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과외 그만두고 용돈 받으면서 공부만 하래. 이번 학기에 하는 연합동아리만 끝나면 노량진가라고 하셔" , "남자친구? 왜 사귀어? 공부해서 취직한 다음 자리 잡으면 엄마가 잘 아는 결혼정보업체 있대. 선보면 되지. 몸값 떨어져, 괜히 함부로 연애하지마" 얼마 전 친구를 만났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내 물음에 친구는 이렇게 말하며 내게 '충고'했다.

우리 대학가에도 헬리콥터 맘이 늘고 있다. 자녀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돌면서 입학에서 취업까지 과도하게 관심 갖는 부모들 말이다. 자녀의 세세한 생활부분까지 간섭하기에 자녀는 성인으로서 독립심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헬리콥터 맘에는 반드시 캥거루족 자식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각박한 현실에서는 헬리콥터 맘이 당연시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취업난이 점차 심화되는 마당에 부모의 지도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당당히 말한다. 학생들은 '오죽하면 부모에게 의존하겠냐'며 부모의 원조를 당연시 여긴다. 그리고 대학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서 학부모들을 모시고 있다. 연세대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따라가서 공부할 수 있는 '학부모 대학'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성균관대도 신입생 학부모를 위해서 '엄마는 신입생'이란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문화상 부모들은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구의 부모'로 불리며, 자녀를 자신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다. 자녀의 성공은 자신의 성공이요, 자녀의 실패는 자신의 실패다. 부모를 뿌리치지 못하는 자식들도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물론 부모의 도움을 받으면 얻는 장점은 많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잘 피할 수 있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슬하에서 보호받기만 한다면 무슨 독립심과 강인함을 키울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 세대에 비해 나약하다는 얘기가 세대마다 반복되는 푸념만은 아닌 듯싶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