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제학은 20세기 후반부터 범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환경문제를 경제학의 한 전문분야로 발전시켜 환경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합리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환경은 더이상 자유재가 아니며 사용자가 환경이용에 대해 가격을 치르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UN이 정한 2003년 물의 해를 맞아 동시에 UN에 의해 물부족 국가가 된 현실에서, 환경 경제학으로 물의 가치와 물가격 정책을 조망해 본다.  
 
옛말에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돈의 가치를 모르고 흥청망청 마구 돈을 쓰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물은 가치가 없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20여년 전 대학에 입학해 경제학원론을 수강할 때만해도 공기와 물은 분명 자유재(free goods)의 예로 자주 등장하였다. 그러나 개발위주의 경제발전 및 무분별한 도시화가 가져온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은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이 더 이상 자유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널리 인식시켰고, 이에 대한 소중함을 우리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최근 우리나라는 유엔(UN)이 정한 물부족 국가가 되었고, 1인당 연간 가용 수자원이 1백82개국 중 1백46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수자원관리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따라서 가용 수자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제까지 진행돼온 공급위주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1992년 리우회의에서 제기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명제에 근거해 수자원에 대한 철저한 수요관리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물의 수요관리와 공급관리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현재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도요금이 물의 과다소비를 조장하였고 결국 귀중한 물의 낭비를 초래하였다는 인식은 모든 국내 전문가들이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물의 가치를 제고하는 가격정책의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효율적인 물가격 정책의 수립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효율적인 물가격 체계를 구비하는 것은 물이 갖고 있는 특성과 물산업이 갖고 있는 특징 때문에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있다. 첫째, 물은 경제재이면서 동시에 모든 생태계의 존속에 필수적인 공공재이다. 이와 같은 이중적 성격은 물가격 정책이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둘째, 물산업은 규모에 대한 보수증가(increasing returns to scale) 산업이고, 대규모의 투자가 상당한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산업이다. 즉, 일반적으로 가격책정에 원용되는 한계비용가격(marginal cost pricing) 원칙으로는 공급원가를 완전히 보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물값인상은 다른 공공요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생계 및 경제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주민, 업체, 그리고 지자체의 심각한 반발을 야기한다. 넷째, 수리권을 둘러싼 지역간, 상·하류간, 용수 수요처간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댐 건설과 관련하여 댐 주변지역 및 상수원지역 주민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이제껏 물가격 정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물가격정책은 결국 다음과 같은 원칙을 추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첫째, 만연된 물의 공공재적 인식을 제약하고 물에 대한 수익자부담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

둘째, 물가격은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해야 한다. 즉, 물 이용에 대한 한계비용(marginal cost)과 한계편익(marginal benefits)을 같게 하여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고 나아가 수자원의 최적배분을 이루어야 한다. 이와 같은 가격체계는 소비자의 자율적인 결정으로 파레토 최적을 유도한다.

셋째, 물가격은 물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을 보전하도록 책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추가공급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운영비를 조달해야 한다.

넷째, 물공급은 생존에 필수적이니 이수안전도를 고려하여 용량이 결정된다. 이는 어쩔 수 없이 비수기의 과잉투자 현상을 가져온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적으로 물수요량이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그런데 한계비용가격에 근거한 경직적 가격체계를 도입하게 되면 물수요의 계절적, 지역적 편차를 고려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보완하는 유연한 가격체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국민생활과 국가경제를 감안하여 점진적으로 물값 현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예고제를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수리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고 새로운 가격체계로 댐 주변지역 및 상수원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여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물의 가격체계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물의 수요·공급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정책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바람직한 물가격체계의 도입으로 소비자들에게 물에 대한 바른 시장신호(market signals)와 정보를 제공하여 지속가능하게 수자원이 이용되도록 해야 하고 나아가 수자원의 최적배분을 달성해야 한다. 이것이 달성되면 궁극적으로 수자원의 공급 역시 과도한 개발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