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은 1990년대 이후 생산 증가가 소비 증가를 따라잡지 못해 재고가 급격히 줄어들어 수급이 심하게 불안정해진데다 최근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가 급증하여 가격이 급등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쌀, 보리를 제외하고 밀, 콩, 옥수수 등 곡물의 5%밖에 자급하지 못하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맡아 식품가격이 일제히 상승하여 인플레을 유발하는 애그플레이션의 고통을 맏고 있다.     

세계의 곡물 소비 증가로 부족해진 공급량은 재고량으로 충당하게 되어 곡물 재고량과 재고율이 대폭 감소하는 추세이다. 세계 곡물 재고량은 1999/00년 58,732만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이며, 2007/08년은 31,396만톤(전망치)으로 1999/00년에 비해 46.5%나 감소하였다. 옥수수와 밀의 세계 재고량은 1999년 이후 감소하고 있으며 쌀 재고량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재고율은 2000/01년에 30.4%로 1998/8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05/06년부터 20% 이하로 하락하여 2006/07년(추정)에 16.2%, 2007/08년(전망)에 14.9%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인 곡물 소비 증가와 생산 불안정으로 재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곡물의 국제가격은 2006년 후반부터 급등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년간(2007.2~2008.2월) 밀은 무려 120.3%나 더 올랐고, 콩도 75.3%, 옥수수도 22.5% 상승하였다.
국제곡물값이 오르게 된 원인은 수요측, 공급측, 거시적 측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곡물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한데 있다. 과거에는 곡물이 사람이 먹는 식용과 가축이 먹는 사료용 두가지로 크게 나뉘어졌는데,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가 2000년대에 급격히 증가하여 과거에 없던 새로운 수요가 추가되었다.

물론 거대인구국이면서 신흥개도국인 중국과 인도의 식용소비도 크게 늘고 있고, 이들 개도국들의 육류소비가 증가해서 사료용 소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를 비롯해 육류소비가 크게 늘고 인도에서 닭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육류소비가 늘어나면 그 이상으로 사료용 소비가 늘어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이변이 과거보다 많아지는 추세여서 호주, 남미, 중국, 구러시아연방 지역과 같은 주생산지역에서 한군데만이라도 한발, 병충해, 폭우와 같은 기상이변이 발생하여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 전세계 공급에 영향을 미쳐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미국 등에서 금리인하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헤지펀드, 국부펀드)이 곡물, 원자재 등 상품투자로 몰리고, 곡물가 급등에 자극받은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올리거나 수출량 자체를 줄이는 등 곡물수출을 억제하고 있어 국제가격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장 뽀족한 해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우선 당장 필요한 곡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평시 비축보다 일정량이 많은 부분을 안보비축용으로 확보해 만일의 식량위기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중국의 곡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원자바오 총리까지 곡물수출을 대대적으로 규제하겠다고 하니, 가급적 조속히 미국, 남미 등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또한 극단적으로 수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비해 국내적으로 일정량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면적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이 쌀이 남아돌아 매년 1/3씩의 논면적을 사료용 곡물재배로 활용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할 사례이다.

이제는 세계화시대에 해외에서 농경지를 확보해 만일을 대비해 안전하게 수입할 수 있는 대비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해당국들과 개발협력협약을 체결해 비상 시에도 공급할 수 있도록 해 두어야만 필요할 때 수입할 수 있을 겁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국제곡물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조속히 만들어 단계적 대비책을 만들어 놓고, 세계적인 식량 수급과 가격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사정 변화에 따라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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