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스티브 잡스의 병가 소식으로 불과 4분 만에 애플 주가총액의 100억 달러가 떨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연이은 호실적에 시총 기준 세계 최대 기업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리포트에도 불구하고 스타 CEO의 부재가 가져올 ‘사과반쪽’ 애플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극명하게 나타난 해프닝이었다. 지난 주 자사의 차세대 태블릿 PC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잡스는 예고 없이 등장하였고 장내 참석자들은 기립하며 그를 맞이했다.

 한국정치사에 여야 간 정권 교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궤를 같이했다. 기존 정부의 경제 실정을 물고 늘어진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은 ‘Buy Korea’를 외치며 국가경제회복에 공을 들였다. 한편 현 정부는 ‘국격’을 논하며 G20 의장국으로서 각국의 정상을 서울로 불러들이며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국가 수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한 분은 한국이라는 기업의 부채 청산에 앞장섰고 현 정부는 브랜드 완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은 2001년 하드타입의 휴대용 MP3 플레이어를 시작으로 불과 10년 만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융합한 새로운 IT 생태계를 일궈냈다. 일관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며 로드맵에 따라 예측가능한 생태계의 확장으로 계속해서 유저들을 유입시키며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잡스는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마치며 애플의 DNA를 논했다.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이것은 사용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IT 생태계를 일궈낸 대가의 철학이었기에 명쾌하게 전달되고도 남았다. 잡스란 희대의 CEO가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애플’은 남는다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구제역 파동을 지켜보면서 걷어내고 덮어버리는 단기 처방이 현 정부의 격(格)이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이전에도 국민과의 소통을 컨테이너로 봉쇄했던 정부가 아니던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동상이몽으로 고개를 쳐드는 개헌논의도 이를 지켜보는 한 국민으로서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대선공약집에 담긴 굳은 다짐도 ‘쿨’하게 “그땐 그랬지요”하는 마당에 개헌 논의는 그 순수성에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금모으기운동에 동참하는 국민의 순수성에 기대고자 하는가. 국정운영에 부침이 있을 수 있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가와 국민은 그 자리를 지키기 마련이다. 리더십은 상황을 재단하는 민첩함이 아니라 소통과 공감으로 지켜야 할 유산과 교정이 필요한 계획을 헤아리고 제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의 민의와 공약을 번복하고 소통의 길을 차단해서는 더 나아질 수 없어 보인다. 영화 아바타의 명대사 “I See You”는 당신과 공감하고 소통하고 싶다는 소망이 담긴 인사말이다. 어쩌면 현 정부가 이제라도 남은 임기 중 시급히 반성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한다. 무리수를 두며 종결자를 자처할 것 없이 백년지대계의 선구자로 남아도 족하다. 이제라도 소통의 씨를 뿌렸으면 하는 소박한 민의를 전한다.

 채근담 수성편에 마음이 농후한 사람은 스스로를 후대할 뿐 아니라 남도 후대하는지라 곳곳마다 세밀하며, 마음이 담박한 사람은 스스로를 박대하고 남도 또한 박대하는지라 일 마다 담박하리라 하였다. 더 이상 한 발 다가서면 두 발 물러서는 ‘거지같은 사랑’이라고 우매한 국민을 탓하지 말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테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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