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 씨는 요새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 9시에 출근해 오전 근무를 마치고 나면 집에서 싸온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어 강좌를 수강한다. 야근이 없는 날이면 1:1 영어회화 수업을 들으러 가야한다. 저녁 식사 역시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으로 간단히 때울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의 본업으로만 여겨지던 공부가 이제는 직장인들에게도 꼭 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됐다.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를 하는 회사원들을 일컫는 샐러던트(Saladent, Salaryman+Student)라는 신조어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기업에서도 직장인들의 공부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현대모비스는 점심시간동안 진행되는 ‘외국어 학습반’을 개설했으며, 신세계아이앤씨의 경우 인터넷 교육 형태인 ‘사이버 러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 이나래 씨(26)는 “요새는 기업에 취직할 때 그 기업이 사원들에게 얼마나 교육복지를 잘 제공하는가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 직장에만 계속 머무를 것이 아니라 꾸준한 자기계발로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에 가까이 가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사이버대학, 사이버MBA도 급증하는 추세다. 사이버 대학은 저렴한 학비로 원하는 영역의 강좌를 시간·장소의 제약 없이 들을 수 있어 많은 직장인들이 이용한다. 또한 ‘에디’(http://cafe.daum.net/araedi), ‘윤영돈 커리어코치’(www.yooncoach.com) 등 커리어 개발 전문 사이트들의 운영도 활발하다. 이러한 커리어 개발 전문 사이트들은 다양한 강좌소식 제공과 더불어 직장인들의 커리어 코칭을 돕는다.

한편 공부 열풍은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의 ‘몸 값 높이기’로서의 노력을 넘어 순수한 자기계발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최근엔 가정주부나 은퇴 직장인들이 뚜렷한 목표가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정주부 전 모 씨(48)는 “결혼 전처럼 다시 직장에서 일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도태된다는 느낌이 싫어 꾸준히 자기계발에 힘을 쏟는다”며 “영어는 너무 어렵고 일본어가 혼자하기에 쉬운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가정주부나 은퇴 직장인들은 거주지역의 지방자치단체기관이나 백화점, 아파트 단지 등에서 운영하는 강좌들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어학강좌 △전문가 강좌 △취미·공예 강좌 등을 10만원 내외(2달 반 기준)의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열공공화국, 평생교육 추구하는 대한민국
한 기성 언론에서는 우리 사회의 ‘평생공부’ 현상에 대해 ‘바야흐로 열공공화국이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열공공화국이란 표현은 국가 차원으로 추진되는 ‘평생교육’의 개념과 연결된다. 평생교육이란 ‘교육이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가정교육, 사회교육 등을 망라해 연령에 한정을 두지 않고 전생애에 걸친 교육으로 조직화돼야 한다는 교육관’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교육법’에 의거 △지방자치단체 △대학 △사설학원 △기업 △평생교육시설(도서관, 박물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평생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평생교육을 장려하는 이유는 인적자원 개발에 있다. 본교 평생교육원 한용진 원장은 “평생교육은 개인적으론 자아실현과 고용가능성을 높여준다는 면에서, 국가적으론 양질의 인적자본을 제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2007년 25세에서 64세 전국 성인남녀 36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년 평생학습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평생학습 참여율은 29.8%로 OECD 평균(26%)을 약간 상회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인적자원개발 노력을 나타내는 직업 관련 비형식교육 참여율(10.5%)은 OECD 평균(18%)보다 낮다. 평생학습 참여율이 40%정도로 평생교육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덴마크 △핀란드 △미국 등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이에 정부는 평생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제2차 평생학습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해 평생학습참여율을 오는 2012년까지 32%로 높이고, 다양한 영역이 연계된 종합적인 평생학습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평생교육의 일환인 ‘성인 문해교육’ 예산 지원 역시 2006년 약 22억에서 2007년 약 35억 가량으로 늘리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이 이끄는 평생교육
평생교육진흥원에선 평생교육 발전에 있어서 대학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학 부설 평생교육 활성화 사업’을 실시 중이다. 본 활성화 사업은 △소외계층 대상 프로그램에 대한 학비 지원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렇게 대학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은 평생교육 발전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은 1986년 이화여대가 대학 최초로 개원한 이래로 지금은 전국 총 375개 대학이 인근 주민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본교 평생교육원은 1995년 ‘대학을 지역사회에 개방해 대학의 사회봉사적 기능을 높인다’는 취지로 개원했다. 현재 평생교육원의 교육과정은 △라이시움 컬리지 △전문가 학교 △명품아카데미 등으로 구성돼있다. 라이시움 컬리지는 학점은행제 과정이며, 전문가 학교는 △영어교육연극지도자 △국악교육지도자 △커피 전문가 등 다양한 자격증 취득 대비과정을 다룬다. 명품아카데미에선 최고 지도자 과정과 지자체 지도자 과정 등이 개설돼있다. 본교 평생교육원의 2007년 기준 본교 평생교육원의 수강생은 총 6125명, 교육비 수입액은 19억원 상당이다.

한편 일각에선 대학의 평생교육 사업이 보다 소외계층을 배려·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생교육진흥원 윤창국 선임전문원은 “일부 대학은 교육원의 ‘수준 유지’를 위해 필요이상의 높은 수강료를 책정하기도 한다”며 “교육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포용해 지역사회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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