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를 따라 압구정 청담일대 잘나간다는 술집을 찾았다. 대한민국 향락문화의 중심지로 자리굳힌 ‘있는’ 사람들의 놀이터라는 선입견이 자리잡은 그 곳은 예상만큼 재미난 곳이었다. 내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검정색 고급차에서 내리고, 나이 지긋한 주차요원이 키를 받아줬다. 지하공간으로 들어가 보니 그곳은 생각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노래방이긴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 이곳은 노래보다 술이 우선이다. 발렌타인과 카프리를 기본으로 시작하는 것 또한 주간에 5천원으로 노래부르다 마지막 남은 1분에 맞춰 가장 긴 곡을 선곡하는 순발력에 흐뭇해 하는 안암동과는 사뭇 다른 장면이다. 노래마저 이방저방을 돌아다니는 가수가 불러주며 분위기를 띄운다.

정신없이 한바탕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나니 접대비 문제로 고민중일 룸살롱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런식으로 영업하는 가라오게는 압구정을 중심으로 이 일대 밀집돼있다. 주로 기업 접대를 위해 성행하는 업소들이다. 향락성 접대비가 지난해 1조8천억원이었다는 것이 실감날 만큼이나 규모도 엄청나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접대비는 4조7천억원이다. 이는 1999년(2조7천억원)보다 74% 늘어난 수치이며 룸살롱과 골프장에서 사용된 접대비는 1조8천억원에 달한다. 노무현 정부는 일종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이 세계의 문화 자체를 바로잡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골프장과 룸살롱에서 사용한 접대비에 대해서는 세금계산시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전에 만연한 접대문화의 부정적 결과를 벗어보겠다고 벼르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개혁으로 칭찬을 받던 이 계획은 정부의 양치기 소년식 일처리로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성년식을 맞이해 정부도 진정한 성년이 됨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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