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평가는 대학 발전을 위한 ‘진단’
일간지평가는 대학 발전을 위한 ‘진단’
  • 장민석 기자
  • 승인 2010.09.26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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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민 기획예산처장 인터뷰

일간지 대학평가가 발표되면 대학 내 관련 직원들이 긴장하기 마련이다. 본교도 예외는 아니다. 기획예산처 평가팀은 평가결과를 분석하고 각종 문의에 대응하느라 분주해진다. 경향신문 대학평가가 발표된지 사흘 후인 지난 16일 한재민 기획예산처장을 만났다. 한재민 처장은대학평가 결과에 예민하게 반응하다가 중요한 걸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평가는 ‘진단’이라고 설명하며 있는 그대로 내보여야 올바른 진단을 받게 되고, 그에 맞는 치료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인터뷰 중인 한재민 기획예산처장

올해부터 경향신문도 대학평가에 참여한다. 언론사의 대학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나
적절한 평가는 대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6년간 대학평가를 실시한 중앙일보의 경우엔 대학관계자와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평가 지표와 방식을 보완하고있다. 오랜 기간 대학평가를 실시한 노하우를 통해 한국대학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행되는 평가들이 객관적 지표의 치밀한 검증 수준에 이르지 못함이 문제다. 조선일보-QS의 평가는 대학에서 보낸 자료를 검증하는 과정이 없어 부풀린 자료를 걸러내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잣대없이 대학평가에 뛰어드는 것도 매우 우려할 일이다. 저마다의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상황에선 대학이 자체적으로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일간지 대학 평가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나
지나칠 정도로 크다. 우리나라만큼 대학의 랭킹에 예민한 나라는 없다. 경쟁대학에 순위가 뒤처지는 것이 마치 학교가 큰 위기를 맞은 것과 동일시된다. 또한 결과에 너무 신경쓰다보니 평가를 대학의 실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기보다 지표 몇 개의 순위를 높여 학교를 홍보하려는 대학이 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보아 본교도 그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 때 본교가 일간지 평가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냈던 시기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순위에 연연하기보단 내실을 갖추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부 사람들은 본교의 순위가 하락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본교가 강세를 보였던 국제화 부문의 순위가 최근 하락세다
이 역시 내실을 갖추려다보니 생긴 일이다. 순위 하락의 주요 원인은 외국인 학생 수가 늘지 않아서 인데, 이는 본교의 외국인 학생 입학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본교는 현재 외국인 학생이 가장 들어오기 힘든 학교 중 하나이다. 외국인 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방법인 것을 알지만, 양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 분별없이 외국인 학생을 입학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입학기준을 강화했다.
또한 국제화 부문에서 외국인 학생 수 만큼 중요한 것이 외국인 교수 비율이다. 외국인 교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현행 교수호봉제가 바뀌어야 한다. 외국 대학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연봉이 달라진다. 본교는 우수교수 초빙, 외국석학 특별초빙 등의 제도를 통해서 호봉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연구 분야의 약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는데
본교에는 교수들이 강의와 지도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좋은 전통도 있다. 학부생 대비 대학원생의 비율도 낮은 편이다. 때문에 연구 중심의 대학들에 비해 많이 불리한 게 사실이다. 이 분야에서 약세인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교수 1인당 논문 수가 낮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논문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의대와 자연계의 규모가 작은 본교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교수 업적 분야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대학들을 보면 대부분 이런 측면에서 강한 학교들이다.

최근 교과부는 연구 성과 증진을 위해 국공립대에 교수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기상조다. 교수의 논문 수나 연구비 같은 획일적인 지표를 통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사람 연봉을 빼서 위로 올려주는 식으로 경쟁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비합리적이다. 성과급제가 도입된 배경을 살펴보면 교수 연봉 지급방식과 관련이 있다. 현재 국내에선 교수의 호봉에 따라 연봉이 책정된다. 미국처럼 교수 임용 때 연봉협상을 통해 능력과 경험에 따라 연봉을 차등지급하면 되지만 아직 그렇게 못하고 있다. 연구성과를 증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연구환경을 개선하고 대학원생 정원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먼저다. 예컨대 지금 공대엔 교수는 늘었지만 대학원생 정원이 늘지 않아 연구 인력이 불균형한 상태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연구공간도 부족하다. 현재 본교의 강의실 활용률은 50%에 불과하다. 이는 불필요한 강의실 공간이 연구공간이 생길 여지를 막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표를 통한 평가가 대학을 서열화 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 서열화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서열화를 무분별하게 비판하는 것은 패배자적 사고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 실력이 ‘이 정도구나’라고 파악하고 평가결과를 발전의 계기로 삼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기획예산 처장으로서의 일간지대학평가에 대처하는 자세는
평가는 한해에도 수차례씩 진행된다. 그때마다 대학본부에선 주최 측에 학교의 실상을 정확하게 제공하려 노력한다. 평가는 대학에게 진단과 마찬가지인데 거짓으로 증상을 말하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가는 대학 발전의 도구라는 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평가에서 높은 결과를 얻기 위해 고려대의 교육 철학을 위배하거나 손상시키는 짓을 하면 안 된다. 또한 학문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사회변화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회가 잘 안 움직일 때 고려대가 나서서 한국의 발전을 인도했던 그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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