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이 창간 63주년을 맞아 지난달 29일(금) 인촌기념관 법인이사장실에서 김정배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대만 중국문화대학에서 열린 세계한국학대회에 참가하고 28일 밤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기도한 김 이사장은 세계 속 한국학의 위상을 소개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유쾌함과 긴장감이 엇갈리는 가운데 인터뷰는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사장 취임이후 지난 1년여 동안 법인이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약속한 대로 재단 조직을 바꾸었다. 과거 1국장 체제에서 전략기획실을 만들고, 의료원을 전담하는 의료상담역을 두었다. 예전에 사무국장 혼자 하던 일을 역할별로 세분화했다. 또 그 자리에 해당업무에 정통하고, 경험이 많은 분이 맡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학교와의 관계에서 소통을 원활히 했고, 교육부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하는 행정체제도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면 의료원 파업 문제를 법인의 의료상담역이 다루었나요

그렇지는 않다. 의료원 노동조합은 의료원 산하여서 해당 기관 담당자와 이야기해야 한다. 얼마 전엔 노조가 인촌기념관 앞에서 모여있는 모습을 보았다. 요즘 젊은 학생들이 취직이 어려운데 이미 취직을 한 사람들이 자기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파업까지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노조도 의견이 있으니 얘기하는 건 좋지만, 젊은 사람들은 취직하기 어려워서 발버둥치고 있는데 그런 부분도 고려해서 노조활동을 하면 좋겠다.

법인의 조직개편 이후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조직을 개편하고 나면 단절됐던 행정관계에 물고가 트이면서 당면한 문제들이 노출되었다. 먼저 잡음이 일던 아이스링크 운영사업을 재단이 회수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다시 체육위원회로 돌려보낼 것이다. 현재 아이스링크장은 관람석이 한 쪽에만 있어 방송중계가 어렵다. 그래서 반대쪽에도 관람석을 보강해 활용도를 높이려고 한다.

송추에 있는 부지에는 골프연습장을 임대하여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 당장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장기적으로 해당 토지에 대한 개발이 가능해진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된 양평 철원 괴산 쪽에 연습림은 재단이 산 것이 아니다. 오래전에 기증받거나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땅이다. 함부로 개발할 수 없어서 지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계속 듣고 있다.

최근에 학교가 추진하는 경영진단에 대해 법인은 어떠한 입장입니까

경영진단은 학교에서 추진하는 사안으로 이사장으로서 보고를 받기는 하였다. 새로운 총장에게 학교경영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들었다. 아무래도 학교 자체적으로 진단하는 것보다 전문업체가 나서면 여러 사례를 다양하게 비교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고려대학교가 경영진단을 한지 10년이 지났다. 이번 진단으로 그동안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있는지 알아볼 기회여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후 구체적인 개선방향을 학교 측이 내놓으면 법인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본교가 입시의혹 소송, 출교자 소송 등으로 언론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입시의혹은 본교의 명성에 부합하는 일이 아니다. 고려대학교가 입시과정에서 지탄받는 일은 해서도 안 되고, 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법적 대응과정에서 소홀했다면 상고에서 충분하게 자료도 체출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전 출교생으로 인한 소송이 계속되는 것은 안타깝다. 학생을 처벌할 때는 항상 교육적 견지에서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감정이 개입되기 쉬운데, 그러면 시간이 지나고 후회해도 너무 늦는다. 결국 학생은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왔기에 우리가 감싸고 포용해 학생이 많은 것을 느끼고 졸업하도록 해야 한다. 빠른 시일안에 해결이 되면 좋겠다.

세종시에 캠퍼스를 짓는 계획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세종시 건설계획이 달라지면서 캠퍼스 부지의 비용이나 제공면적, 투자 혜택까지 상당히 달라졌다. 그래서 굳이 새종시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오랫동안 꾸준히 투자해온 세종캠퍼스에 그 자금을 투자하는 편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지난 해 선정된 약학대는 세종캠퍼스 발전에 분명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본교에는 의료원도 있어서 약학대가 더 중요하다. 다만, 약학대 정원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총장선출과정이 진행 중입니다. 새 총장에게 재단이 기대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학생들과 학생기자들의 눈이 더 정확할 것이다. 100여년 역사를 가진 우리 고려대의 총장은 그 책임과 권한이 막중하다. 재단이 기대하는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총장은 본교의 학문 수준을 한 단계, 두 단계 끌어올릴 능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 대학가에서 CEO형 총장을 원한다고 하는데, 모금이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돈도 결국 연구역량과 교육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또, 학내의 다양한 구성원을 통합할 리더십을 갖춘 분이어야 한다.

특히, 교수의 연구업적이 많이 나와야 한다. 연구업적은 골프를 친다고 나오지 않는다. 공부를 해야, 연구실에 불이 꺼지지 않아야한다. 최근 교수들 사이에 게으르고 자만하는 연구풍토가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세계 학계의 연구업적 평가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에 맞춰 연구업적 평가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이사장으로서 10년전 총장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달라진 생각이 있습니까

그런 건 별로 없다. 다시 생각해봐도 다시 그 일을 맡으면 그 만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총장을 마친 후에 그 때 열심히 해주었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우리는 전임총장을 얘기할 게 아니라 현재 다져진 기반 위에다 더욱 새로운 것을 쌓아야 한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우리가 기부를 받는 것은 외부와의 약속하는 일이다. SK교육관을 위해 150억원 모금했는데 10년이 지나도록 착공도 못하고 있다. 완도 수련관도 좀 더 크게 지어야지 지역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약속을 지키는 일은 학생을 위해서도 기부자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 속에서 학교발전을 위한 더 큰 기부를 끌어낼 수 있다.

지금의 학생들은 비전과 꿈보다 당장의 진로와 취업에 더 급급합니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꿈을 꾸는 곳이고 실현시키는 곳이다. 그런 생각이 재학생 때 머리에 꽉 차있어야 한다. 비록 사회에서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학 때 가졌던 기상은 의미가 있다. 그 꿈을 실현하려면 항상 특징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더 잘하는 것,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특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고려중앙학원이 국내 학교법인과 다른 특징은 무엇입니까

가장 큰 특징은 학교에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사장인 나도 인촌 집안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다. 모든 권한과 재산을 위임받았기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법인에 고려사이버대학이 들어온다. 국내 사이버 대학 중 최고의 교육을 하는 곳이다. 그렇게 되면 재단 산하에 온·오프라인으로 같이 교육할 수 있어 고려대학교의 발전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온·오프라인 수업 사이 경쟁관계도 만들어 질수 있다. 어디가 더 학생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느냐. 경쟁 속에선 교수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낙오자가 생긴다. 그렇게 돼야 고려대가 1등하는 대학이 될 수 있다.

학내 구성원에게 당부하는 말씀이 있으십니까

고대가족들은 어려움이 있을 때 항상 단결해왔고, 그것이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본교가 큰 조직이기 때문에 구성원 사이 마찰은 있을 수 있지만 단합하면서 나가자. 서로 불신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과거 선배들의 업적을 물려받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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