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 질을 따질 때다
양보다 질을 따질 때다
  • 장민석 기자
  • 승인 2010.05.3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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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학 부문 세계 챔피언
한국의 유학열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제교육진흥원에 따르면 2009년 해외 유학생 수가 24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대학생의 7%정도가 바깥에 나가 공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대학에선 해외에서 공부하는 비율이 1%를 넘지 않는다. 국내 대학이 7배나 높다.
유학 기간도 길다. 학위과정 유학생이 14만명을 넘어섰으며, 중·단기 어학연수생은 10만명 정도이다.
반면 미국 유학생은 단기 유학을 더 선호한다. 전체 미국 유학생 중 56%는 8주 이하 단기 유학이며, 1년 이상 유학을 떠나는 비율도 4%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인이 세계 각국의 해외 유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2009년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7만명으로 인도, 중국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다. 중국 내 비중도 가장 높았다. 일본, 호주, 영국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미국 남가주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해외 입학사정관 데이비드 파크(David Park) 씨는 “남가주대에 오는 외국 학생 중 한국인이 중국인 다음으로 많다”며 “한국에 교육사무소를 설치하고 매 학기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등 한국 학생 유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엔 없는 그 무엇
이처럼 학생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뭘까.

유명 석학에게 직접 배울 수 있다는 점은 학문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현재 워싱턴대 로스쿨에서 비교법을 공부하는 박범수(남·27) 씨는 “비교법 분야 최고 권위자가 있기에 워싱턴대에 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공부할 수 없는 전공도 있다. 오수광(영어영문학과 99학번) 씨는 미주리대에서 컨버젼스 저널리즘을 배우고 있다. 컨버젼스 저널리즘은 사건에 맞는 다양한 전달매체를 활용해 복합적으로 보도하는 방식을 다룬다. 오 씨는 “컨버젼스 저널리즘은 인터넷 언론에서 활용되는 신학문”이라며 “한국은 미국보다 인터넷이 발달했는데 아직 이 전공이 특화되지 않았다”고 유학 온 이유를 밝혔다.

해외 대학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끌리기도 한다. 워싱턴대에서 의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권기현 씨(남·21)는 “한국의 교육은 ‘뭘 해라’는 식의 강압적인 분위기이고 대학도 그 연장선상에 있어 보인다”며 “여기선 그런 분위기를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외국어 학습도 뺄 수 없는 이유다. 다음 학기 독일에서 유학할 예정인 김유진(문과대 독문09) 씨는 “한국에서 독일어를 익히는 데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며 “6개월은 어학연수를 받고 다음 6개월은 인턴을 하며, 언어도 배우고 해외 경험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취업이 가능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중국‘만’ 온다
반면,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학생은 적은 수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9년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7만 6천명에 불과하며, 외국 학생 비율도 1.0%로 OECD국가 평균인 8.7%보다 낮다.

구성도 문제다. 국내 해외 유학생 중 71%가 중국인이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일본인 유학생은 3939명에 불과하다.

미국대학의 외국인 학생은 세계 각국에서 온다. 학생 수도 비교적 균일하다. 인도(10만 3260명), 중국(9만8510명), 한국(7만 5065명) 순이고, 10위인 사우디아라비아 유학생도 1만명이 넘는다.

그래도 점점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들어오고 있다. 유학생 수는 2004년 1만 6천명에서 2010년 7만여 명으로 455% 증가했고, 2000년 대비 2007년 증가율이 947%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초 2010년까지 유학생 5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2008년엔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Study Korea Project)라는 외국 유학생 유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2012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1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부초청장학생 수를 늘렸고, 사립대학 재정지원 시 ‘해외유학생 유치’ 항목의 반영 비율을 높였다. IT 관련 유학프로그램과 외국 정부와의 연계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숫자는 늘어났지만 중국학생 편중현상은 여전하다. 2004년 대비 증가 유학생 6만명 중 4만 5천명이 중국인이었고, 비율도 53.2%에서 71.3%로 오히려 증가했다.

대학의 ‘국제화 붐’
대학도 국제화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앞을 다투어 해외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방학 기간을 활용한 특별 프로그램이나 해외 유학생을 위한 숙식 설비 등 지원 요건을 갖추는 중이다.

국제화가 가장 잘 됐다는 평판을 받는 대학은 한국외대와 경희대다. 영국의 평가기관 QS와 조선일보에서 실시한 ‘2010년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한국외대와 경희대는 국제화 부문에서 각각 국내 1·2위, 아시아 11·1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경희대는 교환학생 2019명을 해외로 보냈다. 해외 대학에서 온 교환학생도 1204명에 이르렀다. 경희대 영어권 교류개발 담당 강지석 씨는 “교환학생 외에도 방학 중 전공 교수와 학생들이 팀을 이뤄 해외 대학에서 연구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를 국제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3월부터 ‘영어공용화 캠퍼스’를 진행 중인 포항공대 어학센터장 조동완 교수는 “국적에 관계없이 캠퍼스 생활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선문대다. 선문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1221명으로 전체 재학생의 14.21%다.

선문대 측은 외국인 학생이 자국에서 선문대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도록 만드는 게 유학생 유치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노상근 선문대 국제교류협력팀장은 “학생이 와서 편하게, 모국 대학에선 할 수 없는 경험을 하도록 지원했더니 적극적으로 후배들에게 학교를 추천하더라”고 말했다.

한국대학의 ‘국제화 붐’은 2000년대 들어와서야 본격화됐다. 그 결과, 각 대학의 국제화 관련 통계 수치가 급상승하고, 캠퍼스에서 외국인 학생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외형적 발전에 비해 내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학생에 대한 배려와, 해외 교류 대학의 다양성이 부족하단 것이다.

선문대 노상근 팀장은 “외국인 학생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오랜 기간 국제화에 신경 써봐야 얻을 수 있다”며 “금식문화가 있는 나라 유학생의 급식비를 돌려주고, 자국 기념일에 국기를 계양할 기회를 제공하는 정도의 세심함이 타국에 와 있는 유학생들에게는 큰 의미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강지석 씨는 “세계 각국엔 공관이 없을 정도로 한국과 교류가 없는 나라가 많다”며 “이런 나라의 대학들과 협약을 맺어 지역전문가를 키워내는 것도 국제화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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