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거야. 누구를 위해 이렇게 하는지..."

극중 빈털털이 주인공 네모리나가
사기꾼 약사 둘까마라로부터 받은
사랑의 묘약이 효력이 없자
(아디나가 그에게 애정을 보이지 않자)
약을 한 병 더 사서 마실 결심을 하고
연적 벨코레 상사가 '약살 돈 20편을 줄테니
입대하라'는 제안에 동의하면서 내뱉는 말이다.

요근래 주위에 사랑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상대방은 생각지 않고
본인이 '희생한다는 생각'에만
초점이 가있어서
정작 '사랑'은 하지 못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만 하면서
자신을 몰라준다고 넘겨짚고는
상대방을 원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후에 내용들은 빈털털이인 네모리나가 벼락부자가 되고
이에 여자들이 뒤따르는데다 아디나 역시 마음을 여는 등
조금은 황당하고 다소 가벼운 느낌이 있는데다가

14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완성한 관계로
도니제티의 오페라는 스토리의 전개가 모순이 있기도 하고,
작곡 수법에 결함이 있기도 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차치하고라도

내 눈을 붙잡은 장면을 다시 곱씹어보면서
'약'에 의존하려는 사랑법이
오늘날 '발렌타인 데이' 등 '선물' 혹은 '돈'으로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고자 하면서
정작 자신은 드러내지 못하는 관계를
편의상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한예종과 우리 학교간에 맺은 교류협정의 일환으로
이뤄진 이번 공연이기에
'문화'에 목말라 하던 우리 학우들에게는
'단비'와 같았던 공연이었으며
한예종 역시 좋은 공연을 좋은 공연장에서 선보일 수 있어
문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었던
성공적인 '윈-윈'전략이 아닐까 싶었다.

한예종은 우리 학교에서 공연하는 것을 감안해서
실제 극중에 포도주 대신 '막걸리'를 묘약으로 설정하는
세심하고도 즐거운 배려로 많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극 중 자막에도 세심한 신경을 써서 큰 관심을 끌었다.
신세대의 감성에 맞게 '^^;'등의 이모티콘을
적절히 섞어쓴 것은 물론
'특검', '대통령 권한 대행 인' 등 시의성 있는 문구를
적절히 삽입해서 웃음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실은 언어보다 더 큰 마음의 공명을 일으키는 것은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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