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해 온 4대강 살리기 사업(4대강 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4대강 사업은 보 건설과 준설을 통해 홍수를 예방하고 용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2009년부터 2년여간 22조원을 들여 진행됐다.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4대강 사업의 결과물로 정부는 9월 24일 신설된 16개 보 중 충남 연기군에 위치한 세종보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이후 한 달여간 정부는 4대강 사업의 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효과를 광고했고, 환경단체는 피해사례를 발표하느라 바빴다.

한 달여가 흐른 10월 22일과 23일 고대신문이 세종보를 직접 찾아갔다. 이날은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를 통해 한강 이포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승촌보, 낙동강 강정고령보 등 4개 보가 일제히 공개된 4대강 그랜드 오픈의 날이기도 했다.

▲ 홍수예방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건설 된 전도식 수문

보도 영상과 전혀 다른 세종보
9월 24일 열린 세종보 공개 행사의 영상과 사진에는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인파가 인상적이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3000여명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금남교 인근에는 길을 안내하는 변변한 안내판조차 없어 근처에 있다는 세종보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 지역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모 기사는 “행사 당일에만 세종보로 가는 길을 열어줬지, 지금은 공사하느라 그때 개방했던 길들을 막아버렸다”라며 “한 달 전 행사 날 빼곤 세종보로 가는 사람을 태워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의 말을 입증하듯 세종보는 실로 을씨년스러웠다. 양 옆으로는 세종보 바로 앞에 위치한 금남 2교 공사가 끝나지 않아 현장으로 향하는 공사차량들이 무섭게 도로를 달리며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강가 또한 마무리 공사가 끝나지 않아 시민들이 이용할 시설이 마땅치 않았다. 행사 사진과 영상의 배경이 됐던 넓은 부지는 텅 비어 같은 장소인지 의문이 들었다. 세종보가 바라다 보이는 어로 입구에서 낚시를 하는 낚시꾼 1명 외에는 인적이 없었다. 세종보는 넓은 금강을 가로질러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종보는 가동보와 고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물이 넘쳐흐르는 판 모양 부분이 가동보로, 필요에 따라 각도를 바꿔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가동보를 통해 정밀한 수위조절 및 담수량 확보가 가능하고 저층수를 배출하여 수질오염을 줄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계단형태의 고정보에는 야간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이 설치돼있지만 했지만 실제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았다. 수질관리에 신경을 썼다는 정부 발표가 떠올라 강물을 관찰했다. 아직 공사 중인 탓인지 물은 흙탕물에 가까웠다.

자전거 도로 사업으로 여행객 유치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자전거 도로 연결을 추진하고 이를 홍보해왔다. 이 때문인지 다음날 세종보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연기군 주민 양여규(남·74세) 씨는 “세종보가 개방된 후부터 자전거를 타러 자주 온다”며 “14㎞정도 자전거 도로가 생겨서 외부에서 자전거 동호회 사람도 오고 동네 사람들과도 함께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공주에서부터 세종보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윤진철(남·33세) 씨는 “공주에서부터 여기까지 자전거 도로가 연결돼 있다는 말을 듣고 와봤다”며 “아직은 중간 중간 완공되지 않아 길이 끊겨 있었지만 충분히 자전거로 올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전거도로로 연결되는 인도가 마련되지 않아 접근성이 낮았다. 인도 없는 위험한 공사장을 지나야 강가로 내려설 수 있었다.

▲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자전거 도로

개방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반에 개방한 것이 아니냐는 시민들의 불평도 있었다. 김진희(여·34세) 씨는 “친정에 왔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는데 아직은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인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이웃과 함께 왔다는 이상후(남·38세) 씨도 “주말이라 얘들을 데리고 나왔는데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이 없고 앉아서 쉴 나무 그늘이 부족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세종보가 완공됐지만 여전히 환경단체와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소속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은 4대강 개방행사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4대강 사업이 광적인 속도로 진행되면서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지천 침식 및 붕괴 등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앞으로 금강 정비사업 현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증을 실시할 것이며 4대강 살리기 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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