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각지를 돌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안철수 박사, 박경철 의사의 ‘청춘콘서트’가 화제다. 그들은 강연에서 20대의 도전과 희망을 강조하지만 많은 청춘들이 쉽게 ‘도전’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젊음의 현실이다. 노광철 ‘짐치독’ 대표는 그러한 도전을 행동으로 옮긴 인물이다. 건국대 전기공학과에 재학중인 그는 2009년, 22살때 ‘짐치독’이라는 김치회사를 만들어 올해 20억 매출을 기대하는 중소기업의 CEO이다. 그에게 20대 CEO로서 바라본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구민지 기자 wow@

 -김치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3년전 군대에서 복무할 때 사업을 시작할 결심을 했다. 당시 언론에서 급식에서 기생충 알이나 동물의 토막이 발견되는 등의 충격적인 이야기들이자주 보도됐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언제나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식품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창업이라는 도전이 두려운 적도 있었다.

   -왜 ‘김치’였나

2009년 회사를 차릴 당시 창업을 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 IT관련 사업에 도전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제조업분야에서는 20대의 창업사례가 거의 없었다. 특히 전통과 관련된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전무해 전통음식을 만드는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젊은이들이 잘 도전하지 않는 분야면서도 경쟁업체가 많은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업의 시작은 어떻게 했는가

과외와 입대 전 주식에 투자했던 돈으로 700만원의 자본금을 마련했다. 1년 동안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세무․회계․법률 등 사업전반에 관련한 모든 것을 직접 공부해 동업자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관련 책을 보며 혼자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공장에 나가 레시피 개발 등 김치 연구도 직접했다. 현재는 직원들이나 외부업체의 도움을 얻는 부분이 많지만 사업 초기엔 개발부터 판매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었다.

   -700만원은 창업 자금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많은 사람들이 창업하기 전 창업자금은 어떻게 투자하고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자금은 부족하지 않은지 걱정을 한다. 누구나 계획과 성공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 있다. 나도 700만원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무작정 시작했다. 막상 시작해보니 부족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참고한 자료는

전통방식을 지향했다. 준비를 하면서 동의보감과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김치관련 문헌을 번역해가며 김치를 만들었다. 문헌의 레시피로 만든 김치와 요즘 레시피로 만든 김치의 맛을 비교하면서 어떤 것이 더 대중의 입맛에 맞을지 고민했다.  

-식품사업에 맞는 특별한 사업방향이 있나

레드오션인 식품사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김치사업을 진행중인 대기업도 많고 ‘남자 김치’, ‘장윤정 김치’ 등 연예인들이 인지도와 이미지를 이용해 많이 뛰어드는 사업이기도 했다. 그래서 국내 판매보다는 B2B를 통한 해외 판매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워싱턴 금융가에 김치 매장을 새로 낸 교포뿐 아니라 외국 바이어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해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젊은 사람을 얕보는 업계의 선입견 때문에 힘들었다. 김치 사업을 시작하면서 김치협회에 가입서를 냈다. 그 때 나이가 어리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비웃음을 당할 정도였다. 또 거래처와 거래를 하려 해도 계약 성사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장신분을 숨기고 일반 직원으로 소개해 거래를 성사하기도 했다. 나중에 매스컴에서 나를 본 거래처 관계자들이 사장인줄 몰랐다며 놀라워한 적도 있다.(웃음)

-부하 직원 중엔 연장자도 있을텐데

외주업체를 제외하고 사무직․생산직을 합치면 직원이 15명 정도인데 40대, 50대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나는 아들 뻘이다. 그래서 가족적인 사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고, 현재는 언제나 의견을 나누기 쉬운 수평구조로 이뤄져있다.

-학생 CEO의 하루 일과는

평일에는 학교와 회사를 오가는 생활을 한다. 오전에는 학교에 가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사무실이나 집에 가 결재를 하거나 생산 진행과정을 점검한다. 미국에서도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벽엔 통화업무를 한다. 금요일부터 주말까지는 광주에 있는 공장을 가거나 밀렸던 미팅을 한다. 덕분에 하루에 3~4시간밖에 못 자 병원 신세를 진적도 있다.

  -중소기업으로서 살아남는 법이 따로 있나

삼성화재와 중소기업 동반성장 MOU를 맺었다. 대기업과 MOU를 체결하면서 우리 회사 하나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규모의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사업체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해외사업의 경우 김치의 보관과 유통이 중요한데 삼성화재에서 보험을 주고 보증을 서준다. 대기업이 보증을 서준다는 것만으로 중소기업은 상당한 신뢰를 얻는다.

  --사업 초반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사업을 시작하고 첫 대형 계약이 교도소에 갓김치를 납품하는 일이었다. 갓김치를 납품해야 하는데 폭설 때문에 갓이 모두 냉해를 입어 원재료를 구하기 어려웠다. 일본에 수출예정이었던 물량으론 주문수량에 맞출 수 없어 평소가격의 두 세배를 주고 갓을 구매했다. 그 덕분에 물가와 기후향을 파악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른 사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언젠간 ‘짐치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키고 싶다. NGO를 통한 비영리적인 운영을 통한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회사를 점점 성장시켜 무역 진흥에 공이 큰 사람에게 주는 수출 금탑훈장을 받고 싶다. 그걸 받으려면 평생 사장직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웃음)

  -20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요지는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라!’이다. 모두 내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도전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모두 창업을 준비하다가도 꿈을 접고 취업을 위해 자신을 ‘상품화’ 시키려고만 한다. 창업의 꿈이 있다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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