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지난 4월, 본교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www.koreapas.net)’ 익명게시판(이하 익게)에 헤어진 여자친구 B양에 대해 비난조의 글을 올렸다. A군은 은연중에 B양의 신상정보를 노출시켰고 이 글을 읽은 이용자들의 줄댓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B양이 누구인지 알아냈다’고 까지 확산되자 고파스 관리자 측은 글이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익게를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본교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 익명게시판의 모습

‘고파스’는 현재 하루 방문자 수가 1만2000명을 넘는다. 인기코너인 익게 ‘솔직담백talk’는 하루에 400여 개의 글이 올라올 정도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익게엔 욕설, 근거불명의 루머, 특정인 비방 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고파스 관리자는 “‘카더라, 낚시글을 비롯해 무책임한 글이 많아졌다”며 “저속해진 익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는 본교 ‘고파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고파스’를 비롯해 △성균관대 ‘성대사랑’ △경희대 ‘kuplaza’ △서울대 ‘스누라이프’ △연세대 ‘와이키키’ 등 활성화된 대학생 커뮤니티들 전반에서 익명게시판의 저속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게시판이 실명과 ID를 공개하지 않는 ‘필명’시스템인 서울대 ‘스누라이프’ 관리자는 “특정인 비방글은 물론 학과 서열 및 편견에 대한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익게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고파스’ 측은 기존의 자발적 신고제도인 ‘게시글 냉동 요청제’를 유지하는 한편 ‘화장실통신문’과 ‘고민상담’으로 익게를 나눌 계획이다. 고파스 관리자는 “익명 글에 대한 이용자들의 욕구를 억제하지는 않되, 다수이용자들의 불쾌감을 덜고자 선택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누라이프’ 관리자 또한 “익게가 다소 난잡해지는 면이 있으므로 이용자들이 공감할 만한 범위에서 규칙을 조금씩 바꾸는 방법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익게에서 나타나는 문제 이외에 대학생 커뮤니티 자체는 대학사회 안의 ‘온라인 공론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안에서 이용자들은 강의나 학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생각도 자유롭게 나눈다. 연세대 ‘와이키키’ 관리자는 “대학생 커뮤니티는 독도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학생들간에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대엽(문과대 사회학과)교수는 “네티즌들은 소통의 구조 속에서 서로에 대한 성찰·비판과정을 거칠뿐 아니라 이제는 온라인 공론장을 오염시키는 글에 대해 자율적인 정화가 가능한 분별력도 지니게 됐다”며 “과도한 제재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상호협의를 통해 규제범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