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취향 따라 다양한 유물 보존 

시설 여건 좋지 않은 곳도 많아

“국가 개입보단 자율적인 평가해야”

 

  사립박물관은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 주민들의 문화생활에 기여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재정, 인력 문제 등으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2008년 국공립박물관 관람료 폐지 이후, 사립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수는 크게 감소했다. 사립박물관은 학예직이나 소장품 수에 비해 연간 관람객 수가 평균적으로 제일 적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박물관 연간 관람객은 국립 45만 8,000여 명, 공립 11만 6,000여 명, 사립 10만 2,000여 명 순이다. 관람객 수 감소는 재정난, 인력난, 시설 부실화로 이어졌다.

 

  ‘개인재산’에는 정부 지원 어려워

  국공립박물관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비교적 지원이 풍족하고, 지자체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파산 위험은 적다. 사립박물관은 규모나 예산 면에서 국공립박물관과 비교하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코로나19로 관람객 수가 감소하고 교육 프로그램이 중단되며 사립기관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사립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설립자의 특성에 따라 유물 및 전시품을 수집했다는 점이다. 사립박물관 대부분은 체계적으로 기획, 조성된 것이라기보다는 설립자 개인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수집한 유물들로 구성된다. 다양한 유물을 개인 소유물로 한정 짓지 않고 그 문화적 가치를 지역 주민 등 관람객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러한 사립기관의 공적 기여를 무시할 수 없지만, 개인 재산이라는 이유로 정부 차원의 지원과 보호 육성책이 미비하다. 사립박물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정 취약성이다. 대다수 사립박물관은 개인 수집가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상당한 재산을 투입해 박물관을 설립하지만, 지속적인 재정 적자를 감당할 만한 설립자는 사실상 드물어 운영난에 부딪히게 된다.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포항바다화석박물관은 강석중 관장이 건설업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을 화석 수집에 투자해 설립한 곳이지만, 재정난을 겪으며 가족이 직접 직원으로 나서 운영을 돕기도 했다. 강릉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 제주 아프리카박물관, 영덕 경보화석박물관, 서울 짚풀생활사박물관, 경기 등잔박물관과 일본군위안부박물관 등도 전문적인 소장품과 전시 형식을 갖췄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립 운영 주체가 법인이라면 시설 여건 역시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나 개인이라면 주거시설을 개조하거나 기존 건물의 일부를 임차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등록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수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병식 전 경희대 미술대학 교수는 “사립박물관이나 미술관은 100% 설립자의 경비로 운영된다”며 “미국이나 유럽 국가와 다르게 재정 구조가 빈약한 상태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관들의 설립을 허락해준 법 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유럽 등은 사립기관을 위한 금전이나 재능 기부 제도가 잘 마련돼 있고, 기부 시 세금 감면 등 혜택도 많다.

 

  평가인증제 시범사업 진행하기도

  사립박물관의 전체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평가인증제’가 주로 언급되고 있다. 현재 국공립기관에 대해선 전부 평가인증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반면, 사립기관은 인증을 희망하는 기관에 한해 선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국공립박물관에 대한 사립박물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가인증제를 의무화하고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양질의 콘텐츠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립박물관을 대상으로 평가인증제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최병식 교수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일정한 기준을 부여해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평가인증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사립박물관협회가 나서되 제3의 평가 전문가가 있는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며 자율적인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사립박물관을 대상으로 일정 부분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승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립박물관이나 미술관 차원에서 세제 감면에 대한 요청이 꾸준히 있었다”며 “이 경우 특별 대우를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탈세나 투기 목적으로 건립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성 연구위원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섣불리 면세 혜택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은 사립미술관이 처한 문제의 미봉책일 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병식 교수는 “세제 혜택 등 아무리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르더라도 차별화를 하지 못하면 결국 무용지물”이라며 “양질의 콘텐츠를 갖추고 있으면 결국 관람객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사립미술관이 정부 지원에 기대기에 앞서 기관 자체적으로 차별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민선 기자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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