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 최적 후방공급기지

무기 지원 구체적 증거 없어

합의 무효, “영향 미미” vs “우려”

 

 

  북한-러시아의 노골적인 군사협력과 북한-하마스의 무기거래 정황 포착에 이어 최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해 한반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미 군 수뇌부에 “북한이 하마스식 기습 공격을 포함한 어떤 도발을 감행해도 단호히 응징할 수 있는 한·미 연합 대비 태세를 유지해달라”고 발언했다. 북한이 하마스식 기습 공격을 할 가능성은 어느정도이며, 북한-러시아와 북한-하마스 간 무기 거래는 사실일까.

 

  가까워지는 북러, 무기 거래 정황도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는 최근 강화되는 추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러시아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북한에 방문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당시 통일부는 “2019년 러시아 방문과 비교했을 때 군사 분야 북한 담당자들이 많았다”며 “과학·경제를 담당하는 오수용 당비서와 과학·교육을 담당하는 박태성 당비서의 동행을 볼 때 과학 분야에 대한 논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9일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을 위해 기술적 지원도 한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달 13일 북한이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한 정황이 담긴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영국 국제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미국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8월 말부터 10월 14일 사이 최소 2척의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과 두나이항 인근의 소규모 러시아 해군시설을 적어도 다섯 차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통일연구원 홍민 연구위원은 “보고를 종합하면 8월 말부터 최소 6차례 해상 무기 운송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김정은의 방러 이전부터 무기 지원이 이뤄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9일 KBS 시사 프로그램에서 “김정은 방러 이후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 현황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대략 3000개 정도의 컨테이너가 러시아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했다”며 “북한이 대가로 우주 발사체 등 군사 기술과 겨울나기를 위한 연료·식량을 상당량 지원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러 관계로 양국이 얻은 바는 무엇일까. 홍민 연구 위원은 “러시아에게 북한은 제재를 감수하면서 탄약과 포탄 등 소모전을 지원할 후방 공급기지로서 최적의 국가”라며 “단기적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적 소모전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견제하고 ‘우크라이나 피로’를 자극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라며 “동북아 및 서태평양에서의 미국 견제도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에겐 북한이 고립돼 있지 않음을 한·미·일에게 알릴 좋은 기회이자 대중국 의존성을 분산해 협력 창구를 넓힐 기회다. 핵 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러시아의 협력 가능성을 높여 미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하마스식 기습 공격 가능성은

  러시아와의 협력뿐 아니라 하마스와의 무기 거래 정황도 보고됐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지난달 17일 “하마스가 북한과 무기거래, 전술교리, 훈련과 같은 여러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북한은 하마스의 공격 방법을 대남 기습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휴일 새벽 기습공격 △대규모 로켓 발사로 아이언돔 무력화 △드론 공격으로 분리 장벽 감시·통신·사격통제체계 파괴 후 침투 등의 양상이 북한의 전술 양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안보 단체 ‘알마연구·교육 센터’의 새리트 제하비 대표도 지난달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북한의 땅굴 기술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무기 수출 및 전술 지원 관련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새리트 제하비 대표도 해당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북한으로부터 땅굴 기술을 직접 얻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답했다. 통일연구원 서보혁 연구위원은 “정황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 추정”이라면서도 “북러가 거래한 컨테이너도 내용물을 확인하지 못했고 하마스와의 무기 거래도 일부 자료를 편파적으로 보도한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참이 언급한 북한의 하마스식 기습 공격은 실재하는 위협일까. 이동선(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하마스식 전략이 남북 관계에서 성공하기 어렵고, 북한이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기습은 상대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군은 하마스식 공격을 걱정할 만큼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 않아 기습당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테러 단체가 아닌 국가라는 특성과 국제 여론에 기대지 않는 북한의 특성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동선 교수는 “하마스식 공격의 특징 중 하나인 ‘기습 후 민간인 살상 및 인질로 잡기’는 상대에게 공포를 심어 원하는 대로 상대 정부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비국가 테러 단체의 싸움 유형”이라며 “북한이 국가 테러를 하긴 하지만 테러 단체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마스식 방식은 인질을 잡고 민간인을 살상한 후 상대의 과도한 보복을 유도해 국제 여론의 압박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북한 같은 국가들은 국제 여론에 기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안보적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는 함의도 찾을 수 있다. 서보혁 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정보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하마스의 2년에 걸친 유화 전술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고, 요격률 90%를 자랑한다는 아이언 돔은 수천 발의 로켓 공격에 무색해졌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주는 일차적 함의는 정보 획득과 안보태세의 일체성이 막중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9·19 군사합의 파기로 긴장 고조

  남북 관계는 지난 2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고, 우리군은 22일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 정지를 의결해 최전방에서 대북 정찰을 재개했다. 9·19 군사합의는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 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질적 군사 대책 강구 등을 포함한다. 북한은 지난 23일 국방성 명의의 성명에서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상·해상·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인 박성진 안보22 대표는 “남측의 9·19 군사합의 효력 일부 정지와 북측의 사실상 파기 선언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급작스럽게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선 교수도 “당분간은 정치적 대립과 군사적 긴장이 더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 전했다. 군사분계선에서 경계 태세 강화가 가능하다는 플러스 요인과 군사 긴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마이너스 요인을 고려하면 총체적으로 큰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반도평화연구원 운영위원인 조정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19 군사합의가 제재하고 있던 것을 남북 양측 모두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포기할 건 포기하고 우리도 양보할 건 양보하는 국면이 오길 바라지만 당분간 현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박성진 대표는 “9·19 군사합의라는 ‘족쇄’를 벗어버린 북한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고의적 군사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과거 도발보다 수위를 높인 군사적 충돌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은 ICBM을 보유한 북한을 의식해 보복에 미온하게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게다가 미군은 과거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때도 샤프 전 유엔군 사령관을 앞세워 한국군을 자제시킨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3차 발사가 성공적이었고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한다”며 “성공에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정황상의 증거 외에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이동선 교수는 “사실이라면 북한이 러시아의 본격적인 도움을 받게 된 것이 큰 변화”라며 “앞으로도 북한이 군사력 증강에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기존보다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조정현 교수는 “국내 정치도 힘들지만, 세계정세도 힘든 상황”이라며 “북핵 문제, 대중 정책 등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김아린 기자 arin@

일러스트 | 김정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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