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은 도시공간의 물리적 환경설계를 범죄 방어적인 구조로 변경 또는 적용함으로써 범죄와 범죄피해에 대한 공포심을 차단하거나 감소시켜주는 실무적 이론이다.

CPTED에 대한 관심은 도시의 설계와 범죄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관찰을 기술한 Jane Jacobs의 1961년 연구 저서, <위대한 미국 도시들의 삶과 죽음(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CPTED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은 미국,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을 주축으로 한 유럽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이루어졌으며 많은 성공 사례들이 학계 연구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이후 도시계획, 건축설계, 민간경비 등 공공 및 민간 분야로부터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게 되었다.

CPTED는 다섯 가지 기본 원리를 갖추어야 한다. 먼저 범죄 피해를 당할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의 구성요소인 피해자, 범죄인, 장소(환경을 구성하는 요건)들 간의 상관성을 분석하여 일반인들에 의한 가시권을 최대화시킬 수 있도록 건물이나 시설물을 배치하는 자연적 감시(natural surveillance) 원리이다. 둘째는 사람들을 도로, 보행로, 조경, 문 등을 통해 일정한 공간으로 유도함과 동시에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의 진․출입을 차단하여 범죄 목표물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범죄행위의 노출 위험을 증대시키는 자연적 접근통제(natural access control) 원리이다. 셋째, 어떤 지역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점유함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가상의 영역을 의미하는 영역성(territoriality)이 중요하다. 넷째, 공공장소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활발한 사용을 유도 및 자극함으로써 그들의 눈에 의한 자연스런 감시를 강화하여 인근 지역의 범죄 위험을 감소시키고 주민들로 하여금 안전감을 느끼도록 하는 활동의 지원(activity support)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시설물이나 공공장소를 처음 설계된 대로 지속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유지 및 관리(maintenance and management)의 원리이다. 이를 테면, 깨어진 창문(broken window)과 낙서는 일반시민과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해당 공간이나 지역에서는 무질서와 불법이 쉽게 허용된다고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No one care'의 신호로 작용하게 된다.

국내 학술적 연구 면에서는 주로 환경학자들과 건축학자들에 의해 건축공학과 환경공학적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정책적 측면에서 강조하거나 다루어지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2년 건설교통부에서는 전국의 설계사무소에 ‘방범설계를 위한 지침’을 배포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CPTED 연구가 거의 전무했던 당시에 나온 지침은 국내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5년 3월에 경찰청에서 한국 역사상 최초로 경찰조직이 CPTED 추진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같은 해 4월에는 2004년 초등학생 2명의 살해사건이 발생했던 부천시에서 지역 안전 확보를 위해 방범 CCTV 설치를 추진하던 시기와 맞물려 조경 및 보안등 개선 등을 추가한 CPTED 시범운영과 준 실험적 설계에 의한 연구가 부천시청과 경찰청의 지원 아래 필자를 포함한 범죄학자와 건축 공학자에 의해 추진되었다.

2005년 7월에는 경찰청에서 건설교통부를 방문하여 판교 신도시에 CPTED 원칙 적용에 관해 협의를 하였으며, 7월과 9월 사이에 도시공학 및 범죄학 교수, 방범전문 경찰관이 참여하여 제작한 CPTED 지침서를 경찰청이 9월에 건교부와 토지공사 등에 약 2천부 배포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였다.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CPTED가 기본계획 속에 포함되었으며 방범설계에 관한 전문가의 자문과 연구(한국도시설계학회)가 진행되어 왔다. 2006년 10월에 관계기관 실무협의회를 거쳐 CPTED 자문팀에 의해 지구단위계획 및 실시설계에 대한 자문이 실시되고 있다. 동년 10월 이후 서울시에서는 뉴타운 사업에 CPTED가 포함되어 있다.

이후 경찰청에서는 CPTED 분야 경찰 전문가 확보를 위해 2006년 이후 2회(08년 현재 4회로 증가)에 걸쳐 경찰대학과 경찰종합학교에서 전국의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CPTED 기본교육 및 전문경찰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있다. 한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KPA)는 건설교통부의 후원을 받아 추진 중인 ‘살고싶은 도시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도시경쟁력 평가시스템’과 ‘도시평가체계’ 구축 작업을 추진하면서 평가부문에서 도시안전 분야로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포함한 바 있다. 2007년 들어서는 (주)삼성전자에서도 경찰대학과 산학협력으로 기계 및 전자적 CPTED의 일환으로 범죄과학(Crime Science)에 기반한 지능형 범죄 영상감시시스템 연구개발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시대적, 기술적 조류에 힘입어 건설교통부 혁신도시팀에서는 제1종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 중에 ‘안전도시(CPTED)에 관한 계획’을 포함시켰다.

CPTED는 환경범죄학과 공공정책학(경찰학) 및 제도론적 측면에서 외국의 경험적, 실증적 연구 사례들을 바탕으로 법제도적, 그리고 정책적 함의를 밝혀내거나 절도범들의 범행대상 건물이나 주거 선택에 있어서 환경구조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도시계획과 건축설계를 담당하는 정부부처, 경찰 등 범죄 및 공공 안전 문제를 다루는 기관 등에 범죄예방 차원에서의 시사점을 제공한다. 

 박현호(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범죄과학(Crime Science) 박사, University of Portsmouth (UK). 국립경찰대학 교수 역임. 현 행정복합도시 설계자문위원,  광교U-City 사업단 자문교수, 서울시 뉴타운 CPTED 자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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