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행정안전부가 행정고시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2011년부터 기존 행정고시의 명칭이 ‘5급 공채’로 바뀌고 2015년까지 공채인원이 50%로 줄어든다. 본교 고시생과 관계자들이 이번 개편안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본교 고시생들은 갑작스런 발표에 당황 반, 자신감 반이었다. 갑작스럽게 발표가 돼 당황했지만 다시 개의치 않고 고시 공부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신 모(정경대 경제학과) 씨는 “많은 수험생들이 개편안 발표로 당황했지만 애초에 다들 1등할 각오로 시작한 사람들이라 포기한다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고 말했다. 행정고시동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 모(정경대 행정학과) 씨도 “그만둔다기보다는 감축이 더 진행되기 전에 붙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안암캠퍼스에는 안암학사에 위치한 행정고시동과 정경대, 경영대, 문과대, 사범대, 법과대에 단과대 행정고시반이 있다. 고시동측은 아직까지 모집인원과 운영방법에 별다른 변화를 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단과대 고시반도 같은 상황이다. 행정고시동 총무 김강배 씨는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고 개편을 이유로 고시동을 나가는 사람은 없다”며 “학생들의 반응이 무덤덤한 만큼 고시동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고시동을 담당하는 김태일(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고시와 같은 형식의 시험이 폐지되는 것은 아니니 고시동의 운영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다”며 “공채 시험이 종전의 행정고시와 다르게 바뀐다면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행시 개편안으로 고시학원과 고시생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는 기성언론의 보도와 달리 본교의 고시생들이 담담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의 관계자는 “사실상 예전부터 27.3%를 특채로 선발하고 있었다”며 “내년부터 30%를 민간인전문가로 선발한다고 해도 내년이나 내후년까진 공채인원이 거의 감축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본교가 고시 합격률이 높은 것도 한 요인이다. 3년간 본교 행정고시 합격자는 133명으로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에 떨어진다는 생각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포기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른 대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모(서울대 경영) 씨는 “문이 좁아지긴 했지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으로 수혜자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 로스쿨 학생들은 명확한 개편안이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강성식(법학전문대학원) 씨는 “졸업 후에 공직으로 나가는 길이 생겨 나쁠 것은 없지만 졸업 후 행정공무원이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학생은 거의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본교 행시 관계자들은 이번 개편안 발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태일 교수는 “사법고시나 외무고시는 사전에 공청회와 여러 논의를 거치며 개선안이 도출됐는데 이번에는 마치 민간기업 모집처럼 너무 갑작스럽게 발표가 됐다”며 “앞으로도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고급공무원이 기득권 세력의 전유물이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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