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4 남북정상회담 주요 합의내용>

6 · 15 공동선언 적극 구현  
상호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로 전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국방장관회담 개최)  
6자회담의 2 · 13 합의 이행 협력, 평화체제 구축과 종전선언 논의 실현 노력  
북 경협의 확대 · 발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 개최)  
남북간 인도적 사업 협력  
국제무대에서의 공동 노력  
총리급 회담 개최 / 정상회담 수시 개최  

노무현 정부의 각종 정책 중에서 대북정책은 특히 찬반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2002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김대중 정부시절 5억달러 대북 송금에 대한 특검을 실시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DJ 등 전임정부의 압박을 받으면서 참여정부는 대북송금 특검을 양측이 타협하는 선에서 봉합하였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DJ의 햇볕정책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출발하였다. 1998년 등장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남북화해·협력의 적극추진 등 3대 원칙을 대북 핵심정책으로 내세워 국민들이 북한의 실체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도록 유도하였다. 

남성욱(북한학연구소 · 북한 학과 교수)
김대중 정부는 △안보와 협력의 병행 추진 △평화 공존과 평화 교류의 우선 실현 △북한의 변화 여건 조성 △남북간 상호 이익의 도모, △남북당사자 해결 원칙하에 국제적 지지 확보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대북정책 추진을 정책 기조로 제시하고 상호주의를 핵심전략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실적으로는 안보와 협력 중의 목표에서 교류협력에만 주력하였다.

이솝우화처럼 따듯한 햇볕으로 두꺼운 외투를 벗기는 전략은 국민의 정부시절 대북접근 초기에는 효과가 있었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근 폐쇄적인 독재정권의 문을 부분적으로나마 여는 데는 성과가 있었다. 적극적인 교류협력 정책에 따라 북한 방문인원이 증가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서 경제협력의 모델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참여 정부의 햇볕정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실존하는 북한’이 아닌 ‘보고 싶고 미래에 있어야 할 당위성의 북한만’을 편향적으로 바라보았다. 이에 따라 시간적 개념의 상호주의는 사라지고 물자만을 우선 지원하는 선공후득(先供後得)의 논리가 정책의 핵심원칙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참여정부는 남북관계를 이상주의적 관점에서만 접근함에 따라 현실세계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의견과 비판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가상의 북한’을 상정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우를 범하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과 전문가들을 전쟁세력으로 몰아 부처 남남갈등을 촉발한 것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정책은 추진과정에서 이해 관계자간 이견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갈등과 이견을 적과 동지 관계가 아닌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메커니즘을 정착시키지 못한 것 역시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또한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our nation only)’ 라는 신화적인 주장을 맹신하여 국제사회가 제기한 거대한 담론의 외교무대에서 북한을 대변하고 두둔하는 데만 주력함으로써 한국의 외교적 지렛대를 상실함은 물론 전통적인 한미일 관계의 핵심적인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데 주력하였다.

이러한 대북 맹신(盲信)정책은 정부가 주장하는 북핵 불용원칙과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 추진 등의 과제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특히 참여정부는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조차도 대북정책을 전혀 수정하지 않는 완고함을 보였다. 특히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 질서와 동북아의 국제정치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위험한 행위임에도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한 '새로운 북한(Brand new North Korea)'을 직시하기를 거부하였다. 

북한의 ‘좋은 행동’(good behaviour)과 ‘나뿐 행동’(bad behaviour)을 구분하여 좋은 행동을 했을 때에는 교류협력에 의한 민족공조정책을 통해 지원에 나서지만 나뿐 행동을 했을 때에는 이를 지적하는 ‘쓴 소리’ 정책을 추진해야 했으나 참여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에 대해서도 초지일관 온정적 접근으로 일관하였다.
  
참여정부는 대북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입장을 고려하기 보다는 김정일과 평양정권의 선호(選好)와 반응만을 고려함으로써 모든 정책의 수행 기준이 남한이 아닌 ‘북한 정권’ 이 되어 버렸다. 안보와 협력의 병행 추진 전략은 정부의 문서상에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교류와 협력 위주의 정책이 주류를 이루었다.

남한의 교류와 협력 일변도 대책은 과거 채찍(stick)과 당근(carrot)을 동시에 쥔 남한이 아니라 어떠한 행동을 해도 ‘변하지 않는 남한’이라는 인식을 북한에게 심어주어 북한으로 하여금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서울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지 않게 만들었다. 적당한 햇볕은 북한이 외투를 벗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강화하도록 지원하여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대통령에게 남한이 경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혁 개방이라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따지는 등 적반하장식의 대응을 유발하였다.
  
남북정상이 만나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 논의를 하고 합의를 한 것은 성과다. 특히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통과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10·4 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 남북이 나아가야 할 원칙적 방향을 제시했고 지난 2000년 6·15 선언 보다 구체화되고 실용적으로 현실적인 협력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2000년보단 진일보 했다는 평가다. 10·4 선언은 2000년 6.15선언에 비해서 분량이 매우 많고 구체적 내용까지 담은 장문으로 6.15 공동선언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물리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다.

이번 회담이 차기정부의 평화노력에 가교적인 역할을 한 점과 나름대로 남북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한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이다. 반면 2차 남북정상 회담은 당면 현안인 북한 핵 문제와 납북자 국군포로 및 이산가족 자유왕래 등 인도적 현안은 핵심을 피해 갔다. 국민들이 기대했던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있어서는 선언적 내용에 그치며 양 정상의 핵폐기 의지가 담겨져 있지 않아 북한 핵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에 대해 구체적 합의없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라는 용어로 사실상 북한의 NLL 재획정 요구를 수용한 것은 간접적, 우회적으로 향후 문제될 소지가 있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합의되지 않은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여건 성숙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답방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철저하게 북측 김영남 위원장과 남측 노무현 대통령을 지역수반으로 격하시키며 한반도 문제에 통큰 결단을 내리는 위대한 지도자로서 위상을 과시하려 세심하게 의전과 일정을 연출 했다. 이번 2차정상회담 공동선언은 결국 실천의 문제로 그동안 남북간 각급 회담과 함께 합의가 있었지만 북한측이 얼마나 성의를 갖고 회담에 임하고, 합의사항을 실천할지 여부에 달려있다.

지난 1991년 남측의 정원식 총리와 북측의 연형묵 정무원 총리가 서명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의 권리장전이라고 할 만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사문화된 서류에 불과하다. 지키지 않는 남북합의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10·4 선언 역시 실천이 과제다. 

결국 차기정부의 과제는 참여정부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인민보다는 정권만을 상대하는 일방적인 정책이었던 만큼 이를 시정하여 향후 남북대화는 북한 정권과 주민을 동시에 겨냥하여 북한 주민이 북한체제 변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단계적으로 개선하여 주민들이 북한 당국의 불법적인 정치적 박해에서 벗어나게 함은 물론 사회적 고립 및 경제적 궁핍을 벗어나게 하는데 대북정책의 초점이 맞추도록 하여야 한다. 남북한간 경제협력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추진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개인의 노력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의 장점을 전파하는 동시에 북한 근로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유도하여야 한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온다면 대담하면서도 실질적인 대북 지원에 나설 것이고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이며 군사적인 긴장을 늦추는 대화를 모색할 수 있음.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 하에 대북 지원을 뒷받침하는 국제이행기구의 설립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욱(북한학연구소 · 북한 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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