로 끌어 올려 팀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팀 내 분위기가 좋은 만큼 2승2패 맞추고 졸업하겠다.

SPORTS KU) 축하한다.

고맙다.


임진우는 평소의 목소리에 달리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해 나갔다. 의외의 지명에 본인도 어리둥절한 목소리였다. 곧바로 그는 1라운드 선수의 책임감을 깨닫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임진우의 픽에 대한 의아함이 아닌 당연함의 모습인 것이다. 임진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마운드를 향해 꿈을 꾼 선수인만큼 몇 년 안에 훌륭한 프로야구 선수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