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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나무 가꾸기 봉사 체험기] 폐허에 나무를 심고 가슴에 보물을 채우다
[낙산사 나무 가꾸기 봉사 체험기] 폐허에 나무를 심고 가슴에 보물을 채우다
  • 김민형, 김슬기 기자
  • 승인 2011.05.02 0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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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것은 봉사만이 아니다

 

“불이 하나의 덩어리가 돼서 강풍을 타고 이 곳 저 곳을 뛰어다녔다”
6년 전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화재를 최귀순(여·66) 보살은 이렇게 회상했다.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하나이며 의상대사가 671년도에 설립한 ‘천년 고찰 낙산사’는 담뱃불로 시작된 화재로 한순간에 폐허가 됐다.

2009년, 본교 사회공헌경영활동 동아리 ‘사이프(SIFE)’는 낙산사가 있는 양양에서 군 생활을 한 회원으로부터 ‘화재 발생 후 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낙산사가 황폐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에 낙산사 나무심기 봉사를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선정했고 이를 본교 사회봉사단에 제안해 함께 봉사단을 꾸렸다. 낙산사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2009년,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잣나무 1500그루와 소나무 1000그루를 심었다. 양양군청, 낙산사도 하나가 되어 협력했다.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난 가을부터는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 주변을 가꾸는 봉사활동을 진행하고있다.

지난달 9일(토), 고대신문이 이들과 함께 ‘제4회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낙산사 나무 가꾸기’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봉사단은 사회봉사단, 사이프 회원, 교내포털에서 신청한 학생 등 68명으로 꾸려졌다. 이상찬(보과대 물리치료09) 씨는 “봉사활동 신청 전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좋은 경치를 보며 뜻 깊은 봉사활동을 한다는 생각에참여했다”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천년을 이어갈 봉사

모든 인원이 집결하자 봉사단원을 태운 고속버스 2대가 낙산사가 있는 양양으로 출발했다. 본교 낙산수련원에 도착한 봉사단원들은 1층 강당에서 봉사활동 배경, 기대효과, 유의할 점 등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마친 단원들은 각자 장갑과 모자를 챙겨들고 낙산사로 향했다.

현재 낙산사는 대부분 건물 복원을 완료해 불에 탄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낙산사 주지 무문 스님은 “화재에 의해 많은 건물이 전소됐기 때문에 발굴조사를 통해 주초와 건물지가 어떻게 돼있었는지 파악 했습니다. 다행히 낙산사 실측자료가 남아 있어서 2007년, 2009년 2번에 걸쳐 복원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화재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었다. 밑동이 잘려나간 소나무들도 보였다. 불에 검게 타버려 잘라낸 나무들이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높이 16m의 해수관음상에도 불에 그을린 흔적이 존재했다. 새로 복원한 건물과는 대조적이었다.

오후 1시, 낙산사 공양실에서 국수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마친 봉사단원들은 본격적인 봉사를 위해 해수관음상 뒤 숲으로 이동했다. 사이프 前 회장 김윤정(문과대 심리07) 씨는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땐 잡풀조차 없을 정도로 온통 까맣고 폐허 같았다. 하지만 봉사한지 3년차를 맞은 지금, 나무가 많이 자라고 전보다 자연이 많이 회복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나무 주변을 가꾸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낫과 톱을 쥔 봉사단원들은 소나무 성장을 해치는 잡초와 아카시아 나무들을 베기 시작했다. 억센 잡초와 나무들을 베는 것은 간단치 않았다. 아카시아 가시에 목장갑과 옷이 뚫려 생채기가 나기도 했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학생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모두 자발적으로 힘을 모으고 있었다. 사회봉사단원 배수용(정경대 행정04) 씨는 벌써 3년 째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힘들지만 처음과 많이 달라진 모습에 많은 보람을 느껴요. 자연의 치유력에도 놀랐고요. 단기간에 그치는 봉사가 아니라 하나의 전통처럼 오래 이어지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남는 것은 봉사만이 아니다

약 5시간에 걸친 첫째 날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 학생들은 ‘저녁총화’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저녁총화에서는 봉사활동에 대한 피드백 시간이 마련됐다. 학생들은 조 별로 모여앉아 미흡했거나 개선할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별로 구역을 나눠 봉사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부터 시작해 ‘나무 심기봉사인 줄 알고 왔는데 나무 가꾸기 봉사여서 당황스러웠다’, ‘예초기를 도입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사회봉사단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봉사활동부터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피드백 시간이 이어졌다. 위효선(법과대 법학08) 씨는 “봉사활동을 혼자 신청했기에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다른 학생들과 쉽게 친해졌다”며 “낙산사의 멋진 경치도 보고 좋은 사람들도 만난 뜻 깊은 봉사활동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학생들이 머물고 있던 낙산 수련원은 분주했다. 학생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봉사활동 준비를 마쳤다. 낙산사로 이동한 학생들은 다시 낫과 톱을 잡고 소나무 주변의 잡초를 다듬기 시작했다. 전날에도 많은 잡초들을 다듬었지만 잡초는 여전히 무성했다. 봉사 활동을 하던 중 잠깐 공터에 모인 학생들은 조별로 구호와 ‘낙산사’ 3행시 발표시간을 가졌다. ‘낙타는/산에 살지 않습니다/사막에 삽니다’라는 3행시를 발표할 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다시 봉사활동이 이어졌다. 가을에 다시 낙산사를 방문할 때까지 잘 자라달라는 기원을 담아 아카시아 나무와 잡초를 벴다.

낙산사 봉사활동은 학생들에게 뜻 깊은 경험으로 남았다. 김예원(경영대 경영08) 씨는 “나무를 가꾸고 심는 것은 경제적, 물질적 측면뿐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에요. 1박 2일 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친목을 나누고 봉사활동을 한 것은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라고 말했다. 낙산사를 떠나기 전 주최 측에서 보물찾기 행사를 마련했다.얼마나 잘 숨겼는지 상품이 적힌 종이쪽지를 찾던 학생들이 제풀에 지쳐 보물찾기를 포기했다. 어마어마한 상품이 걸려있다는 보물쪽지를 찾는 것엔 실패했지만 낙산사를 떠나는 학생들에겐 이미 봉사와 사람들이라는 보물이 한 아름 안겨있었다.

                                                                                                                                                                              글·사진 | 김슬기,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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