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그 중에는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쓴 책이 있는가 하면 기존에 출판된 여러 책의 내용을 조합해 만든 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뇌와 마음에 관한 서적들이 서점의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을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이유는 그 속에 저자 자신의 생생한 진료 경험과 실험실의 우아한 과학이 잘 어우러져 뇌와 마음의 관계가 손에 잡힐 듯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라마찬드란(Vilayanur S. Ramachandran, 1936~) 박사는 인도 출신 의사로, 현재 UC San Diego의 교수이며 인지신경과학 연구소 소장이다. 박사는 진료실에서 직접 만나 치료한 환자들의 이상하고 묘한 심리현상들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그 중 일부를 전형적인 의학치료가 아닌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단숨에 해결한다. 가장 흥미로운 예는 환상지(phantom limb) 증상이다. 이 증상은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환자가 없어진 팔, 다리가 꺾인 채로 달려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환자들은 느낌뿐만 아니라 절단의 고통도 계속 느끼는데 약물이나 추가적인 절단 수술로도 병을 해결할 수 없었다. 박사는 이런 괴상한 증상이 없어진 팔이나 다리의 지도가 환자의 뇌 안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 지도를 지워주거나 변경시켜야만 병이 나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환자가 실제 자신의 팔과 거울 속에 비친 그 팔의 모습이 동시에 보이도록 거울을 몸통에 직각으로 배치했다. 환자가 거울에 비친 실제 팔을 보면서 없어진 팔이 다시 붙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환자는 즉시 없어진 팔에 대한 통제력을 획득해 환상지의 고통에서 해방됐다.

박사의 재능은 시각적 환각, 시야의 한쪽을 무시하는 편측무시, 자신의 부모형제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카프그라 증후군, 저능아이지만 특정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 그리고 웃음에 관한 뇌의 메커니즘 등을 설명할 때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독자는 뉴스위크가 박사를 21세기 주목해야 할 뛰어난 인물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기이한 심리현상들만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다. 우리는 신기한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뇌와 마음에 대한 철학과 과학을 읽어야 한다. 박사는 다중인격장애를 소개하는 장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한 인격에서는 근시인 사람이 다른 인격에서는 정상시력을 가진다든지, 한 인격에서는 당뇨병인 환자가 다른 인격에서는 정상혈당이 되는 실제 예시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현상들에 내재된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이고도 철학적인 발견을 기다린다고 말하고 있다. 독자들은 또한 책을 읽는 내내 인도 철학의 영향을 받은 박사의 심오한 물음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마지막 장에서 "자아는 두뇌의 어디에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을 제기하며 뇌 과학이 장차 철학적 인식론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그리고 종교를 아우르는 통합학문이 될 것을 예견한다. 비록 책의 디자인과 판형이 편하진 않지만, 필자가 근래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김현택(문과대 심리학과) 교수

1. 책 전체 이름: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Phantoms in The Brain)>
3. 출판사: 바다출판사
4. 출판연도: 2007년
5. 저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Vilayanur Ramachandran
6. 역자: 신상규 (숙명여자대학교 의사소통센터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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