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00개가 넘는 출구와 전 세계 승하차량 1위를 자랑하는 신주쿠, 동양의 타임스 스퀘어라고 불리는 시부야, 서브컬처의 중심지 이케부쿠로까지. 도쿄의 세 심장, ‘도쿄의 3대 부도심’이다. 이 심장들을 관장하는 도쿄의 ‘두뇌’는 어디일까. 바로 도쿄의 도심 지역이다.

  도쿄역, 긴자, 오테마치, 카스미가세키 등을 중심으로 한 도쿄의 도심은 서부의 신주쿠, 시부야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광고판들은 온데간데없고, 도쿄역사를 필두로 들어선 세련된 유럽식 건물들이 차가우리만큼 차분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 중 ‘카스미가세키(霞が関)’는 일본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다. 국가행정조직과 국회의사당이 자리 잡고 있고 여러 당사와 대사관이 밀집해 있다. 우리나라의 종로와 여의도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카스미가세키는 1년 내내 조용하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시위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작은 목소리를 모아 불의에 함께 맞서 왔던 역사가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아(我)와 비아(非我) 간의 대결 구도가 설정됐고, 상대를 설득하거나 타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위 문화’가 발전했다. 반면 일본은 천황 중심으로 나라가 통합된 이후 그러한 구도가 펼쳐진 적이 많지 않다. 오히려 다수가 따르는 흐름에서 벗어난 주장을 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며 시위 문화는 사장됐다.

  일본인들은 시위는 물론 정치 전반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일반화된 ‘세습 정치’에 문제 삼지 않는다. 어떠한 정당이 정권을 잡든, 어떤 총리가 부임하든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은 자리 잡힌 지 오래다.

  일본 사회는 신경증에 가까우리만큼 만물을 정치화하는 근래의 한국과 다른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의 지나친 흑백 논리적 정치 정쟁과 일본의 정치적 무기력의 사례를 보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중도(中道)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용석(문과대 영문21)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