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에서 노년의 삶의 방식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새로이 맞이할 노년의 삶은 어떨까. 시니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 2막을 보내는 모습을 들여다봤다.
새로운 꿈을 펼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의 69.4%는 앞으로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한다. 노년기에 새로운 꿈을 펼치기 시작한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윤영주 씨는 70세가 넘은 나이에 60대 모델들을 제치고 서바이벌 시니어 모델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런웨이를 걷는 90세 어르신을 보고 ‘나는 청년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죠.”
김옥련 씨는 중장년층 수강생들을 주로 가르친다. 김 씨가 강의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낯선 디지털 언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이다. “강의실을 나설 때 반드시 이해하고 나가야 한다”는 김 씨의 철학은 동년배 수강생들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한다. 그는 수강생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기에 더욱 진심으로 가르친다.
오진주 씨는 은퇴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성북시니어클럽 커피정원의 창립 멤버로 근무하고 있다. 오 씨에게 삶의 낙은 지역 주민과 정성껏 소통하며 단골손님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일을 하면서 인생 제2막이 열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터에 나서는 매일이 행복해요.”
사회를 지탱하는 시니어
시니어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시니어들은 어떻게 그들의 연륜과 경험을 발휘하고 있을까.
신용자 씨는 여가 시간을 활용해 스쿨존 교통 도우미 활동을 시작했다. 또래 동료들 덕분에 금세 적응해 아이들의 사고를 예방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고된 순간도 분명 있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는 잠깐의 순간에서 얻는 행복이 더 커요.”
김 씨는 은퇴 후 9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사생들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힘든 야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사생들의 애로 사항을 친절하게 해결한다. “사생들과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는 순간이 가장 뿌듯해요.”
윤영희 씨는 7년 전 미화원 일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감사하다고 바나나를 놓고 갈 때도 있어요. 힘들지만 보람 있을 때도 많죠.”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니어
‘실버 문화’는 노인들에 의해 생산되고 향유되는 문화다. 시니어들은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여러 세대의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구제 옷 명소인 동묘 길거리 할아버지들은 개성을 한껏 드러낸 패션을 선보인다. 시니어들의 패션을 일컫는 ‘그랜파코어’, ‘그래니룩’이라는 단어는 시니어들이 유행을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 TV 프로그램 ‘미스트롯’ 방영 이후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노년층의 문화가 전 세대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10대, 20대의 ‘덕질’ 문화도 중장년의 트로트 팬덤 속으로 확장돼 응원의 물결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준희·서리나·최주혜 기자 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