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76.6%가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에 찬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핵 보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세계정세 속 남북한의 관계가 악화되는 지금, 군사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정성장 세종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에게 물었다.

 

 

  -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은

  양무진 | “엄중합니다. 한반도 안보는 국내 정치 요인, 남북 관계 요인, 국제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요. 국내 정치 요인에서 우리나라엔 경제 문제 등 현안이 많고, 북한도 코로나 이후 경제난과 경제 제재 등을 해결하기 위한 일정이 많습니다. 양측의 정치 현안이 남북 관계 발전을 방해하고 있어요. 두 번째로 남북은 서로를 주적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비핵화되지 않은 북한과는 관계를 완화하지 않으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적대관계의 최정점에 양측 최고지도자가 우뚝 서 있어요. 남북 양측의 지도자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관계 복원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 요인 중 미중 관계가 한반도의 갈등과 경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북러 군사 협력이나 북한 하마스 포탄 공급설 등의 영향으로 9·19 군사 분야 합의서 일부 효력도 정지됐죠.”

  이호령 |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대화를 단절한 지 오래됐습니다. 북한은 국방 최우선 정책을 취하고 있어요. 문제는 북한이 5대 핵 강대국이 취하는 핵 정책의 수순을 밟게 된다는 거죠.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정책 때문에’, ‘한국의 대북 정책 때문에’라는 이유를 들며 계속 핵을 개발하고 있죠. 하지만 북한이 핵을 개발할 만큼의 위협을 받고 있진 않습니다.

  정성장 | “작은 불씨 하나가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러시아 전문가 대부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마스 대규모 공습도 마찬가지죠.

  북한의 전술핵무기는 대한민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전방에서 수도인 서울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요. 전술핵무기 운용부대를 동원해 남한의 주요 군사 지휘 시설, 공항, 항만 등을 타격하는 모의 연습까지 했죠. 상공 800m 정도 되는 높이에서 핵탄두를 터뜨리는 훈련을 했고, 핵 어뢰 발사 실험도 하고, 대략 한 20척 정도의 중형 잠수함을 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술핵 공격 잠수함으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한미가 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고 미국이 초강대국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보유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미 간 핵전쟁이 됩니다. 과연 미국이 이걸 감수할까요? 북한에 독자적으로 맞설 힘이 없는 한, 우리는 계속 공포에 떨게 될 겁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양무진 | “확률적으로 상당히 낮죠.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로 가고 있고, 우리도 대북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대화의 틀이 전멸됐어요. 서로 원하는 조건을 두고 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 무력을 헌법화했습니다. 이란과 리비아처럼 핵물질이나 핵무기 한두 개를 갖고 있다고 추정되는 국가들은 비핵화하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5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비핵화된 사례는 없어요. 사실상 어려운 거죠. 그럼에도 핵을 계속 이고 갈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0.1%의 비핵화 가능성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이호령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30년간의 노력이 있었지만 실질적 진행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어요. 비핵화 노력이 가시화된 적도 있었지만 결국 백지화됐죠. 초기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이 협상용이라 생각해 북한의 요구사항을 충족해주면 비핵화가 가능할 거라 판단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은 협상이 아닌 안보 차원에서 핵이 반드시 필요하단 인식을 갖게 됩니다. 결국 북한 스스로 비핵화를 할 수 없는 논리를 형성한 거죠. 미국과 우리나라에 대한 적대시뿐 아니라 군부 재편과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맞춘 구조 재편성 등을 고려했을 때 비핵화 가능성은 이전보다 훨씬 낮습니다.”

  정성장 | “제로라고 봐야죠. 2018년에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막상 하노이에서 내놓은 카드는 영변 핵 시설 폐기였어요. 기존 핵무기나 ICBM은 아예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도 않았죠. 완전한 핵 폐기를 얘기했지만, 부분적인 핵 폐기에 대한 대가로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 한 겁니다. 시도가 좌절되자 북한은 계속 단거리 미사일 등을 발사하면서 남한에 대한 타격 능력을 발전시켜 왔죠. 현재 180개의 전술핵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초대형 방사포를 전방에 실전 배치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는 전보다 더 큰 보상을 해줘야 하죠. 심지어 지난 9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헌법에 명문화했습니다.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는 건 비현실적 목표라고 봅니다.”

 

  -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대한민국 자체 핵무기 개발 필요성은

  양무진 | “전술핵 재배치는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한국이 핵을 보유하면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주장할 명분이 사라집니다. 필리핀과 대만까지 핵을 갖는 핵 도미노 현상도 우려되죠.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전술핵이 들어오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하기보단 핵 경쟁을 할 겁니다. 자체 핵무기 개발은 제2의 북한이 되는 걸 각오해야 합니다. 우리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죠. 폐쇄 국가인 북한도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데, 통상 국가인 한국에서 제재를 받으면 군사·경제·외교·정치적으로 국가가 파괴됩니다. 우리는 미국을 동맹국가로서 신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우산 국가인 상황에서 전술핵은 의미가 없어요. 한국에서 쏘는 전술핵과 괌에서 쓰는 전술핵은 시간상 거의 차이가 없어요. ‘북한은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ICBM이 있는데, 우리가 마냥 미국의 핵우산을 믿을 수 있냐’는 주장도 있지만,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해도 버튼이 미국에 있으니 한국은 핵을 사용할 수 없어요. 대화와 협력을 통한 비핵화가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워도 시대 정신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로 가야 합니다.”

  이호령 | “북한이 전술핵 역량을 강화하기에 우리도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건 일차원적인 주장입니다. 우리는 NPT 회원국이고, 90년대 비핵화 공동 선언을 통해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북한과의 신뢰 구축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취했죠. 그런 와중 북한의 위협에 미국의 확장 억제 정책 강화로 대응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미동맹과 상충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술핵 배치는 전술적으로도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어요. 한미동맹이 해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술핵 배치는 중국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선제공격으로 남한의 전술핵을 타격해 없애는 게 더 유리하기도 합니다. 경제적·외교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동맹국과 북핵 대응 정책 강화’를 주장하고 싶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 수위가 높아질수록 동맹의 대응 정책도 높아질 거고, 결국 북한이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장으로 나올 겁니다.”

  정성장 | “확장 억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는 같은 문제를 갖고 있어요. 미국 핵무기의 최종 사용 버튼은 미국 대통령이 눌러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ICBM을 가진 상황에선 미국이 핵 버튼을 누르기가 어렵겠죠. 실질적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한국 안보에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은 북한 공격에 주저 없이 보복하기에 북한도 핵 사용을 주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북한 간 공포의 균형이 이뤄져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핵을 보유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서서히 준비해 먼저 핵 잠재력을 확보하고,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핵 보유의 방향으로 가야죠.

  한국이 핵을 보유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로 한국 경제가 파탄 날 거라는 우려가 많아요.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후 유엔 안보리 자체가 무력화됐어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ICBM을 쏴도 제재가 채택되지 않고 있죠. 결국 한국이 국가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도 국제사회가 우리를 제재할 순 없습니다. 북한 제재가 불가능한데 한국만 제재하면 배신이니까요. 그럼 한미동맹이 깨지고 미국도 손해를 봐요. 평택 미군 기지나 반도체,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에게 필요합니다. 경제·안보 영향을 고려하면 한국의 핵 보유에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를 하기 어렵습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전작권 환수의 필요성은

  양무진 | “주권 국가의 상징은 전작권이니 환수해야 합니다. 진보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고, 보수 정부는 속도를 늦췄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쳇바퀴 돌듯 기조가 바뀐 셈이죠. 전작권을 가졌을 때 한미 동맹을 어떻게 강화할진 다른 문제예요. 전작권은 반드시 빠르게 환수해야 합니다. 전작권을 가질 능력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정하는 겁니다. 한국의 경제 규모, 국방비 등을 봤을 때 우리가 전작권을 충분히 운영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호령 | “전작권 환수는 매우 필요하고, 당연합니다. 역대 정부들은 다 전작권 환수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문제는 ‘어떤 조건에서 어떤 시점에 하느냐’입니다. 전쟁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지휘할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는지,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지, 동맹국 미국의 지원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은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고, 1단계 평가가 끝났어요. 2·3단계 평가 후 순차적으로 전작권 환수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정성장 |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핵무기가 없고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우리가 독자적으로 북한에 맞설 수 없으니 전작권 환수를 연기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데 지금 주한 미군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고, 핵무기는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갖고 있습니다. 주한 미군도 재래식 무기뿐인 거죠. 군사력 평가 기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전작권을 갖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 군사·외교 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양무진 |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의 대북 정책 태도가 다르니 북한은 굉장히 혼란스러울 거예요. 진보 정부와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을 했는데, 보수 정부에 들어서면 이행하지 않아요. 북미 관계도 마찬가지죠. 북한 입장에선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겁니다. 저는 동서독 사례에서 답이 있다고 봐요. 서독에서 60년대 말까지는 보수적 성향의 총리가, 70년대 초에는 진보 성향 총리가 들어섭니다. 진보 정부는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대화와 교류 협력을 이어가는 동방정책을 펼쳤어요. 80년대 중반에 보수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동방정책을 계속 추진합니다. 결국 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90년대 독일의 통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도 일관성을 갖고 진보 정부에선 대화 속도를 더 내고, 보수 정부에선 속도를 늦추면 됩니다.

  평화는 ‘지키는 평화’와 ‘만드는 평화’로 나뉩니다. 지키는 평화는 튼튼한 국방력과 강력한 한미동맹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튼튼한 국방력과 강력한 한미동맹만으로 지키는 평화는 반쪽짜리예요. 만드는 평화가 함께 가야 합니다. 만드는 평화는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 이뤄집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과거 보수 정부는 지키는 평화에만 집중했죠. 한미동맹은 역대 최고였지만 한반도 긴장도 역대 최고조가 됐습니다. 또 북한의 핵 능력은 고도화되고 있어요. 그럼 국방비도 부담이 됩니다. 잃은 것을 생각해야죠. 균형 있는 평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호령 | “현상 유지, 안정, 평화 세 가지 개념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에서 위기의 급속한 발전을 막는 게 현상 유지입니다. 북한이 핵이 없을 때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됐을 때도, 앞으로 더 고도화되더라도 계속해서 현상 유지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의 노력은 결국 최소한의 위협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비용은 갈수록 전보다 더 많이 듭니다. 이는 신뢰 구축과 안정적 평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신뢰 구축은 9·19 군사합의가 예입니다. 북한은 합의를 지키지 않는데 우리는 지키며 위협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비용이 더 많이 들죠. 이런 문제는 안전과 평화라는 큰 맥락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해 현상 유지로서 우리가 대응 수위를 높이지만, 핵 미사일을 많이 만들면 관리비와 유지비가 많이 들기에 북한은 어느 순간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정 시점까지는 불가피하게 북한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고, 북한이 능력 고도화를 중단하는 시점이 되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고 확신해요. 왜냐하면 미소 간 핵 군비 경쟁을 했을 때 결국 자산이 적은 쪽이 먼저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거든요. 한반도에서도 위기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는 항상 북한이 대화를 재개했습니다. 그런 상황이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으니 우리가 북한을 설득하고 비핵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동시에 북한이 화려한 말로 협상을 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속지 않고 주도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협상안도 만들어 둬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종합되면 국민이 안전을 느끼고 더 높은 수준의 평화를 인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성장 | “자주국방 의식이 필요합니다. 지금 안보는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문제는 북한이 ICBM을 보유하면서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갖게 된 겁니다. 지금 미국에선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의 생각이 다릅니다. 올해 시카고 국제문제 협의회에서 미국 국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을 때 미국이 한국을 지켜줘야 하냐’는 질문에 민주당 지지층은 50% 이상이 ‘지켜줘야 한다’고 답했고, 공화당 지지층은 50% 이상이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거든요. 공화당 지지층은 미국이 전 세계 여기저기 관여하는 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요. 미국이 도와주는 것 자체를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미국이 언제까지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자기 나라가 공격받은 것처럼 동맹국을 공격한 나라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핵 독자 보유와 한미동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게 맞습니다. 자주국방을 기본으로 핵을 보유해 북한과의 핵 균형이 이뤄지면 한반도 정세도 안정되고 평화가 올 겁니다.

  동서독 통일에서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군사력에서 서독이 동독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남북한에선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없죠.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위해선 확실한 군사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정성장 세종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대북 정책이 크게 변하는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위해선

  양무진 | “적어도 남북 정상 간의 합의서는 여야의 합의 하에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신의의 원칙 속에서 제도화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함부로 못하니까요. 남북 간에 체결된 수많은 합의서가 이행되지 못한 데엔 북한의 책임도 있지만, 우리 내부 시스템도 되돌아봐야 합니다. 정책의 속도와 폭은 변할지 몰라도 원칙과 방향, 최고지도자 인식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호령 | “제도의 문제인지, 운영의 문제인지, 정책 결정자들의 의식 문제인지 고민해봤습니다. 5년 단임제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부터 대북 정책의 큰 변화가 정권 교체의 부분으로 나타났죠. 정책 결정자들이 한반도의 안정을 두고 정쟁화한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문제와 위협을 정치적인 해석을 거치지 말고 그대로 봐야 합니다. 더불어 국가 안보와 외교, 특히 대북 정책 관련 연속성이 필요합니다. 북한에 주는 메시지는 일관성이 있어야 해요.”

  정성장 | “외교·안보 분야에선 초당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초당적 대북 정책을 위한 기구 설립을 제안했지만 이전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보수와 진보 양측이 ‘한국핵자강전략 포럼’을 만들어 남북 핵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초당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논의하는 ‘플라자 프로젝트’라는 사단법인도 만들어졌습니다. 전문가 집단이 만들어지기 시작을 했다는 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양무진 | “저는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제안합니다. 서로 원하는 걸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자는 겁니다. 한국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 북한이 원하는 북미 관계 정상화, 미국이 원하는 북한 비핵화, 중국이 원하는 것을 놓고 이야기하자는 거죠. 포괄적·단계적·동시행동 원칙 하에 비핵화로 가기 위해서 먼저 현재 가동하고 있는 모든 핵 시설과 의심되는 농축 시설을 동결하는 겁니다. 신뢰가 더 쌓이면 미래 핵 물질들을 폐기하고, 과거 만들어 둔 핵무기를 폐기하는 겁니다. 결국 대화에 해법이 있는데 정권과 정책이 왔다 갔다 하니 현재의 남북 관계가 됐습니다.

  동서고금 전쟁은 기성 세대가 일으킵니다. 그런데 전쟁에 나가는 희생자는 청년 세대입니다. 기성 세대가 평화를 외치며 대결을 부추기는 건 청년 세대에게 물려줄 길이 아니잖아요. 결국은 대화의 끝은 대화 중단이지만 대결의 끝은 파국이에요.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정말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고 젊은 세대들의 평화로운 삶을 바란다면 지금부터라도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호령 | “북한과 대화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불안정해지고, 대화하면 평화가 온 것처럼 보인 착시 현상이 결국 대북 정책의 정치화 문제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북한의 위협은 있는 그대로 보고, 북한이 협상의 장에 나왔을 때 그 뒤에 숨은 의도에 대한 더 명확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정치적인 해석을 완전히 빼고,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평가하고, 그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성장 | “안보가 무너지면 모든 게 다 무너집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이 무너지면 모든 걸 다 잃듯이 안보를 잃으면 안보도 무너지고 경제도 무너집니다. 핵무장론 1.0과 2.0 중 과거 극우 세력이 주장했던 1.0은 구체적 로드맵도 없고 공격적인 반면, 작년부터 구체화된 2.0은 진보와 보수의 초당적 협력을 전제로 합니다. 당장은 핵 잠재력을 확보해 두고 상황이 악화되면 핵 무장으로 나아가자는 건데,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을 설득할 논리도 필요하죠. 우선 한국이 핵을 가지면 미국은 북한하고 핵 전쟁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으면 사드를 추가 배치할 필요가 없으니 중국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례를 봅시다. 핵을 가진다고 분쟁이 다 사라지진 않지만 상당한 안정성이 보장됩니다. 그래서 한국도 핵을 보유한다면 한반도 평화 안정이 오고, 남북 관계 개선도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글 | 김아린 기자 arin@

사진 | 염가은·하동근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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