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과대 인문학 포럼 ‘인문학에 희망이 번지다’ 김애란 작가 강연

중국의 한 거장 감독은 영화를 ‘내가 세상을 대하는 예의’라고 표현했다. ‘인문학 포럼’ 연사로 초청받은 소설가김애란 씨는 그의 말을 빌려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예의가 바로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문과대 학생회는 지난 5일에서 6일 양일 간 총 6명의 연사를 초청해 포럼을 열었다. 조나은 문과대학생회장은 “각박한 시대에 인문학을 통해 경쟁 논리가 아닌 새로운 가치관과 희망을 만들어 나가고자 인문학 포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애란 씨가 한 학생으로부터 작품소재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위대용 기자 widy@)
김애란은 유난히 여자 팬이 많은데 오늘도 여자가 많다는 엄살과 함께 ‘청춘공감, 문학으로 꿈꾸는 20대’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애란은 작가답게 한마디 한마디에 감각적인 표현을 담아 말을 했다. “현재 살고 있는 원룸 주변엔 모텔이 많은데 옥상위에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서정적으로 펄럭이는 하얀 침대시트를 보면 ‘저들도 밤새 뭔가 열심히 했구나 나도 빨리 글을 써야지’ 하며 지내고 있다”며 근황을 알렸다.

김애란은 지금도 젊지만 더 어릴 때부터 자신과 주변에대해 생각해왔다고 한다. 대학 입학 후 서울로 올라와 20년 만에 혼자서 살다보니 김애란은 자신이 쓰는 물세, 전기세, 쓰레기 봉투량이 새삼 낯설어졌다. ‘나는 한 달에 얼마가 드는 인간이구나’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젊은 작가다 보니 데뷔할 때부터 신선하고 발칙한 작품에 대한 주변의 기대와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삐딱하게 해서 본다고 새로운 시선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사물이나 대상을 오래 똑바로 천천히 쳐다봤을 때 주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도랑이 있고 얼음물 위에 쌀뜨물 있네’라는 시 구절을 읽었을 땐 하늘, 바람, 별을 이야기하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작가가 있는 동시에 쪼그리고 앉아 땅의 쌀뜨물을 내려다보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고 한다. “소설 창작이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에요. 흔하고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게 바로 창작이에요”

작가라면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김애란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건 거장이 아니라 또래 작가라고 대답한다. “거장의 작품에 압도당하고 싶은 노예심리도 있지만 같은 세대에게 진심으로 반했을 때, 질투를 느꼈을 때의 자극들이 더 소중하거든요”

어떤 책을 읽었을 때 분석하고 싶은 욕구보다 나 자신의 얘기를 꺼내고 싶은 경우가 있다. 김애란은 자신의 책이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는 작품을 분석하는 리뷰보단 작품을 핑계로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리뷰가 더 좋아요. 얼마나 책을 열심히 읽었는지, 책을 읽고 어떤 충동을 받았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죠”

김애란 씨의 싸인을 받고 있는 학생. (사진=위대용 기자 widy@)

강연 막바지에 이르러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몇몇 학생이 김애란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김애란은 한 학생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 틈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학생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많은 작법 책을 읽어봤지만 가장 잘 맞았던 건 자신의 글이었다며 “내 글이 모범이라는 게 아니에요. 글은 쓰는 게 아니라 겪는 것이며 결국 자신을 가르치는 건 자기 자신이에요”라는 답을 해줬다. 작가로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걱정이라는 학생에겐 “한국 문화예술 분야 소득조사에서 소설가는 굉장히 낮은 축에 속하지만 직업 만족도 조사에선 2위”라고 답해 스스로의 결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김애란은 “비평이든 창작이든 다른 인문학이든 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작품을 보고 질투 때문에 한밤중에 일어나 통곡을 할지라도 동시대의 작가로서, 독자로서,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함께 끊임없이 기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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