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사랑해, 봉사해, 아끼고~’

2월 26일 저녁 교우회관에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균연령 81세 교우로 구성된 사랑애 중창단의 목소리였다. 중창단이 3곡을 부르고 유유히 퇴장하자 교우장학증서 수여식장의 어색한 분위기도 사라졌다.

내빈소개가 10분 간 진행됐다. 유명인사 몇 명만 언급될 줄 알았는데 식장에 온 개인명의 장학금 기부자가 모두 소개됐다. 다음 순서는 장학증서 수여식. 교우회는 교우 96명과 장학생 254명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테이블을 배치했다. 작년엔 개인명의장학생이 일일이 앞에 나와 상을 받았지만 올해는 선배가 동석한 후배에게 직접 장학증서를 줬다. 40분 넘게 걸렸던 수여식이 10분 만에 끝났고, 테이블마다 담소가 오갔다.

천신일 교우회장 축사가 이어졌다. 그는 이날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 이야기로 말문을 연 뒤 이번학기 교우장학금 규모를 언급했다. 서울대가 3억 6천, 연세대가 2억 2천만원을 지급했고, 본교는 10억 2천만원을 지급했다. 전국 대학 중 제일 큰 액수다.

식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음식 코스요리였다. 테이블 곳곳에서 와인잔이 부딪히며 ‘위하고!’가 터져 나왔다. 장학증서수여식이 가족 행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자 교우도 많았다. 이재필(간호학과 75학번) 간호대 교우회장을 찾아가 간호대 교우회만의 특징을 여쭤봤다. “우리 과는 나이가 들수록 인기가 있죠. 늙으면서 병원을 자주 찾게 되잖아요. 또 단합은 얼마나 잘 되는지 몰라요”

에프엠(FM)이 터져 나왔다. ‘강철공대 무적기계반 05학번 하성훈입니다’ 시킨 사람은 이근규(국어국문학과 79학번) 교우였다. 이근규 교우는 이런 자리에서는 나이 지긋한 선배님께 후배의 도전성, 패기, 열정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가장 좋은 게 뭐겠어? 일장 연설을 할 것도 아니잖아. FM이 최고지”

젊은 선배도 드물게 보였다. 아주그룹 임원 대신 참석했다는 박성진(법학과 82학번) 상무는 졸업 후 사회 생활하느라 바빠 학교에 오지 못했는데 직접 와보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졸업생은 보통 입학 30주년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교우회 활동을 시작한다.

행사 마지막 순서는 장학생 소감 발표였다. 자유전공학부 새내기 최인수 씨가 손을 번쩍 들고 나왔다. ‘마창진’ 교우회 장학금 수여자답게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FM을 선보였다. 그는 입학하면 좀 놀려고 했는데 장학금을 받아 어쩔수 없이 공부하게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외국학생도 장학금을 받았다. 79학번은 2009년 입학 30주년을 기념해 외국 학생 장학금 7900만원을 모았다. 이날 몽골 출신 수렌자브(공과대 건축09)와 필리핀에서 온 국제대학원생 아브라함이 혜택을 받았다. 수렌자브는 타지에서 온 후배에게 장학금을 주신 선배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아브라함은 교우 문화가 가족처럼 따뜻하다고 말했다.

고대 선후배간 끈끈한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유지담(법학과 60학번) 교우는 “자신의 성공을 원하는 건 어느 대학이나 똑같은데, 고대는 자신 뿐 아니라 선·후배·동기까지 같이 성공하는 걸 원하는 게 다르다”고 말했다.

사랑애 중창단 공연을 기획하고, 장학증서 수여방식 변화를 이끈 장광준 교우회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에 만족했다. 그는 “작년보다 선후배가 더 대화하고 즐길 수 있었다”며 “앞으로 후배에게 먼저 다가서는 교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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