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변하는 생활상 

온라인 세대의 자기계발 

“경쟁 심리 부추기기 자제해야” 

   

습관 형성 앱 ‘챌린저스’는 참가자들의 챌린지 달성률과 챌린지 분야에 따라 목표 배지를 부여한다.

  청년의 삶은 언제나 그 시대를 반영한다. 외환위기를 막 끝낸 뒤 ‘잘 먹고 잘살자’는 ‘웰빙(Well-Being)’이 유행했고, 반복되는 경제위기에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의 ‘욜로(YOLO)’가 등장해 새로운 소비 패턴을 이끌며 인기를 끌었다. 취업난에도 소소한 행복은 포기할 수 없었던 이들은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외쳤다. 이 모든 생활상을 관통하는 것은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청년의 생각이다. 

  지금 대한민국 청년사회는 ‘갓생’ 열풍이다. 갓생은 신처럼 완벽함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이 합쳐진 신조어로, 신의 경지에 이를 만큼 멋진 삶을 뜻한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소소한 실천으로 일상에서 루틴을 형성한다. 갓생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청년들의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등장한 ‘갓생’ 

  갓생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제어와 성실함이다. 일상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던 웰빙, 힐링과 달리 일상 속 실천에 목표를 둔다. 소비로 욕구를 실행하는 욜로나 별도의 목표 설정이 필요 없는 소확행과도 다르다. 작더라도 꾸준한 실천으로 성장에 집중한다. 평소 ‘열품타(시간 관리 앱)’를 사용해 자기계발을 해 온 김민갑(정경대 경제16) 씨는 “처음에는 앱에 의존해서 공부 습관을 들여왔지만, 지금은 굳이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상의 모든 것을 개인맞춤형으로 만드는 ‘초개인화’ 시대가 된 2020년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자각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맞물리며 갓생이 탄생했다. 전승우(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극도의 경쟁에 치닫게 되면서 사람들이 사업가처럼 행동한다”며 “갓생 역시 삶을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전략을 짜고, 효용 가치를 따져 일상을 경영하는 행위”라 분석했다. 

  2022년 코로나의 장기화와 새해 계획 세우기로 인해 갓생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2020년 초 등장한 갓생은 검색량이 2021년 10월보다 2022년 1월에 3배 이상 늘었다. 2022년 4월에는 검색량이 최고치에 달했다. 구글에서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대학생의 방학 기간에 유동적으로 증가하다가 2022년 1월을 기점으로 전반적인 검색량이 증가했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부 활동이나 대인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삶에 규칙을 부여하기 위해 갓생이 시작된 것”이라 설명했다. 

  

  갓생을 기록하고 공유하다 

  갓생은 코로나19 시기에 맞춰 온라인상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Meta)’는 올 한해를 주도한 인스타그램 키워드를 발표했다. ‘공스타그램(공부+인스타그램)’이 팔로워 수가 많았던 국내 해시태그였으며, ‘오운완(오늘의 운동 완료)’ 이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공스타그램을 운영한 이수아(여·20) 씨는 “공스타그램은 누군가가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극받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갓생을 돕는 앱 이용자도 많아졌다. 2018년 출시된 ‘챌린저스’는 이용자가 참가비를 낸 후 목표를 지키면 상금을 받고, 지키지 못한 경우 벌금이 부과되는 앱이다. 출시 4년만에 누적 가입자 160만 명과 누적 챌린지 수 708만 개를 달성했다. 챌린저스 2022 연말 결산 리포트에 따르면 이용자 대다수가 25~39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교수는 “돈을 걸면서까지 자기 개발을 하는 게 기성세대와의 차이점”이라며 “MZ세대는 대졸자가 많아지면서 학벌 경쟁력이 낮아져 자기 개발에 예전보다 더 큰 욕구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네이버밴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10~20대 유입이 대폭 늘었다. 네이버밴드는 ‘책 함께 읽기’처럼 목표를 설정하고 인증하는 ‘미션 밴드’ 기능을 추가한 후 1020 세대 사용자가 전체연령 대의 35%를 차지했다. 목표 달성 연합동아리 ‘똑똑 집단’ 역시 네이버 밴드를 활용한다. 똑똑 집단 회장 김희수(덕성여대 문헌정보학 21)씨는“매달 각자 목표를 세우고 밴드에 설정 일지와 달성일지를 작성해 올린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20학번 A씨는 “밴드에 들어가면 다들 열심히 살아간 흔적이 있어 많은 자극을 받는다”며 “올해도 피부 관리 루틴, 코딩 공부 등 여러 목표를 세웠고 부원들과 함께 이뤄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갓생과 아이템을 합친 ‘갓생템’과 새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상품이라는 뜻의 ‘결심 상품’이 등장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 지난해 12월 15~31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학습 용품, 건강관리 용품 등의 매출이 2021년 동 기간 대비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강의 수강권을 비롯한 온라인 교육 분야 거래액은 1662%나 늘었다. 타이머 등 학습기기(59%), 학습 플래너(27%), 달력(57%)과 건강보조용품(63%), 전자담배·금연보조용품(54%) 등 건강관리 용품도 인기를 끌었다.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부)교수는 “MZ세대 용어를 잘 활용해 마케팅했기 때문에 결심 상품의 매출이 오른 것”이라며 “청년의 소비 행태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다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답게 온라인 소비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과유불급 주의해야 

  갓생 문화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상대적으로 천천히 자기계발을 하던 과거와 달리 조급함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학생들이 극한의 경쟁상태에 몰리다 보니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것도 조급해하고,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기까지 해서 안타깝다”며 “개개인에게는 갓생이 도움 되지만 한국을 ‘열심히 사는 건강한 사회’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 타인과 갓생 살기 챌린지를 보여주기식으로 공유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 교수는 “매일 목표를 실천하는 것이 힘든 만큼 사람들과 서로 격려하는 것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SNS에서 타인을 의식해 수동적으로 실행하는 갓생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휴식조차 열정적인 갓생이 유행처럼 자리 잡으며 타인과 비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철현(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SNS 속 타인의 갓생이 평범한 수준이라고 여기게 되면서 패배감이 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루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문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갓생 사는 방법’으로 미라클 모닝, 매일 운동처럼 정형화된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후 8시 넘어 퇴근하는 사람이 헬스장에서 2시간씩 운동하고, 다음 날 5시에 기상하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면 오히려 수면 부족과 같은 건강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공과대학 19학번인 조 모씨는 “요가, 뉴스레터 읽기, 일기 쓰기 등 다양한 목표를 시도해 왔다”며 “작심삼일이더라도 여러 방법을 시도해 자신만의 ‘갓생’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갓생을 업무처럼 느끼기 시작하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갓생이 하기 싫어질 수 있다”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 박지연 기자 nodelay@ 

사진 | 이가림 기획1부장 forest@ 

인포그래픽 | 김성민 기자 meenyminym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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