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호(1580호)에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 아래 등록금 관련 문제를 다뤘다. 이번 호에선 등록금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이상도 사학진흥재단 전문위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고대신문 △성대신문 △연세춘추 △이대학보 △중대신문 △한대신문 등 6개 대학교 신문사가 연합 기획했고, 진행은 손국희 연세춘추 편집국장이 맡았다.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또 올랐다는 말도 지겹다. 이제 정말 ‘등록금 1000만원시대’다

황희란 연구원(이하 황희란)_  예전엔 고등교육이 선택사항이었기 때문에 등록금이 높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등록금은 범국민적인 문제다.

최순영 의원(이하 최순영)_ 우리나라 비정규직자의 평균 연봉이 약 2000만원임을 고려했을 때 연봉의 절반이 자녀의 등록금으로 들어가고 있다. 등록금의 가파른 인상은 교육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결국 이는 세습되면서 큰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상도 전문위원(이하 이상도)_  ‘등록금인상과 동시에 교육의 질도 높아졌는가?’라고 묻는다면 회의적이다. 미국대학의 경우 수익사업과 기부금을 활용해 학생들의 높은 등록금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모델로 적립금 재원의 2분의 1까지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허용했지만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김남근 변호사(이하 김남근)_ 21세기 사회복지국가에서 교육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고등교육을 대학자율에 맡기지 않는다. 유럽의 경우 고등교육이 무상이거나 등록금을 받더라도 약 7~80만원으로 낮다. 대학자율화가 실시된 영미국가의 경우도 등록금후불제나 무상학자금대출제도 등으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교육의 공공성을 보장한다.

 

대학이 ‘안정적인 재정운용’을 이유로 예산을 높게 책정해 결산에선 항상 많은 이월금이 생긴다

최순영_  이월금문제 해결을 위해 ‘이월금상한선’을 두는 것이 좋다. 예산 집행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대학은 공공성을 띠는 교육기관이므로 학생에게 이월금에 대해 설명하고 등록금인상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김남근_  이월금도 문제지만 학교재정을 사용하는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다. 대학이 학내구성원의 합의 없이 부동산과 건물명목으로 돈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회계의 독립’이 필요하다.

 

등록금회계 독립’이란 무엇인가?

김남근_  등록금회계를 독립시키면 등록금으로만 이뤄진 수입을 따로 관리하므로 등록금수입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알 수 있다. 재단의 ‘대학재정 끌어쓰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등록금 회계를 독립시켜야 한다.

 

등록금회계를 독립시키더라도 대학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지 않은가

김남근_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출용도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부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힘들다면 사용용도가 불투명하거나 건축 쪽으로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

 

적립금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등록금부담완화를 위해서 적립금을 사용할 방안은 없는가

이상도_  등록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금이 적립된다면 학생들의 등록금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수익사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을 학생에게 환원하면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경우 적립금에서 파생되는 수입을 학생들에게 전부 환원한다.

김남근_  사실 우리나라에서 기부금과 적립금을 이용한 발전이 가능한 대학은 서울시내 유명대학 뿐이다. 이에 바람직한 발전모델은 유럽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유럽대학들은 적립금사용을 대학자율에만 맡기지 않고 ‘교육의 공공성’에 입각해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에 투자한다.

 

등록금문제의 대안 중 하나가 ‘등록금후불제’다. 현실적으로 등록금후불제 실시를 위한 재원마련이 가능한가

최순영_  등록금후불제의 기본전제는 ‘고등교육도 국가가 책임져야한다’는 것이다. OECD국가 평균 고등교육 지원율은 1%인데 우리나라는 0.4%정도다.

이상도_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선 이미 등록금후불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처음엔 정부가 등록금의 100%를 지원하다가 부담이 커지니까 3분의 1은 학생이, 3분의 2는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반발이 없는 것은 등록금부담이 크지 않아서다.

 

등록금후불제 실시를 위해 교육예산을 갑자기 늘리면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커지는 것 아닌가

김남근_  의·치·법학전문대학원과 같이 시급한 경우는 하루빨리 도입해야한다. 그러나 학부까지 급히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등록금이 높은 전문대학원부터 시작해 대학원, 이공계학부, 인문계학부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해야한다. 등록금후불제로 4년 등록금을 충당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약 4조원으로 추정된다. 최소 10년을 잡고 장기적으로 예산을 확보한다면 급격한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등록금후불제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등록금후불제에 가려 ‘등록금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데

최순영_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등록금상한선제’다.

 

‘등록금상한선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김남근_  과거엔 우리나라에도 등록금상한선제가 있었다. 1969년까진 교육부장관이 정한 일률적인 상한선이 있었고, 1988년까진 대학이 등록금을 정하되 정부가 정한 상한선보다 낮아야 했다. 사립대학의 등록금상한선제를 해제한 것은 바로 1989년이다. 이때부터 등록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과거와 같은 등록금상한제도의 부활은 어렵지만 상한기준에 대한 논의를 거치면 언제라도 실시할 수 있다.

최순영_  정치권에선 ‘등록금반값정책’, ‘등록금후불제’ 등 등록금관련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상한선제가 없다면 두 제도 모두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대학이 최초등록금을 2000만원으로 책정하면 반값이라 해도 1000만원이다. 가장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등록금상한선제다. 등록금상한선제는 1년 등록금이 가계평균연소득의 12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계평균 연소득의 12분의 1’은 우리나라 가계가 저금을 하는 비율과 같다. 이 정도면 학생들이 빚을 지지 않고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지불능력이 낮은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이 될텐데

황희란_  등록금상한선제에서도 저소득층을 위한 차등부과가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시행해야하는 것이 바로 저소득층을 위한 △무상학자금대출 △저금리확대 등이다. 등록금후불제 역시 저소득층 학생에게 부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갚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등록금후불제와 등록금상한제 등에서 저소득층을 배려한 차등적 부과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소득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파악하는가

김남근_  대한주택공사에서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의 차등부과를 반대했던 이유가 ‘우리나라에는 소득기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소득수준에 대한 지표가 없는데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은 어떻게 부과하는가. 보완할 부분은 많지만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부과하는 기준으로 소득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차등부과제와 관련한 법을 제정할 때 교육부가 소득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이상도_  국민연금에서도 문제시 되는 것이 개인사업자나 기업의 허위소득신고다. 소득이 훨씬 많은데도 소득신고는 아주 적게 하고 있다. 이 미흡한 점을 보완하면 더 좋을 것이다.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순영_  이제는 등록금문제가 더 이상 학생들의 ‘개나리 투쟁’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생들은 7월 국회에서 등록금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등록금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등록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4월 총선까지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