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마다 즐겨보는 오락프로그램 ‘1박 2일’에선 복불복 시스템을 통해 야외취침 여부를 결정한다. 이 때 그들이 내뱉는 구호는 “나만 아니면 돼!”이다.

매주 야외취침을 하지 않기 위해 계속 경쟁하던 그들이 얼마 전엔 독특한 생각을 해냈다. 자신들 중에서만 야외취침 대상자를 결정할 게 아니라 제작진도 함께 경쟁에 참여해 그들 중 진 팀이 야외취침을 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그날 경쟁에선 제작진이 졌고 그들은 야외취침을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바꿔보려 한 것이다.

우석훈은 그의 신작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에서 침묵하는 20대 대학생들에게 혁명을 제안했다. 실제로 일본 도쿄의 히비야공원에선 지난해 말부터 일주일간 ‘실직자 난민캠프’를 설치해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를 지원한 ‘파견마을’ 활동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파견노동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일본 사회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한국의 20대들의 일본의 20대와 달리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상황이 더 나아서는 아닐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의 20대가 지나치게 겁에 질려 쫄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그들 스스로 진(陳)을 짜고 자신이 처한 부당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당사자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20대는 ‘1박 2일’의 야외취침과는 비교되지 않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등록금을 매년 천만 원씩 내며 대학을 다니지만 등록금투쟁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소수다. 청년인턴제의 실효성은 불투명하고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삭감된 상태다. 청년실업 백만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학생들은 바늘구멍을 넓히는데는 관심없고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스펙쌓기에 열중할 뿐이다.

더 이상 쫄지 말자. 이젠 우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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