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기 고려대학교 교수의회 집행부가 구성됐다. 지난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각 단과대 교수의원들은 같은 달 12일 의장단을 선출했다. 의장에는 김인묵 교수(이과대 물리학과), 부의장에는 배정원 교수(의과대 외과학교실)가 선출됐다. 김인묵 교수는 “교수의회가 대학행정의 건강한 견제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불편부당한 본연의 모습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취임의지를 밝혔다.

제4대 의장으로 선출된 김인묵 교수는 입학처장과 이과대학장을 역임했다. 그는 학내 구성원들의 ‘조화’를 강조한다. 학교당국, 교수, 교우, 재단, 학생이 각자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일(목) 인촌기념관에서 신임 교수의회 의장을 만났다.

교수의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김인묵 신임교수의회 의장. (사진=조상윤 기자 chu@)

 

“교수의회는 고려대 교수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로 학내의 다른 구성원과 상호 공존하는 동반자다.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당국과 학생을 견제하는 동시에 도와야 한다. 자연의 변화 속에서 태양과 지구는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수의회도 다른 구성원들과 조화롭게 섞여야 한다”

 

신임의장으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총장을 선출하는 방법에만 신경을 썼지 학교 집행부의 사후평가에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총장이 ‘무엇을 했고, 무엇이 남았는데, 결국 어떻게 됐나’라는 이야기가 부족하다. 총장 선출 과정에서는 치열한 준비와 토론을 하는데 선출이 끝나고 나면 줄이 뚝 끊어진다.
가장 먼저 집행부의 공약과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총장선출제도를 재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막 총장이 선출됐기 때문에 지금이 미래의 총장선출을 고민할 최적의 시기다”

교수평가에서 연구가 중시되고 있다
“아직도 연구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 국내에서 자연계 연구가 시작된 지 불과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사회는 연구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2000년대 들어와서야 비로소 대학의 역량과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전까지는 후학을 양성하느라 연구할 시간도 없었다.
우리나라는 왜 노벨상 못 타냐고 묻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시아에서 노벨상을 최다 수상한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연구를 해왔다. 선진국에서 100년, 200년 씩 한 연구를 국내에서는 이제 10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채찍이 아니라 격려가 필요하다. 일괄적인 평가가 아니라 학문 분야별로, 학문의 발전 시기에 따라서 단계적인 평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과 정부가 연구에만 집중해 교육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있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자들과 대화하고 정보를 교류하도록 계속 뛸 수밖에 없다. 이미 저들은 태양에 가 있고, 우리는 지구에 있는데 태양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이 움직일 순 없는 것이다. 물론 교육과 연구는 분리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역할이 서로 다르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요즘 교수사회의 이슈는 무엇인가
“‘분리성’을 해결하는 것이다. 교수나 학생이나 마찬가지라 보는데 결국 지금 대학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인 것 같다. 교수의회 의장이 된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각 단과대를 대표하는 위원들과 이야기해보면서 ‘각자의 입장에서만 주장하는 자기 분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네트워킹해야 전체가 같이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 허브가 형성된다. 복잡한 네트워크일수록 그에 맞는 허브가 존재하고 또 그 역할이 커진다. 교수사회에서 교수의회가 허브역할을 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은 시대를 막론하고 중요시 된다
“소통, 참 중요한 문제다. 30년 전에는 강의를 일주일에 15시간~18시간, 심지어는 24시간까지 할 때도 있었다. 소통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요즘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전 집행부에서 지도교수 제도를 정착시킨다고 했는데 그게 잘 진척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지도교수가 멘토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고려대 안에 양성평등센터, 학생상담센터, 보건소 등 전문성 있는 지원 부서들이 많이 있다. 학생을 상담하다가 어떤 심리적 문제가 있다고 보이면 학생상담센터와 연결을 해줘야 한다. 그런 멘토십이 필요하다”

인터뷰 중인 김인묵 의장(오른쪽)과 위대용 기자. (사진=조상윤 기자 chu@)
이번학기 비상학생총회에 2000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학생사회에서 간만에 큰 움직임인데

이번학기 비상학생총회에 2000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학생사회에서 간만에 큰 움직임인데

 

이번학기 비상학생총회에 2000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학생사회에서 간만에 큰 움직임인데“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많이 모였다는 것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도 1980년대 민주화를 부르짖던 학생운동과 지금의 학생사회를 같다고 보는 건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학생사회는 어디까지나 기성정치와 분리돼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외부의 기성세력의 정치적인 간섭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다. 학생들의 생각과 요구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외부세력과 단절돼야 한다. 학생사회의 생명은 순수함이다”

 

현재의 등록금 수준을 어떻게 보나
“비싸다, 아니다보다 모든 대학의 등록금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다는 게 문제다. 비싸다고 판단되면 등록금을 인하해야한다. 하지만 이건 고려대만 보고 따질 수 없는 문제다. 어제 등록금이 얼마였고 오늘은 올랐으니까 비싸다는 구호는 정말 잘못된 사고방식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외국 대학을 보면 등록금이 정말 다양하다. 사립대와 국립대의 차이도 분명하고 유럽은 거의 공짜로 다닐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서울대 등록금이 400~500만 원 정도로 고려대와 큰 차이가 없다. 그게 타당한가?
2005년 백주년 행사를 했을 때 세계 대학 총장들이 100여 명이 학교를 방문했는데 전부 뒤집어졌다. 이렇게 훌륭한 시설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게 놀랍다는 것이었다. 도서관 좌석 수 당 학생이 100명인 대학하고 10명인 대학하고 등록금을 같이 받아야 하나? 인하가 아니라 등록금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등록금 인상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등록금 더 낼 테니까 더 좋은 교수 뽑아 달라’, ‘내가 홍콩가서 싱가포르 가서 미국의 월스트리트 가서 싸워서 이겨야 하는데, 이것밖에 못 가르치냐’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교육 정상화라는 말이 있다. 의장이 생각하는 대학교육 정상화란
“대한민국이 다 정상화됐는데 대학교육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면 당연히 정상화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데는 전부 정상화 돼있나? 사실 대학은 억울한 면이 많다. 우리는 30년 전, 50년 전과 비슷한 대우를 받으면서 최첨단의 성과를 내야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지금 이 시점의 화두는 ‘정상화’가 아니라 ‘충실화’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육의 주체인 학교 당국, 재단, 교우, 교수, 학생 모두 각자의 궤도에 더 깊이 충실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각자가 올바른 주기 속에서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잘 돌고 있을 때 모두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 그 때 우리가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 잡을 수도 있는 거고. 그게 바로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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