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에 컬이 강한 파마를 ‘아줌마 파마’ 혹은 ‘뽀글이 파마’라고 한다. 젊은 세대에서도 ‘뽀글이 파마’로 개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유난히 아주머니들 중에서 하시는 분들이 많다.

대다수 사람들은 ‘아줌마 파마’라고 하면 웃거나, 아줌마에 대한 선입관을 줄줄 늘어놓는다. 아무리 아줌마 파마의 장점이 ‘손질이 간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경제성’이라지만 나 역시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나 아줌마예요’라고 말하는 머리를 왜 저리 많이 하실까.

지난해 일명 ‘폐지전쟁’이 일어났을 때였다. 셔틀버스에 앉아있는데 미화노조원분들이 본관을 향해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하나같이 ‘뽀글이 파마’를 한 모습이었다. 순간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길게 늘어선 행렬엔 아주머니들 뿐만 아니라 학생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의 절박함을 와닿게 한 건 누군가가 외치는 구호도, 이런저런 말이 적힌 피켓도 아니었다. 파마 머리를 하고 본관으로 향하는 뒷모습에서 그분들이 짊어진 고단한 삶이 무엇보다 생생하게 느껴졌다.

다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뽀글이 파마’는 가족과 생계를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과 여자로서 아름답고 싶은 마음이 묘하게 결합된 헤어스타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터에 나가고, 힘겨운 노동 후 집에 돌아와선 집안일을 하고, 가족을 챙기고, 빠듯한 살림으로 가정경제를 꾸리는 ‘아주머니’들에게 ‘돈이 적게들고, 손질이 간편하며, 오래가는 파마’는 그야말로 최적의 선택일 것이다.

요즘도 학내미화노조의 투쟁이 한창이다. 어떤 분들은 스스로를 ‘밑바닥’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들이 요구하는 건 단지 ‘최소한의 생활임금’이다. 하지만 난 아주머니들이 최소한의 생활임금은 물론이고, 뽀글이 파마말고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를 가꿀 여유까지 쟁취하셨으면 좋겠다. 당연한 것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이런 것까지 바라는 건 과분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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