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장맛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청계광장은 꺼지지 않는 촛불로 빛나고 있었다. 지난 5월 29일부터 시작된 ‘반값 등록금’ 시위는 방학이 시작되고 6월 정기국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참여자 수가 많이 줄었다. 연일 계속되던 시위는 지난달 29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시위로 바뀌었다. 이날은 200여명의 학생들이 촛불을 지키고 있었다. 

청계광장에서 오후 7시 30분부터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사전행사는 김주완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발의로 시작됐다. 김 회장은 등록금을 벌기위해 아르바이트 도중 숨진 故 황승원 학생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호소했다. 황승원 학생을 위한 묵상이 이어졌다. 이어 본교와 경희대, 이화여대, 동국대, 경기대, 한양대, 한국외대의 학생대표자들이 차례로 발의했다.

본 행사는 대학생들이 준비한 공연들이 주를 이뤘다.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기존 가요를 ‘탄핵해도 될까요’라는 제목으로 개사해 부르거나 뮤지컬 공연을 하는 등 예술대학 학생들의 참여가 유난히 활발했다. 조소연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예대련) 의장은 “예술대학은 등록금 부담이 특히 크다”며 “사비 400만 원을 들여 영화를 찍는 학생들과 졸업 연주가 마지막 연주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김영록(한양대 신문방송10) 씨는 “시위에 예술공연이 많아져 ‘시위’ 자체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하는 대학생 외에도 시위 현장에는 한발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청계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을 전경들이 수시로 오갔다. 시위가 시작할 무렵에는 20여명이었지만 행사 막바지에 이르자 100여명으로 늘었다. 시민들이 시위 현장에 나와 학생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진성(남·48세) 씨는 “한번도 빠짐없이 시위 현장에 왔다”며 “학생들이 등록금 문제에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값 등록금’ 투쟁의 성격을 두고 대학생 대정부투쟁이라는 평가와 운동권 대학생만의 투쟁이라는 평가가 분분하다. 지금의 ‘반값 등록금’ 투쟁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도 단체가 있어서 투쟁이 체계화됐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자은 한대련 의장은 한대련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학생과 시민이 광장에 모이도록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한대련 주도의 시위 진행으로 일반 학생들의 관심이 지속적이지 못했고 운동권 학생들만의 시위로 축소됐다는 비판도 있다. 김현아(문과대 국문10) 씨는 “지난번에도 시험기간에 동맹휴업을 추진해 찬성표를 던질 수 없었다”며 “운동권 대학생들의 선동하는 분위기가 싫어서 시위에도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오후 9시 30분 경 준비한 모든 공연이 끝나자,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래를 부르며 그날 집회도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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