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세상에 우리는 잊고 사는 게 많다. 사시사철 변하는 북한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매일 얼굴 맞대는 가족의 소중함,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수업을 받는다는 고마움을 잊기도 한다. 그리고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사람들은 어제 일조차 쉽게 기억하지 못한다.

대승호가 피랍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하지만 정부에선 이들의 귀환을 위한 눈에 띄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대승호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선원 가족들은 답답한 마음에 직접 중앙부처를 찾아 다니며 나포된 대승호 선원이 무사히 귀환하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시간이 흘러가며 국민들 기억 속에서 대승호는 잊혀지고 남겨진 선원 가족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학교 근처에도 잊혀지는 사람들이 있다. 법대 후문에 위치한 신광연립 주민들이다. 살고 있는 땅이 팔리면서 이들은 길바닥에 내 쫓길 위기에 처했다. 이들의 존재는 법적으로 ‘원래 없는 건물’이라며 법원에서도 부정한다. 현재 남은 여섯 가구가 살고 있는 3동도 곧 철거될 예정이다. 만약 이 건물마저 철거된다면 이들의 억울한 이야기는 우리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잊혀질 것이다.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 보다 잊혀지는 게 두렵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많은 연예인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도 대중에게 잊혀진 자신의 모습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는다는 사실보다 죽고 나서 잊혀진다는 사실이 두려운 게 아닐까. 오늘따라 나의 존재는 기억될 때 비소로 의미를 갖는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 마음에 울린다.

태풍 곤파스가 전국을 휩쓸고 가버린 후 우리는 복구에 정신이 없다. 아무리 일상이 바쁘고 정신이 없다지만 이럴 때일수록 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한 번 더 기억하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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