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어떤 사람이 제일 싫어?”
한 달 전, 신문사에서 일하던 중 옆에 앉아 있던 동료 기자들이 뜬금없이 내게 건넨 질문이다. “당연한 걸 설명해 줘야 하는 사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이 튀어나왔다. 사실 신문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요즘 들어 ‘왜’, ‘아니’를 시작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지인으로서, 동료로서, 선배로서, 부장으로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거나 업무를 요청하면 “그걸 제가 왜요? 그렇게 하기 싫은데요?”, 혹은 말을 끊으며 “아니.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죠.”라는 답이 자주 되돌아온다. 막상 본인의 생각을 물어보면 명확한 답은 못 주고 책임 소재만 돌린다. 심지어 내가 잘못됐다고 가스라이팅 비슷한 말을 한다.
이런 상황을 접할수록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긴 어려워. 아무튼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싫고 안 할 거야’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사람을 좋아하고 이 일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점점 어긋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도 명색이 기자 업무를 하는 사람이 ‘왜’와 ‘아니’라는 단어가 거북하다니, 꼴이 말이 아니다.
세상이 이상해진 것 같다. 대체 언제부터일까. MZ와 꼰대라는 말이 콘텐츠로 소비되기 시작한 때인가? 정권이 바뀐 이후일까? 그것도 아니면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일까? 22년, 선배들과 대화했던 내용이 떠오른다. “요즘 애들 참 이상하다? 너무나 당연한 걸 불편해해.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사회생활을 늦게 접해서인지, 그냥 내가 꼰대인지 모르겠다.” 당시에는 선배의 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배가 꼰대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선배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체감하고 있다. 몇 차례의 조직 문화를 겪은 이후다.
당연한 사실임을 알면서 인정하고 책임지기 싫어 모른 채 부인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진다. 또 ‘굳이’ 불편함을 창출해 꼬투리를 잡아 맥락도 안 맞는 해명과 설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행태들이 반복돼 세상이 각박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
나는 사람 간의 관계와 대화가 편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당연함’을 온전히 받아들이길 원한다. 당연한 건 원래 설명이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철학적인 논쟁을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김성민 미디어부장 meenyminym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