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면한 고령화 사회를 중심으로

  교환 유학을 온 친구들은 일본이 아직도 ‘아날로그’를 고수한다며 신기해한다. 일본은 확실히 디지털 도어락보다 열쇠를, 키오스크보다 점원 응대를 선호한다. 코로나19 당시 확진자 수 추이를 보건소 벽면에 직접 표시하느라 천장까지 스티커를 붙이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공서도 작업을 대부분 수기 처리를 하기에 간단한 업무도 30분 이상 소요된다. 효율의 민족인 한국인의 시선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투성이다. 일본은 왜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하는가.

  첫 번째론 디지털에 대한 미묘한 불신이다. 80년대에 경제적 전성기를 보낸 일본 기성세대는 성공 신화에 대한 굳건한 확신과 향수(愁)를 가졌다. 자연스레 보수성이 짙어져 2000년대 돌풍을 일으킨 디지털 혁명엔 회의적이었다. 위험회피적 성향의 일본인에게 디지털 불안정성과 보안 취약성이 두려웠던 것 같다.

  결이 다른 두 번째 이유가 있다. 아날로그는 ‘모든 세대의 접근성’을 실현할 수 있는 열쇠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사회로 인구 약 30%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초고령화 사회 속 아날로그는 노인 소외와 세대 격차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은행과 구청에선 종이 양식과 우편 신청을 기본 선택지로 유지한다. 경기나 콘서트도 대부분 현장에서 표를 발권할 수 있다. 예약은 인터넷보다는 전화로 이뤄진다.

  반면 한국에선 키오스크에 당황하는 한 할머니의 사연이 보도됐다. 온라인 예매 방식으로 인해 한국시리즈나 콘서트 표를 구하지 못한 장년층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디지털 사회 속 노인’에 대한 논의와 제도 정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는 일본처럼 아날로그로 회귀해야 할까? 아니다. 디지털화는 다가올 AI 시대에 분명한 무기다. 다만 2045년에 한국이 일본보다 고령화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지금, 디지털화에 발맞춰 노인 소외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이 문화 지체 없는 진정한 선진국의 품격을 보여줄 것이다.

 

이용석(문과대 영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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