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개교기념일
다사다난했던 개교기념일
  • 장민석 기자
  • 승인 2010.05.0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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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기념일은 학교의 탄생을 축하하는 동시에 다니고 있는, 혹은 다녔던 ‘고려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날이다. 역대 개교기념일엔 이러한 의미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와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개교 105주년을 맞아 개교기념일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최초의 민주화 시위는 언제였을까

1956년 개교기념일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민주화 투쟁이 일어났다.

5월 5일, 신익희 대선 후보가 급사했다. 5월 15일로 예정된 정·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

이승만 후보에 대적할 유력한 대항마였던 신 후보의 죽음은 국민에게 큰 슬픔과 정부에 대한 불만을 안겼다. 성난 군중들은 경무대(현 청와대) 앞으로 몰려갔고 건국 이래 최초의 민주화 투쟁이 일어났다. 경찰은 700여명을 체포하고,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 1명이 사망하고 7명이 총상을 입었다.

이날 시위의 주동 세력은 대학생층이었다. 주모자로 몰린 최종 기소자 27명 중 10명 이상이 대학생이었다. 이 중 정국로, 유태식, 박영남 등이 본교생이었으며, 본교 졸업생은 이덕원, 이헌승 등이었다.

*젊음의 외침이 있었던 개교기념일

1962년 개교기념일엔 ‘석탑축전’이 처음 개최됐다.

석탑축전은 석탑대동제의 전신으로 본교 최초의 종합축제다. 석탑축전은 1984년부터 ‘석탑대동제’로 이름을 바꾸며, 모두가 크게 하나가 되자는 ‘대동정신’을 축제의 슬로건으로 천명하게 된다.

석탑대동제는 개교를 기념하는 동시에 대학문화에 대한 고민과 젊음의 열정을 발산하는 자리였다. 고대생들은 ‘차전놀이’, ‘범머리대기’, ‘전야제’, ‘석탑방송잔치’, ‘역사상 가상재판’ 등 기성문화와는 다른 대학생만의 문화를 만들어갔다. 이들 행사는 민족문화 계승, 기성문화 비판, 사회 논평 등 대학생의 시선을 담고 있다.

석탑대동제(석탑축전)는 개교기념일의 대표 행사였으나 2000년대 들어 개최 기간이 1주에서 길게는 3주까지 미뤄지며 개교기념일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2001년과 2004년을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대동제가 개교기념일을 끼고 열린 적은 없다. 조승연(역교07) 씨는 “대동제가 원래 개교기념일에 열렸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며 “세태가 변해 개인 시간도 많이 필요하게 되면서 서로 편한 시간에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뒤로 미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쟁의 장’이 된 개교기념일

민주화 운동 시기엔 개교기념일이 투쟁의 시간으로 활용됐다. 석탑대동제 개최 등 여러 행사로 학생들이 모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주로 대동제 마지막 날이었던 개교기념일엔 축제를 마친 학생들이 자연스레 시위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신군부 세력이 집권 야욕을 보이던 1980년엔 민주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농성이 5월 2일부터 5일까지 이어졌다. 학생총회에서 대동제 개최를 포기하고 결정한 일이었다.

1984년 개교기념일엔 강제징집 후 의문사한 대학생 6명을 기리기 위한 서울대, 연세대 등 6개대학연합위령제가 이틀째 열렸다.

1986년 개교기념일엔 군사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져 본교생 4명이 부상당하고 전경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박재균 전 부총학생회장은 “이전과는 다르게 오늘날에는 개교기념일이 ‘노는 날’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며 “과거를 돌이켜 보며 선배들의 전통을 돌이켜 보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교기념일, ‘갈등의 날’로?

2005년 개교 100주년 행사가 벌어지던 때에는 중앙도서관 앞에서 진보단체 ‘다함께’의 행사장 진출과 이를 막으려는 학생들 간의 팽팽한 대치도 있었다. 그 사흘 전인 5월 2일 있었던 ‘이건희 삼성회장 명예박사 수여식’에서 일부 학생의 집단행동이 갈등의 원인이었다.

‘출교 사태’가 있었던 2006년 개교기념일엔 행사 때 일부 단과대 학생회를 비롯한 몇몇 학생세력이 어윤대 전 총장이 식사를 낭독할 때마다 북을 치거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2009년 개교기념일엔 총학생회가 개교기념행사장으로 들어가려다 교직원의 제지로 행사장에 진입하지 못해, 본관으로 가는 길목에서 ‘천신일 교우회장 비리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김신원(사회06) 씨는 “개교기념일의 불미스런 일은 안타깝지만 학생들의 요구는 정당했다”며 “개교기념일이든 아니든 그러한 요구를 제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도 와서 즐겨요

오늘날 본교는 개교기념일에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학교의 탄생을 축하하고 본교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고대인의 날’은 1991년부터 이어져온 행사다. 고대인의 날엔 고대가족상, 공로상, 교직원 포상, 사회봉사상, 자랑스러운 고대인상, 특별공로상 등을 수여한다.

어린이를 위한 행사도 있다. 중앙광장 완공 이후 어린이날을 맞아 본교를 방문하는 주민이 부쩍 늘었다. 작년엔 교내 곳곳에 캠퍼스 사진 콘테스트, 캠퍼스 버스투어, 스타 팬 사인회를 열고 본교를 방문한 가족이 즐길 수 있게 했다. 총무부 박종호 과장은 “행사에 참여하는 교우 가족과 지역주민 모두가 즐기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이 참여할 만한 행사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재균 전 부총학생회장은 “현재 개교기념일 행사는 학교 위주다”며 “학생도 함께 어울릴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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