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은 만석이었고 60명 정도 돼 보이는 남자들은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기도 하고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가녀린 체형의 머리를 묶어 어깨까지 내려온 사람이 보였다. ‘여자가 오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 찰나, 자세히 본 그녀는 그녀가 아닌 예쁜 ‘그’였다. 여장을 한 남자도 보였다. “저런 사람들을 드랙퀸(Drag Queen) 이라고 해” 드랙퀸은 여자 차림을 좋아하는 남자동성애자를 말한다. 하지만 몇몇을 제외한 사람들은 차림새나 외모가 보통 남자와 다르지 않았고, 남성스럽고 준수한 외모를 가진 다수의 남자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는 청바지에 훅 파인 흰색 민소매 티를 입고 체크무늬 남방을 걸친 정현우(남․28세) 씨와 건배했다. 그의 검정색 귀걸이와 파인 민소매 티 덕분에 살짝 보이는 문신은 인상적이었다. 정 씨와 A(남․21세) 씨는 친구의 소개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한지 1달이 넘었다. A는 정 씨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본다. “멀쩡한데 왜 남자친구 없어요? 소개시켜줄까요?” 라고 농담을 한다. 정 씨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밖으로 잠시 통화하러 나간다. A는 그런 그를 살짝 질투해보이기도 한다.
술집에는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술과 함께 흥이 난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간단한 춤 동작을 춰 보이기도 한다. 한 쪽에선 헌팅이 이뤄진다. “저 손님이 손님과 술 한 잔하고 싶어 하세요” 사장님은 손님의 의견을 전하고 술집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어간다. 갑자기 불이 꺼지고 생일을 축하하는 음악과 함께 한 남자 앞에 촛불 켜진 케익이 놓여있다. 마침 그 테이블에 있던 우리 일행의 전 애인이 케익을 나눠주는 호의를 베푼다. 듣던 대로 ‘그들’의 이별 후 관계는 깔끔한 듯 했다. 옆 테이블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일반인 코스프레하기 힘들어” 술집에 방금 도착해 자리 잡은 그는 술을 많이 마실 것만 같았다.
술집에 막 들어서서는 처음 접해보는 생소한 문화에 어색했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술 한 두잔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익숙해진 나를 발견했다. 그들은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모습으로 ‘그들 나름의 문화’에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