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미디어학부) 교수
                                                             이상원(미디어학부) 교수

 

  이상원(미디어학부) 교수는 미국 뉴멕시코주립대에서 3년 반 동안 교수 생활을 하다가 올해 고려대로 합류했다. “모교로 와서 열정적이고 똑똑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고, 한국 사회에 산적한 여러 문제를 분석하고 의미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어서 돌아오게 됐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특히 소셜미디어 사용이 어떻게 제대로 된 정보 습득 과정을 방해하고 의견이 다른 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하는지 등 부정적인 효과를 연구해 왔습니다.”

 

  스페셜리스트를 꿈꾸다

  교수는 학창 시절부터 가졌던 오랜 꿈이었다. “위에서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능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게 교수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연구와 강의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는 언론의 역할에도 관심이 많았다. “언론이 사회 문제를 보도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막상 대학교에 입학해 보니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수업을 듣고 글을 써 보니 자신이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저학년 때는 노는 게 훨씬 좋았어요.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죠. 교수는 연구를 평생 업으로 삼아야 하니까 고민했습니다.” 교수라는 꿈에 의문이 생겨 방황했지만, 교수님들과 부모님, 선배들의 조언으로 용기를 얻었다. “모든 분야의 공부를 좋아할 필요가 없고 모범생일 필요도 없다는 얘길 들었어요.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열정만 있으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거였죠. 교수는 한 분야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잖아요. 뉴미디어와 정치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 분야에 있어서는 열정이 꺾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이 교수는 자신 있게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유학 생활은 ‘롱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 생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도 미국의 토론 중심적인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좋은 답을 내놓고 싶어 문장과 생각을 정리하던 것이 오히려 수업 참여를 어렵게 했다. “생각이 많으니까 즉각적인 참여가 어려웠습니다. 겨우 생각을 마치고 말하려 하면 옆에서 치고 들어왔어요. 참여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죠. 나중에는 되든 안 되든 일단 말을 꺼내 보는 쪽으로 변했지만,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대학원 진학 전에 통계 수업을 듣지 않았던 점도 발목을 잡았다. “학부 때 통계방법론을 전혀 배우지 않았어요. 어렵고 딱딱한 과목이라고 생각했어요. 잘할 자신도 없었고 별로 관심도 없었죠.” 대학원에 입학해 연구방법론과 같은 통계 분야 수업을 처음 접했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그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공부하는 방향을 택했다. 예전부터 각종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미국에서 어떤 운동을 시작할지 고민했다. 한인 테니스 모임이 규모도 컸고 축구나 농구보다 쉽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박사 과정 내내 한 주도 쉬지 않고 쳤습니다. 중간에는 한인 테니스회 회장도 했고요.” 인근 학교와의 교류전에도 꼬박 참여했다. “제가 다니던 위스콘신대와 근처의 아이오와대, 미네소타대가 정기적으로 테니스 교류전을 했어요. 저랑 제 파트너가 우승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날 밤 뒤풀이도 진하게 했던 기억이 남네요.”

  취미 생활을 멀리하지 않았던 이유는 ‘유학 생활은 롱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부에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것도 내 삶이기에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테니스도 거의 매주 쳤고, 다음날 오전 수업이 있더라도 뒤풀이는 꼭 참여했죠. 가족과 여행도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항상 즐겁게 생활했기에 슬럼프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매일이 즐겁게 느껴져요. 그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죠.” 그 역시 세부 전공을 바꿔 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망이 좋은 연구 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을 설레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겁니다.”

 

글 | 장우혁 기획1부장 light@

사진 | 염가은 사진부장 7rr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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