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재임용제도는 연구실적과 노력이 부족한 교수를 가려낸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심사기준에서 △기본적 자질 △교수 능력 평가 △학생지도능력과 실적 △학문 연구능력과 실적 등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끊임없이 문제시 돼왔다.

 

실제로 지난 1998년 8월, 김민수 교수는 서울대로부터 연구내용 부실이라는 이유로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재임용에 탈락한 진짜 이유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디자인/ 공예교육 50년사>라는 연구 논문이 선배교수들의 친일 활동 부분을 인용했고, 그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김교수는 설명한다.

 

이른바 '괘씸죄'에 걸린 김 교수는 해직된 이후에도 격월간지 <아웃사이더>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자문위원을 맡는 등 활발한 연구, 비평 활동을 펼쳤고 '무학점'강의를 계속하며 연구실을 지켜왔다. 이후 4년 반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울대 는 총장이 세 번 바뀌었지만 김교수 복직에 대한 향방은 변화가 없는 상태다.

 

△공개적으로 재임용 탈락에 대한 저항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다른 곳에서 교수로 재직할 수도 있는데 왜 공론화 했는가? 그 과정 속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 분명 월급도 나오지 않는 소모적이기만 한 싸움 같지만, 한국 사회에 있어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만약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면 좁은 연구실에서 내 연구 밖에는 생각 못했을 것이다. 교수나 대학, 학문에 대해 반추할 기회를 갖고 다른 교수님이나 학생들과 연대를 할 수도 있었다. 그 점에서 사실 이러한 일을 통해 얻은 것이 더 많다.

 

△재임용 심사 시 대부분 단과대 내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심사과정에서 동료나 선후배들의 의사가 반영될 소지를 남기고 있다. 주관성 개입 가능성이 있는 현 체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주관성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는가?

- 재임용 심사는 사람관계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먼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현 체제는 법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제도이고, 연구 업적에 대한 심사는 나의 경우 부실 심사였다.

대학은 인맥사회이다. 교수 사회의 문화적 풍토는 학생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나는 이것을 밥상의 윤리라고 표현한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윗사람이 수저를 들고 헛기침을 해야 아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결코 자율이 보장될 수 없다고 본다.

 

△교수 재임용 제도가 양심적 교수들을 내쫓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도입된 제도이며, 교수의 임용을 윗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허술한 제도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어떠한 이유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듣고 싶다.

- 부실 심사 보고서가 그러한 근거가 될 것이다. 명시돼 있지 않은 부분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체제 자체가 문제이다. 나의 경우에는 연구 실적을 많이 내서 더 문제가 됐다. 합격이 되려면 얼마든지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얼마든지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한 개인이 법에 호소할 수 있는 상황조차 대학에 관한 것은 빠져있었다. 사립학교법이 왜 아직 통과가 되지 못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대학은 자기들만이 취해야 하는 이권을 굉장히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임용에서 탈락해 이 사실이 부당함을 알고, 저항하시던 한 교수님께서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그것을 받아들이시고 마땅히 받아야 할 보직보다 낮은 보직을 받은 사례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생계유지도 중요하다. 일단은 먹고살아야 하니까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 이 싸움 자체가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결국은 법과의 싸움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교수 재임용 제도 자체에 대한 존폐 여부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 없애야 한다는 고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대안이 더 중요할 것이다.

재임용 제도의 현재 문제점을 풀 수 있는 제도적 부분보다도 제도를 시행하는 사람 자체에 대한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 공정하지 않는 이상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되기 힘들다.

 

△교수라는 신분은 자신의 학문 이외에도 그것을 학생들과 공유하며 상호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교육능력 평가는 학생들의 강의 평가라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재임용 심사에 포함되는데 그 영향은 너무 적은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을 거의 무시하는 이러한 제도적인 측면은 어떻게 개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학생들과 교수의 의견은 상호작용하므로 반영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학문의 고립화와 삶의 천박화로 우리는 극단화 돼있다. 대학이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으로 전락해 버려, 진정한 학문의 공간이 되기보다는 하나의 훈련장으로서의 의미가 된지 오래다. 시험 때 족보를 보고 졸업장만 따면 되는 분위기 속에서 교육은 겉돌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다이나믹한 교육 모델이 나와야 하고 교수법이 개발돼야 한다. 학생들도 기회주의적 속성보다 자신의 내적인 성찰을 하는 계기가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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