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열풍은 남성들도 피해가지 않는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규모는 2003년 3200억대에서 2008년 6000억원대로 성장했다. 남성들 사이에서의 미모 가꾸기 노력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가에서도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학생들을 흔히 만나볼 수 있다. 노형석(법과대 법학과05)씨는 “요새는 남학생들도 용돈의 상당 부분을 외모관리에 투자한다”며 “자기관리인 만큼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교 이윤정(사범대 가정교육과)교수는 “과거 외모관리는 여성만의 몫이었고 남성들은 그런 여성을 평가하고 즐기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남성들도 자기 몸이 보여주는 객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들이 외모 가꾸기는 열중하게 된 원인은 사회 전반적으로 외모 자체에 관심이 늘어났다는 점, 여성의 지위가 과거에 비해 상승했다는 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남성들이 근육에 대해 갖는 강박관념을 백인 남성들의 지위 불안에 대한 반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미국의 백인 남성들이 시각적으로 힘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경향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형태만 다소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흔히들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꼽지만, 남성의 외모관리와 여성의 외모관리가 똑같은 맥락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본교 임인숙(문과대 사회학과)교수는 ‘남성의 외모관리 허용 수위와 외모불안 지대’(2005) 논문에서 ‘남학생들의 외모 불안 지대는 여성들과는 달리 데이트나 미팅 등 비교적 가벼운 이성관계로 국한되며 결혼 등 제도화된 이성관계나 직장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 남성들의 성공 조건은 외모가 아니라 능력이라는 확신이 여전히 팽배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은 필요조건이지만 남성들에게는 충분조건이라는 말이다. 임 교수는 “남성중심사회에서는 남성의 능력적 측면들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한다”며 “이제 남자도 외모로 주목받는다는 식의 말들은 상업주의와 언론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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