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8 17:14 (화)
"한국의 사투리까지 배우고 싶어요"
"한국의 사투리까지 배우고 싶어요"
  • 김수정 기자
  • 승인 2010.11.13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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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 3층엔 책을 빌리려는 학우들을 멈칫하게 하는 근로장학생이 있다. 연한 갈색 눈에 노란 머리를 한 외국인이 앉아 있기 때문이다. 중앙도서관 3층에서 근무 중인 바실리 블라디미로비치 레베데브(Lebedev Vasilii Bladimirovich)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본교로 교환학생을 온 학생이다.
중앙도서관 3층 도서관엔 러시아에서 온 교환학생 바실리 씨가 있다.(사진=위대용 기자 widy@kunews.ac.kr)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바실리 씨는 국제처를 제외한 교내 부서에서 근무한 첫 외국인 직원이다. 도서관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바실리 씨의 외국어 실력 덕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모국어인 러시아어는 물론 한국어와 영어까지 능통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건 그의 어려운 가정환경을 알게 된 한 교수의 소개 덕분이다. 최근 러시아에선 경제위기로 복지혜택이 축소돼 바실리 씨 역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 그는 한국생활에 드는 모든 비용을 도서관과 번역 아르바이트나 러시아 교습으로 충당한다. “러시아에선 여행안내와 서류번역 아르바이트를 해봤어요.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일에 많이 익숙해졌어요”

바실리 씨는 문학책보다는 주로 음성학관련 책을 읽는다. 한국문학보다는 한국어로 번역된 일본 SF문학을 주로 읽는 편이다. (사진=위대용 기자 widy@kunews.ac.kr)

바실리 씨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 한국학을 전공했다. 우연히 고등학교에서 한국 역사와 예술, 미술을 다룬 특강을 듣고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대학 입학 후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해 기미독립선언서를 번역하고 해동고승전을 원본으로 읽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북한에도 관심이 많아요. 특히 러시아에서 본 북한영화도 마음에 들었어요. 북한이 소련과 비슷한 점이 많아 북한 영화를 보면서 러시아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본교에 와서는 역사와 한국어, 음성학 수업을 듣고 있다.

최근 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가장 가까운 러시아 친구의 군 입대다. 이미 러시아에서 1년간 군복무를 한 바실리 씨는 친구가 군대에서 위험한 일을 당할까봐 염려스럽단다. 2년전 러시아와 그루지야 사이에 일어난 080808전쟁에 아는 사람이 전쟁에 참전했다가 거의 죽을 뻔 했기 때문이다. “친구가 입대 준비로 바빠서 전화는 못했지만 문자로 잘 갔다오라고 말했어요. 현재 러시아 경제상태가 나빠 전쟁이 일어날까 걱정입니다”

그는 처음 수업을 들을 당시 ‘질문’을 꺼리는 한국의 수업분위기에 놀랐다고 했다. 교수님께 궁금한 점을 질문하자 교실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지며 모든 학생이 바실리 씨를 이상하게 쳐다봤다고 한다. 그 뒤론 바실리 씨도 질문을 잘 안하게 됐단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는 한국 학생의 모습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어떻게 수업시간에 그렇게 집중을 잘 하는 지 궁금합니다. 러시아에선 도서관에도 학생이 거의 없는데 여기 도서관에는 학생이 참 많아요. 저는 한국사람보다 게을러서 그런지 열심히 공부하기가 힘든데 말이예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바실리 씨는 열심히 공부해 박노자 씨처럼 한국에서 교수의 길을 걷는 게 꿈이다.(사진=위대용 기자 widy@kunews.ac.kr)

바실리 씨는 교환학생을 마치고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계속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교수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박노자 씨처럼 되는 게 꿈이예요. 특히 한국의 사투리에 관심이 많은데 남은 한 학기 동안은 사투리를 공부하고 싶습니다. 러시아에선 오디오 파일로 제주도 사투리를 들어보기도 했어요. 기회가 되면 부산과 제주도에 직접 가 사투리를 듣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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